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전’ 다음은 "아브라함 협정" 중동 새질서 구축 나선 트럼프

지난 2020년 9월 미국 워싱턴 백악관 발코니에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왼쪽부터)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압둘라티프 빈 라시드 알자야니 바레인 외무장관, 셰이크 압둘라 빈 자예드 알나흐얀 아랍에미리트 외무장관이 국교 정상화 협정인 ‘아브라함 협정’ 에 서명한 뒤 취재진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AFP=연합뉴스

지난 2020년 9월 미국 워싱턴 백악관 발코니에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왼쪽부터)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압둘라티프 빈 라시드 알자야니 바레인 외무장관, 셰이크 압둘라 빈 자예드 알나흐얀 아랍에미리트 외무장관이 국교 정상화 협정인 ‘아브라함 협정’ 에 서명한 뒤 취재진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AFP=연합뉴스

이스라엘과 이란의 ‘12일 전쟁’을 강제 휴전시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9일(현지시간) ‘아브라함 협정’을 꺼내 들었다. 지난 2020년 이스라엘과 아랍 국가들이 체결한 국교 정상화 협정에 새로운 국가가 합류할 거라고 밝히면서다. 이란엔 경제 제재 해제란 ‘당근’을 제시하며 미국 중심의 중동 신(新)질서 구축에 드라이브를 걸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공개된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아브라함 협정 확대와 관련해 “현재 정말 훌륭한 국가들이 몇 개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금까진 이란이 가장 큰 문제였지만, 이제 몇몇 국가를 차례로 협정에 포함하기 시작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이란 무력이 약화하면서 협정을 확대할 수 있게 됐다는 의미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도 “우리 지역에서 폭넓은 가능성이 열리고 있다”며 협정 확대에 기대감을 표시했다.

지난 26일 이스라엘 중부 라마트간의 한 거리에 이스라엘과 아랍 국가들의 외교 관계를 정상화하는 아브라함 협정의 확대를 지지하는 포스터가 걸려있다. 포스터엔 '새로운 중동을 위한 새로운 기회'란 문구와 함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무함마드 빈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를 비롯한 중동 아랍 국가 지도자들의 사진이 담겨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지난 26일 이스라엘 중부 라마트간의 한 거리에 이스라엘과 아랍 국가들의 외교 관계를 정상화하는 아브라함 협정의 확대를 지지하는 포스터가 걸려있다. 포스터엔 '새로운 중동을 위한 새로운 기회'란 문구와 함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무함마드 빈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를 비롯한 중동 아랍 국가 지도자들의 사진이 담겨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아브라함 협정은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1기 행정부 시절 핵심 외교 성과로 여기는 일이다. 지난 2020년 9월 미국의 중재로 이스라엘과 아랍에미리트·바레인이 체결한 외교관계 정상화 협정을 말한다. 같은 해 12월과 이듬해 1월에 모로코와 수단이 각각 합류했다.

조 바이든 행정부 때인 2023년엔 ‘아랍의 맹주’ 사우디아라비아와 이스라엘의 관계 정상화까지 논의됐지만, 그해 10월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기습공격으로 중단됐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대통령이었다면 하마스의 공격도 없고 사우디의 아브라함 협정 합류도 가능했을 것이라며 바이든 행정부를 비판했다.

협정 확대 논의는 상당한 진전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스티브 위트코프 백악관 중동특사는 지난 25일 “아브라함 협정 확대는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목표 중 하나”라며 “조만간 협정 참여국에 대한 ‘큰 발표’가 있을 것”이라고 예고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이 지난 5월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아흐메드 알샤라 시리아 임시대통령을 만나 악수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이 지난 5월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아흐메드 알샤라 시리아 임시대통령을 만나 악수하고 있다. AP=연합뉴스

협정에 참여할 새로운 국가론 시리아와 레바논이 거론된다. 각각 친(親)이란 성향인 아사드 정권, 무장정파 헤즈볼라가 몰락하거나 약화한 곳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5월 사우디 방문 당시 아흐메드 알샤라 시리아 임시대통령을 직접 만난 뒤 대(對)시리아 제재를 해제하기도 했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의 시리아 특사인 톰 배럭 주튀르키예 미국대사는 이날 “시리아와 이스라엘 사이에, 레바논과 이스라엘 사이에 논의와 소통이 이뤄지길 바란다”며 “모두가 아브라함 협정으로 돌아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이란, 핵포기하면 제재 해제”

지난 28일 이란 테헤란에서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숨진 군 지휘관, 핵 과학자 등을 추모하는 장례식이 열리고 있다. 장례식에 참석한 시민들이 숨진 군 지휘관들과 아야톨라 하메네이 최고지도자의 모습 담긴 사진을 들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지난 28일 이란 테헤란에서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숨진 군 지휘관, 핵 과학자 등을 추모하는 장례식이 열리고 있다. 장례식에 참석한 시민들이 숨진 군 지휘관들과 아야톨라 하메네이 최고지도자의 모습 담긴 사진을 들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에 대해서도 핵 협상 복귀를 압박했다. 그는 “이란이 평화를 이룰 수 있고 어떤 손해도 입히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보여준다면 제재를 해제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이 핵 시설 3곳을 타격하기 전 이란이 농축 우라늄을 옮겼을 가능성에 대해서도 “그건 매우 어렵고 위험한 일이다. 그들은 아무것도 옮기지 않았다”고 일축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마지드 타흐트라반치 이란 외무부 차관은 BBC에 “미국이 이란과 핵 협상을 재개하길 원한다면 추가 공격을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농축을 하지 않는 것에 동의하지 않으면 폭격하겠다는 건 정글의 법칙”이라고 주장했다. 이란이 핵무기 개발을 시도하면 이란을 재차 공습하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입장을 겨냥한 발언이다. 

미국과 이란은 지난 15일 오만에서 6차 핵 협상을 앞두고 있었으나, 13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으로 무산됐다. 아미르 사에이드 이라바니 주유엔 이란 대사도 미 CBS방송에 “이란의 핵농축은 ‘평화적 에너지’ 목적으로만 허용된다. 절대 멈추지 않을 것”이라며 “(우라늄) 농축은 우리의 양도할 수 없는 권리”라고 말했다.

“하메네이 권위 추락…간첩 색출 집중”

강경 입장을 밝힌 이란이지만 내부에선 고민이 깊다. 이스라엘·미국의 공격에 무력하게 당한 뒤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최고지도자의 신정체제 권위는 급격히 낮아졌다. 뉴욕타임스는 “이란에선 최고지도자를 궁극적 권력 지위에서 내리고, (대통령 등) 선출 권력을 강화해 대외 협상에 나서길 원하는 여론이 크다”며 “위기를 느낀 신정주의 강경파가 내부 단속 중”이라고 전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27일 이란 당국이 휴전 후 이스라엘 간첩 혐의로 6명을 처형하고 야당·반체제 인사 단속도 대대적으로 벌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압박 통했나…“네타냐후 재판 연기”

한편 이스라엘 예루살렘 법원은 이날 네타냐후 총리의 부정부패 혐의 재판을 전격 연기했다. 법원은 이란과의 휴전, 가자지구 전쟁 등을 이유로 2주간 재판 연기를 요구한 네타냐후 총리의 요청을 받아들였다. 법원의 결정은 트럼프 대통령이 트루스소셜에 “네타냐후 총리 재판을 계속하면 미국이 좌시하지 않겠다”고 압박한 뒤 나오며 주목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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