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한 경쟁” 강조한 안규백...HD현대-한화 맞붙은 KDDX 향배는

지난 29일 경기 평택시 해군 제2함대사령부에서 열린 '제2연평해전 승전 23주년 기념식'에서 안규백 국방부 장관 후보자가 해전 영웅들의 얼굴 부조상을 어루만지고 있다. 뉴스1

지난 29일 경기 평택시 해군 제2함대사령부에서 열린 '제2연평해전 승전 23주년 기념식'에서 안규백 국방부 장관 후보자가 해전 영웅들의 얼굴 부조상을 어루만지고 있다. 뉴스1

이재명 정부 첫 국방부 장관으로 안규백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명되자 K-방산업계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5·16 군사쿠데타 이후 64년 만에 첫 민간 장관이자, 의정활동 대부분을 국회 국방위원으로 보낸 안 후보자에 대한 기대와 걱정이 교차한다.

가장 긴장하는 건 사업비 7조8000억원 규모의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사업’을 놓고 경쟁하는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이다. KDDX 사업은 2030년까지 6000톤(t)급 미니 이지스함을 국산화해 6척을 실전 배치하는 사업이다. 윤석열 정부는 2023년 12월부터 상세설계 및 선도함(1번함) 건조 사업자 지정을 추진했지만 완결짓지 못하고 이재명 정부로 공이 넘어왔다. 건조방식(①수의계약 ②경쟁입찰 ③공동설계)도 확정되지 못한 상태인데, 국방부 장관이 건조방식을 정하는 방사청 방위사업추진위원장인 만큼 안 후보자의 의중이 중요하다고 평가받는다.

이와 관련해 안 후보자는 30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원칙과 기준을 갖고 판단할 것”이라며 “공정한 경쟁을 사업자 선정의 기본으로 삼을 것”이라고 말했다. 원론적인 발언이지만, 업계에서는 “업체 간 출혈경쟁을 지양하고, 사업방식도 원점 재검토하겠다는 의미 아니겠냐”(조선업체 임원)는 관측이 나왔다.

김영옥 기자

김영옥 기자

 
KDDX 사업자를 수의계약으로 선정하면 기본설계를 수주한 HD현대중공업이 유리하다. 반면에 경쟁 입찰이 되면 HD현대중공업은 기밀유출 건으로 방사청 사업입찰 시 감점(1.8점) 사안이 있어 한화오션이 비교적 유리하다고 평가받는다. 공동설계는 제3의 선택지로 떠오르지만, 양사의 건조방식이 달라 실무적으로 쉽지 않다. 

안 후보자는 지난해 7월 SBS비즈 인터뷰에서는 “KDDX 사업은 경쟁 입찰을 해서 여러 가지 평가 기준에 맞는 업체를 선정하는 게 맞다”며 경쟁입찰에 무게를 좀 더 뒀었다. 한 조선업체 임원은 “수의계약을 하면, 2번 함부터 6번 함까지 모두 HD현대중공업이 독식할 수 있어 한화오션으로서는 난제”라며 “방산 생태계를 중시하는 안 후보자 입장에서는 한쪽 편만 들기 어렵다고 봤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안 후보자가 장관에 취임하게 되면 의원 시절과 입장이 변화할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KDDX 전력화가 1년 이상 미뤄진 만큼 속도를 내기 위해선 기본설계를 진행한 업체에 수의계약을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다른 조선업체 임원은 “정부의 사업방식 결정을 기다리고 있지만, 합리성과 효율성을 따져봤을 때 수의계약에 기대를 걸고 있다”며 “경쟁입찰로 진행하게 되면 그간 대부분 수의계약으로 진행해온 함정 연구개발 사업의 패러다임이 바뀌어 혼란을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일각에서는 타협안으로 공동설계 후 1번함과 2번함을 각각 나눠 건조하는 방식도 거론되고 있다.

HD현대중공업의 한국형 차세대구축함(KDDX)의 조감도. 사진 HD현대중공업

HD현대중공업의 한국형 차세대구축함(KDDX)의 조감도. 사진 HD현대중공업

안 후보자가 임명되면 K-방산 해외진출 관련해 적극적인 개입과 중재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안 후보자는 지난해 11월 호주 호위함 수주전에서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이 각자 입찰했다가 모두 고배를 마시자 방위사업청을 질타했다. 국회 회의록에 따르면 당시 그는 국방위 전체회의에서 “업체끼리 티격태격 싸우는 과정에서 방사청이 중재를 하든지, 아니면 철퇴를 가하든지 했어야 하는 것 아니냐”라며 “우리 정부도 독일·일본처럼 G2G(정부 대 정부)로 접근했다면 기업이 얻지 못하는 정보를 얻었을 것이다. 정부의 역할이 안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대선 공약으로 대통령 직속 방산수출진흥전략회의를 정례화해 정부·군·기업이 함께 수출전략을 짜겠다고 밝혔다. 익명을 원한 방산업체 임원은 “지난 정부는 호위함 수주전을 앞둔 지난해 3월 호주대사(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를 임명했다가 교체한 일로 되레 업체에 많은 부담을 줬다”며 “이번 정부에서는 기업의 수출 전략을 든든하게 받쳐줄 정부 역할이 절실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