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현지시간) 미 법무부는 미국 16개 주(州)에서 노트북 농장 29곳을 수색해 불법 자금 세탁에 이용된 금융 계좌 29개와 사기성 웹사이트 21개를 동결시켰다고 밝혔다. 범행 현장에서 압수한 노트북만 200대다.
노트북 농장은 훔치거나 위조한 미국인 신분증을 이용해 북한 노동자들을 미국 IT기업에 위장 취업시키는 불법 조직이다. 북한인들이 어디에 있더라도 미국 내에 있는 노트북 컴퓨터에 원격으로 접속해 업무를 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북한인들은 실제 신원과 위치를 숨기기 위해 가상 사설망(VPN)을 활용했다.

지난달 30일 공개된 FBI 수배 포스터에 송금 사기 및 자금세탁 혐의로 기소된 북한 국적자 4명. 로이터=연합뉴스
이번에 범행 조력 혐의로 기소된 미 시민권자 젠싱 대니 왕 일당은 왕의 자택에서 노트북 농장을 운영하면서 북한인들을 미국 기업에 취업시키는 브로커 노릇을 했다. 왕 일당의 주선으로 북한 노동자들은 2021년부터 지난해 10월까지 미국인 신원 80여개를 도용해 100개 이상의 미국 기업에 취업했다. 심지어 '포천 500대 기업'도 이들에게 당했다.
왕 일당은 기업에서 급여를 받은 뒤 해외 금융망을 통해 북한 노동자에게 보내주는 대가로 69만 6000달러(약 9억4000만원)를 받아 챙겼다. 미 법무부에 따르면 피해 기업들의 손해 규모는 법률 비용과 컴퓨터 네트워크 복구 비용 등을 포함, 300만 달러(약 40억 6000만원)로 파악됐다.
미국 기업에 원격 고용된 북한 노동자 일부는 캘리포니아에서 인공지능(AI) 기술을 가진 방산업체에서 일하면서 국제무기거래규정(ITAR)이 적용되는 민감한 정보에 접근하기도 했다.

미국 사법당국이 북한인 노동자의 외화벌이용으로 불법 운영되는 '노트북 농장' 29곳을 적발했다. 로이터=연합뉴스
브렛 리더먼 미 연방수사국(FBI) 부국장은 "북한 IT 노동자들이 북한 정권을 지원하기 위해 미국 기업을 속이고 민간인 신원을 도용하고 있다"며 "FBI는 관련 시설을 없애고, 수익을 압수하는 등 불법 행위를 근절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