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반도체 학술대회에 외교부가 나온 이유는

“앞으로 미국·중국 반도체 시장 중 양자택일을 해야 하는 건가요?” 
무대에 선 외교부 발표자에게 객석의 국내 반도체 장비 업체 임원이 직접 질문했다. 지난 26일 대한전자공학회 하계종합학술대회의 셋째 날 세션에서다. 인공지능(AI)·반도체 등 정보통신기술(ICT) 전반을 다루는 국내 최대 규모 학술대회의 이날 세션 진행자는 외교부. AI 반도체의 시대에 국내 기업은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에 대한 논의가 활발히 오갔다.

지난 26일 대한전자공학회가 하계종합학술대회에서 외교부와 'AI 반도체와 국가패권' 공동세션을 열었다. [대한전자공학회]

지난 26일 대한전자공학회가 하계종합학술대회에서 외교부와 'AI 반도체와 국가패권' 공동세션을 열었다. [대한전자공학회]

 
대한전자공학회는 지난 24~27일 제주롯데호텔에서 하계종합학술대회를 열었다. AI부터 반도체, 산업기술까지 1380편의 논문이 발표됐고 2800여 명이 참가했다. 학회 측은 지난해보다 400편가량 제출 논문이 늘었다고 밝혔다. 1946년 설립돼 올해 79년 차인 대한전자공학회는 전자·정보·통신 분야 4만2166명 회원이 참여하는 국내 최대 규모 공학회다.

특히 올해는 처음으로 학술대회 기간 중 외교부가 세션을 열어 주목 받았다. 주제는 ‘AI 반도체 패권 시대, 경제 안보 과제와 민관협력 방향’. 이종호 서울대 교수(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가 AI 반도체 트렌드를 소개하고, 임산호 외교부 경제안보외교센터 선임전문관이 미·중 경쟁 속에서 AI 반도체 수출 통제 정책의 맥락과 시사점을 설명했다.

이종호 교수는 “국제적 기술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어, 산·학·연·관 상호 협력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강조했다. 이날 토론에 참여한 신창환 고려대 반도체공학과 교수는 중앙일보에 “외교관은 국제 현장에서 논의되는 기술을 이해해야 하고, 공학자도 자신이 연구하는 기술이 국제 경쟁에 어떻게 쓰이는지를 알아야 하는 시대”라고 말했다. 

발표와 토론 후 객석에서 반도체 업계와 연구자들의 질문 열기가 뜨거웠다고 한다. 전자공학회는 “앞으로 외교부와 정책 교류 및 소통을 더 활발히 하기로 했다”라고 밝혔다.


지난 24일 제주롯데호텔에서 열린 대한전자공학회 하계종합학술대회에서 백광현 학회장이 개회사를 하고 있다. [대한전자공학회]

지난 24일 제주롯데호텔에서 열린 대한전자공학회 하계종합학술대회에서 백광현 학회장이 개회사를 하고 있다. [대한전자공학회]

 
백광현 학회장은 24일 개회사에서 “이번 학술대회가 학계와 산업계가 기술을 통해 연결되는 지점이 되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김희상 외교부 경제외교조정관(차관보)은 “외교 현장에서 ICT와 반도체, AI 같은 기술 이해도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어, 산업계·학계와 교류를 강화하겠다”라고 축사했다.  

이런 취지에서 학회는 올해 ‘산업체우수논문상’ 부문을 신설했다. ICT 분야 경쟁이 심화하는 상황에서, 산업체의 최신 기술 발표 및 확산을 격려하기 위해서다. 초거대언어모델(LLM)을 활용한 AI 서비스 효과를 분석한 SK텔레콤 윤종길 연구원이 부문 첫 수상자가 됐다. 

대한전자공학회와 국제전기전자공학자협회(IEEE)가 만 40세 미만 과학기술인에게 공동 시상하는 ‘젊은과학기술인상’은 김현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전기정보공학과 교수가 받았다. 최우수논문상(삼성전자 후원)은 이화여대 김수민 학생이 수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