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붙은 '서울대 10개 만들기'…"지역 소멸 해법" vs "사립대 차별"

이진숙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가 30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한국교육시설안전원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하며 취재진과 질의응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진숙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가 30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한국교육시설안전원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하며 취재진과 질의응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교육을 통해 국가 균형 발전을 실현하겠다는 건, 대통령이 나를 지명한 이유라고 생각한다.
 
30일 오전 9시 서울 여의도 안전교육원 사무실로 처음 출근하던 이진숙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 후보자는 취재진에게 이렇게 말했다. 2020년부터 4년간 충남대 총장을 역임한 이 후보자는 이번 대선에서 더불어민주당 선대위에서 '서울대 10개 만들기' 추진위원장을 맡았다. 이재명 대통령의 교육 핵심 공약인 '서울대 10개…'는 지역거점 국립대로 불리는 강원·경북·경상·부산·전남·전북·제주·충남·충북대 등 9개 대학에 집중적으로 투자해 서울대 수준을 끌어올리겠다는 구상이다.

전날 이 후보자 지명을 계기로 공약에 대한 본격적인 찬반 논의가 시작된 듯한 모습이다. 찬성론자들은 지역 국립대의 경쟁력을 높이면 수도권 중심의 대학 서열화를 완화하는 동시에 지역 균형 발전을 이룰 수 있다고 주장한다. 반면 연 2조원의 예산 투입이 예상되는 이 정책이 “80%에 달하는 사립대를 차별하는 효과를 낳을 것”이란 우려와 반대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김영배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일부 전·현직 국립대 총장과 교육감들이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가균형발전을 위한 (가칭)서울대 10개 만들기' 정책 제안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영배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일부 전·현직 국립대 총장과 교육감들이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가균형발전을 위한 (가칭)서울대 10개 만들기' 정책 제안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대 10개 만들기에 찬성하는 홍원화 한국연구재단 이사장(전 경북대 총장)은 “지방 소멸의 악순환 고리를 끊을 수 있는 유일한 해답이 바로 지역대학"이라며 "지역대를 발전하면 좋은 인재가 모여들고, 이들 인재들을 보고 기업과 국가기관·연구소들도 (지역에) 유입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수한 대학을 지역에 육성하면 중·고교 학생도 지역을 떠나지 않을 것이란 점도 기대하고 있다. 이날 이 후보자는 사교육비 경감 대책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지역에 우수한 명문대를 두면 지역 학생들이 사교육을 받아가며 서울에 있는 대학으로 몰리는 현상을 완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하지만 매년 수조 원에 달하는 예산의 확보, 사립대의 반발 등은 정책 추진 과정의 변수로 지목된다. 지역거점 국립대 총장들은 사업 추진을 위해선 매년 3조원, 이재명 정부 5년간 총 15조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진숙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가 30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한국교육시설안전원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진숙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가 30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한국교육시설안전원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사립대들은 지역 국립대에 예산이 쏠리면서 사립대는 정부 재정 지원에서 소외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변창훈 대구한의대 총장은 “고등교육 재원은 한정돼 있을뿐더러 정부 지원 없이 대학을 유지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특정 정책에 재원이 빨려 들어가면 유지하기 힘든 대학이 많아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파격적인 예산→지역 국립대의 획기적 발전'이란 공약의 전제가 지나치게 낙관적이란 지적도 나온다. 익명을 요청한 수도권 소재 사립대의 총장은 “교육비만 서울대 수준으로 지원한다고 그 대학이 그만큼 발전할 거란 논리는 무리”라고 지적했다. 서울대 동문 등의 반대도 정책 추진의 변수로 꼽힌다. 지난해 서울대는 경상국립대와 우주항공 분야 공동학위제 도입을 추진했다가 구성원 반대로 무산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