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명 숨진 '시청역 참사' 1년…고령 운전자 낸 사고는 역대 최다

지난해 7월 1일 서울 중구 '시청역 교차로 역주행' 사고현장에 국화꽃 등 추모 물품들이 놓여져 있다. 뉴스1

지난해 7월 1일 서울 중구 '시청역 교차로 역주행' 사고현장에 국화꽃 등 추모 물품들이 놓여져 있다. 뉴스1

14명의 사상자를 낸 서울 시청역 역주행 참사가 1일 1주기를 맞았다. 지난해 7월 1일 차모(69)씨가 몰던 차량이 서울 중구 시청역 인근 일방통행 도로를 역주행하다 인도로 돌진해 9명이 사망하는 등 14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사고 원인을 놓고 1심 재판부는 차씨가 페달을 정확히 조작하지 못한 과실로 인한 사고라고 보고, 금고 7년 6개월을 선고했다. 하지만 차씨는 항소심에서 여전히 차량 결함으로 인한 급발진을 주장하고 있다. 최근 고령 운전자 사고가 잇따르면서 관련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급발진 사고에 대비해 보행 환경은 조금씩 개선되고 있다. 서울시는 사고 직후 해당 지점에 8톤 차량이 시속 55㎞, 15도 각도로 충돌해도 보행자를 보호할 수 있는 차량용 방호울타리를 설치했다. 기존에 설치된 울타리는 단순히 보행자의 무단횡단을 막는 용도로 m당 20만원의 설치비가 들었다면, 차량용 방호울타리는 m당 40만원의 설치비가 든다. 서울시는 경찰청 등 유관기관과 합동조사를 통해 교통사고 발생 가능성이 높은 보행취약구간 101곳에 방호울타리를 설치하고 있다. 또 운전자가 주행방향을 혼동할 가능성이 높은 일방통행 이면도로의 시인성도 개선하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30일 “58개 일방통행 구간에 회전금지나 진입금지 교통표지판을 LED 표지판으로 교체했고, 사고우려 지역을 계속 발굴해 개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9월 24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시청 인근 역주행 교통사고 현장에 차량용 방호울타리가 설치돼 있다. 뉴스1

지난해 9월 24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시청 인근 역주행 교통사고 현장에 차량용 방호울타리가 설치돼 있다. 뉴스1

 
하지만 고령 운전자 사고 예방을 위해 제도 개선부터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달 30일 한국도로교통공단 교통사고분석시스템에 따르면 65세 이상 고령 운전자가 낸 교통사고는 2020년 3만1072건에서 지난해 4만2369건으로 36.4% 급증했다. 같은 기간 전체 교통사고는 20만9654건에서 19만6349건으로 감소했다. 반면 고령 운전자가 낸 사고 비율은 2020년 14.8%에서 지난해 21.6%로 대폭 커졌다. 관련 통계가 작성된 2005년 이후 최고치다. 

신재민 기자

신재민 기자

 

페달 오조작 25%가 65세 이상 운전자 

고령 운전자 사고의 주된 원인으로는 노화로 인한 신체기능 저하가 손꼽힌다. 페달 오조작도 많다. 삼성화재 교통안전문화연구소가 2019년∼2024년 페달 오조작 사고를 분석한 결과 25.7%가 65세 이상 운전자로 인한 것이었다. 이에 서울시는 지난해 9월 국민권익위원회와 함께 교통안전 사고 예방을 위한 공개토론회를 열고 중앙정부에 조건부 운전면허제 도입을 건의했다. 조건부 면허를 발급받은 운전자는 낮에만 운전하거나, 하루 평균 100㎞ 이내로 운전 거리가 제한된다. 


토론회의 발제자였던 한상진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조건부 면허는 고령자의 운전을 제한하는 게 아니라 안전하게 계속 운전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시는 70세 이상 운전자의 면허 반납도 독려하고 있다. 면허를 반납할 경우 20만원 상당의 교통카드를 지급하고 있지만, 반납률은 미미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은 페달 오조작 방지 장치 탑재 의무화 

서울시는 또 다른 대책으로 페달 오조작 방지장치 도입도 건의하고 있다. 일본 국토교통성은 2028년부터 페달 오조작 방지 장치 탑재를 의무화한 도로운송차량법 개정안을 최근 발표하기도 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이 장치는 전방 1.0~1.5m에 장애물이 있는 경우 운전자가 가속 페달을 밟은 경우에도 시속 8㎞ 미만으로 유지하도록 억제한다. 2019년 도쿄 이케부쿠로에서 전직 고위관료 출신 87세 고령 운전자가 페달을 혼동해 횡단보도를 덮쳐 총 11명의 사상자를 낸 사고가 계기가 됐다. 여장권 서울시 교통실장은 “시청역 사고 1주기를 맞아 그간의 대책 이행 상황을 점검하고, 앞으로도 이와 같은 안타까운 사고가 재발하지 않도록 보행자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교통정책을 지속 추진하겠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