구축함 좌초로 ‘경질’ 후 ‘삭제’됐던 해군사령관 TV 재등장

 북한 조선중앙TV가 29일 방영한 기록영화 '위민헌신의 여정, 새로운 변혁의 2024년'에 김명식 전 해군사령관(빨간색 동그라미)의 모습이 삭제되지 않은 채 등장했다. 조선중앙TV 화면

북한 조선중앙TV가 29일 방영한 기록영화 '위민헌신의 여정, 새로운 변혁의 2024년'에 김명식 전 해군사령관(빨간색 동그라미)의 모습이 삭제되지 않은 채 등장했다. 조선중앙TV 화면

지난달 북한에서 발생한 신형 구축함 ‘강건함’ 좌초 사고의 책임자로 경질된 뒤 북한 매체에서 사진이 삭제된 김명식 전 해군사령관이 한동안 자취를 감췄다가 다시 등장했다.

조선중앙TV는 지난 1월 첫 방영을 시작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기록영화 ‘위민헌신의 여정, 새로운 변혁의 2024년’을 29일 재방영했다.

지난 1월 29일 처음 방영된 해당 영화에는 지난해 김 전 사령관이 김 위원장의 현지지도를 수행하는 장면이 담겼는데, 재방송에서도 이 장면이 편집되지 않고 그대로 송출됐다.

영화에는 김명식이 김 위원장을 지근거리에서 수행하거나 깔끔하게 정복을 입고 행사에 참석하는 모습이 여러 차례 포착됐다.

북한의 5000t급 신형 구축함 진수 사고는 지난달 22일 발생했다. 청진조선소에서 조립한 구축함을 바다에 띄우는 과정에서 배 뒷부분이 이탈하며 크게 파손됐다.


이를 눈앞에서 지켜본 김 위원장은 “용납할 수 없는 심각한 중대사고”라며 격노했고 이후 관련자들의 소환 등 처벌이 줄줄이 진행됐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3일 "해군 구축함 진수기념식이 6월 12일에 나진조선소에서 진행됐다"고 보도했다. 김정은 당 총비서도 이날 진수식에 참석했으며 새로 건조한 구축함은 '최현'급으로, 함의 명칭은 '강건'호로 명명했다. 뉴스1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3일 "해군 구축함 진수기념식이 6월 12일에 나진조선소에서 진행됐다"고 보도했다. 김정은 당 총비서도 이날 진수식에 참석했으며 새로 건조한 구축함은 '최현'급으로, 함의 명칭은 '강건'호로 명명했다. 뉴스1

 
김명식에 대한 처벌 내용이 발표되진 않았으나, 지난 13일 좌초됐던 배를 고쳐 재차 진수하는 기념식 사진을 통해 해군사령관이 박광섭으로 교체된 사실이 확인됐다.

김명식 외에도 북한군의 최고 실세 중 한 명인 박정천 군정지도부장의 모습도 보이지 않았다. 박정천은 지난 4월 최현호 진수식에선 행사를 진행한 바 있다.

박정천은 최현호 진수식 당시 당 중앙군사위원회 명령서를 발표하고 이를 동해함대사령관에게 전달했다. 그리고 노광철 국방상이 진수 밧줄을 잘랐다.

북한은 지난 12일 이를 완전 복구했다며 진수식을 진행한 뒤 13일에 관련 보도를 낸 바 있다. 당일 조선중앙TV 영상에는 지난 3월 김 총비서가 조선소 함선건조 사업을 현지지도하던 장면이 사진으로 실렸는데, 이를 통해 지난 3월 보도사진에 포함돼있던 김 전 사령관의 모습이 삭제된 상태였다.

지난 13일 방영된 조선중앙TV의 5000톤급 신형 구축한 '강건호' 진수 관련 영상. 지난 3월 김 총비서의 현지지도 보도 때는 등장한 김명식 전 해군사령관의 모습(왼쪽 붉은 원 안)이 영상에선 삭제돼 있다. 사진 NK뉴스 캡처

지난 13일 방영된 조선중앙TV의 5000톤급 신형 구축한 '강건호' 진수 관련 영상. 지난 3월 김 총비서의 현지지도 보도 때는 등장한 김명식 전 해군사령관의 모습(왼쪽 붉은 원 안)이 영상에선 삭제돼 있다. 사진 NK뉴스 캡처

 
이에 대해 미국의 북한 전문매체 NK뉴스는 북한이 특정 인물을 매체에서 삭제한 것은 2013년 장성택 처형 당시 이후 처음이라며 이들이 지도부 직책에서 영구적으로 해임됐거나 징역형 혹은 처형 같은 처벌을 받았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그랬던 김명식이 관영매체에서 사라진 지 불과 2주 만에 다시 등장한 것을 두고 다양한 해석이 나온다.

북한 관영 매체가 실수로 김 전 사령관의 모습을 삭제하지 못했을 가능성도 있지만, 구축함 사고와 직접 연관이 없는 영상이나 사진은 편집 대상이 아닐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다만 노동당 선전선동부가 사전에 방송의 내용과 형식까지 일일이 지휘하는 만큼, 조선중앙TV가 실수로 김명식을 미처 편집하지 못했을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김 전 사령관 이외에도 북한은 사고의 책임을 물어 홍길호 청진조선소 소장을 소환하고, 강정철 조선소 기사장, 한경학 선체총조립직장 직장장, 김용학 행정부 지배인 등을 구속했다고 밝혔다. 다만 이후 이들이 어떤 처벌을 받았는지는 공개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