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대금리차 한달 만에 다시 확대, 대출 조이기에 더 벌어지나

서울 시내 주요 은행 ATM 창구 모습. 연합뉴스

서울 시내 주요 은행 ATM 창구 모습. 연합뉴스

은행 예금금리가 대출금리보다 더 빠르게 하락하면서 예대금리차가 한 달 만에 다시 벌어졌다.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당일인 지난 4일 예대 마진을 화두로 꺼내면서 시장의 관심이 더욱 높아진 가운데 나온 수치다. 정부의 가계부채 관리 강화 기조에 따라 당분간 대출금리가 더디게 내려가면서, 예대금리차는 더 벌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30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5월 예금은행 예대금리차(신규취급액 기준)는 1.54%포인트로 전월 대비 0.06%포인트 늘었다. 3월 1.52%포인트에서 4월 1.48%포인트로 줄었던 금리 차이가 5월 들어 다시 커졌다. 예금금리가 내려가는 속도를 대출금리가 따라잡지 못해서다. 5월 기준 저축성수신금리(예금금리)는 연 2.63%로 전월 대비 0.08%포인트 하락했는데, 대출금리는 연 4.17%로 전월 대비 0.02%포인트 찔끔 내렸을 뿐이다.  

5월 대출금리가 소폭 하락하는 데 그친 건 기업 대출금리가 4.16%로 6개월 만에 상승 전환해서다. 반도체 설비 투자 지원을 위한 저금리 정책자금 대출이 4월 대거 공급됐다가 5월 들어 주춤한 영향 등으로 기업 대출금리가 0.02%포인트 올랐다. 그나마 가계 대출금리(4.26%)는 시장금리 하락 등의 영향을 받아 6개월 연속 내렸다.  

문제는 올 하반기 들어서도 예대금리차 확대 흐름이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금융당국은 지난 27일 수도권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6억원으로 제한하는 등 강도 높은 가계부채 관리 방안을 내놓으면서 하반기 대출 총량을 기존의 50%로 줄이겠다고 했다. 대출 조이기에 동참한다는 명분으로 은행들이 대출금리를 당분간 높게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 이는 예금금리에도 영향을 미친다. 대출 영업을 축소하면 굳이 높은 금리를 줘가며 예금을 유치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앞으로 은행들이 가산금리 조정 전략을 어떻게 가져가느냐에 따라 예대금리차 향방이 갈릴 전망이다. 은행 대출금리는 시장금리와 대출원가를 반영한 기준금리에 가산금리를 더해 정한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가계부채 관리 강화가 시급해진 상황에서 은행들이 인위적으로 대출 금리를 내리긴 어려울 것”이라며 “하반기 신규 가계대출 공급액 또한 크게 감소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당분간 예대금리차가 소폭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도 “금리 인하기엔 예대마진이 줄어드는 게 정상이지만, 경기 침체로 연체율이 상승하는 추세다 보니 대출 부실 위험을 반영해 예대마진을 확대하는 경향이 나타나는 것”이라며 “게다가 본격적으로 2차 추경이 집행되면 20조원 가까이 적자 국채를 발행하면서 시장금리가 상승해 대출금리를 밀어 올릴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 4일 비상경제점검 태스크포스(TF) 1차 회의에서 “해외와 비교했을 때 한국의 예대금리차가 벌어져 있는 게 아니냐”고 지적했지만, 지난 27일 금융당국이 내놓은 고강도 대출 규제와 맞물려 금리 흐름은 반대로 갈 가능성이 커졌다.  

이날 은행연합회 공시에 따르면 5월 KB국민ㆍ신한ㆍ하나ㆍ우리ㆍNH농협은행 등 5대 은행이 신규로 취급한 가계대출(정책서민금융 상품 제외)의 예대금리차는 1.21~1.45%포인트다. 평균은 1.34%포인트다. 신한은행이 1.45%포인트로 가장 높았고, 이어 하나은행(1.39%포인트), 국민은행(1.38%포인트), 우리은행(1.25%포인트), NH농협은행(1.21%포인트) 순이다.

한은 통계를 보면 예금금리는 3월 연 2.84%, 4월 2.71%, 5월 2.63%로 빠르게 내려가는 중이다. 기준금리 인하와 시장금리 하락 영향을 고스란히 받고 있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이날 기준 5대 은행의 1년 만기 정기예금 최고 금리는 연 2.5~2.8%로, 모두 3% 밑으로 내려왔다. 지난 20일 기준 5대 은행의 정기예금 잔액은 939조8467억원으로 전월 말보다 1조원 넘게 줄어들었다. 

예금금리 줄하향에 ‘예테크(예금+재테크)’ 자금은 농협ㆍ수협ㆍ신협ㆍ새마을금고 등 상호금융권으로 몰리는 분위기다. 한은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상호금융권 수신 잔액은 지난 4월 말 기준 921조2937억원으로 집계됐다. 3월 말(917조8040억원)보다 3조4897억원 늘었다. 1월 말(906조6098억원)과 비교하면 석 달 새 14조원 넘는 자금이 몰렸다. 비교적 높은 금리를 찾는 예테크족 자금이 상호금융권으로 이동한 것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