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바다 "음악은 사람들을 위한 것"

한국 헤비메틀의 시작이자 역사라는 타이틀이 아깝지 않은 밴드 시나위는 지난 30여년 간 팀의 정신인 한국 3대 기타리스트 신대철을 중심으로 임재범, 김종서, 서태지 등 수많은 뮤지션들을 성장시키고 배출해 낸 전설적인 밴드다. 그리고 이들의 이름 속에 록커 '김바다'를 빼놓을 수없다.

1995년 시나위의 5대 보컬로 발탁된 그는 큰 키에 고운 얼굴선과는 정반대의 거칠지만 시원한 샤우팅, 미성과 탁성을 오가는 매력적인 보컬로 팬들의 귀를 사로잡았고, 시나위 제2의 전성기를 이끄는 첨병이 되었다. 그가 있던 시절 발표된 세 장의 앨범은 모두 높은 완성도로 평단과 팬들의 찬사를 받았다. 어느새 그는 시나위 역사를 대표하는 보컬로 인정받았다.

그리고 1999년, 그는 4년 간의 활동을 접고 시나위를 떠났다. 그들의 음악을 즐겼던 사람들은 김바다가 자신 앞에 있던 다른 시나위 보컬들과 마찬가지로 솔로 활동을 통해 음악커리어를 쌓아갈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는 4년 간의 긴 공백기 후 '나비효과'라는 밴드로 다시 돌아왔고, 2012년까지 단 한 장의 솔로앨범도 발매하지 않은 채 '더 레이시오스', '아트 오브 파티즈'라는 밴드를 결성하며 자신의 음악을 향한 도전과 실험을 계속 해 왔다.

그러던 올 초, 언제나 밴드 프론트맨일 것 같던 그가 솔로앨범을 낸다는 소식이 전해졌고, '기대도' 안 했던 솔로앨범은 팬들을 들썩이게만들었다. 이런 들썩임을 예상했다는 듯 몸을 움직이게 만들 수 밖에 없는밝고 경쾌한 멜로디가 폭발하는 'Searching'을 선공개하며 팬들의 기다림을따스히 안아주더니, 재발매 요구가 끊이질 않았던 2009년 발표곡 '베인'을새롭게 만들어 타이틀곡으로 한 새 앨범을내놓아 이번에는 팬들의 눈시울을 촉촉히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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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필>

이 름 : 김바다

생년월일 : 1971년 10월 21일

데 뷔 : 1996년 시나위 EP '서커스'

- 앨 범

1996년 : 시나위 EP - Circus

1997년 : 시나위 6집 - 은퇴선언

1998년 : 시나위 7집 - Psychedelos

2003년 : 나비효과 1집 - Butterfly Effect

2005년 : 나비효과 2집 - 나비효과

2006년 : 프로젝트밴드 '디' - 1St Collection

2008년 : 더 레이시오스 - Burning Telepathy

2010년 : 아트오브파티스 1집 - Ophelia

2011년 : 아트오브파티스 EP - seitrap fo tra

2013년 : 김바다 EP - N. Surf Part 1

- 싱 글

2011년 : 2011 들국화 리메이크 앨범 Part 3 - 행진

2013년 : Searching

- 안녕하세요. 디시인사이드입니다.

안녕하세요.

- 사실, 겁 좀 많이 먹고 왔습니다. 하하하.

조금 전에 오신 분도 걱정 많이 하고 오셨다고 하더라고요. (웃음)

- 요즘 방송 많이 나오시더라고요.

방송은 뭐… 나가수 때 말고는 많이 안 나갔어요.

- EBS 공감 같은 음악 프로그램은 종종 나오셨잖아요.

종종 그런 데서만 거론하시는 거고. (웃음) 사람들이 많이 보는 프로그램은 사실 좀 그렇지요. '나는 가수다'도 실수로 저를 불렀어요. 하하하.

- 아이고, 왜요. (웃음) 그때 나온다고 할 때 난리 났었는데요.

나가수에서는 저를 모르니까요. 시나위 콜라보레이션 때문에 나간 거죠. '역대 보컬이 누구야?' 하는 과정에서 '김바다라는 사람이 있다'라고 했는데, 그쪽에서는 되게 의아해했었어요. '김바다를 모르는데 일요일 6시 프로그램에 투입해도 괜찮을까?' 굉장히 걱정 많이 하셨어요. 그래서 제가 두 번째 방송에서 1위(나 어떡해)를 해버렸죠. (웃음)

- 시나위가 나가수에 나온 덕분에 저희 사이트에 시나위 갤러리가 생겼어요.

그러니까요.

- 저희도 만들면서 반신반의했는데 의외로 화력이 좋더라고요.

다행이죠. 그동안 숨어 있었던 분들이…. (웃음)

- 그런데 의외로 어린 팬들이 많더라고요.

그래요? 드러나는 분들은 다들 나이 많으신 분들이던데.

- '중간고사 곧 보니 응원 좀 해주세요' 그러더라고요. (웃음) 그래서 센스 넘치는 선물들이 많죠? (디시이용자 '아나바다', 'blue baby')

아우~ 좋았어요. 다 잘 받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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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시나위 갤러리

- 그런데 왜 모의고사 푼 건 안 내셨어요? (디시이용자 '샤웃한번만', '.', 'ㅋㅡㅋ')

그거 아직 못 풀었어요. 굉장히 어렵더라고요. 제가 원래 시험을 되게 싫어하는데 재미로 보려고 했다가 나를 너무 잘 기억하시는 분들이 내가 기억 못 하는 것들을 질문하셨더라고요. 이거는 참고서도 없고, 스스로 기억해내야 하는데 조금 전에 통화한 내용도 가물가물한 내가 그걸…. (웃음) 되게 어렵더라고요. 그렇다고 찍어서 내보내기는 뭐하고. 정말 성심성의껏 해야 하니까요. 제가 앨범 제작하는 데 정말 신경을 많이 썼고, 그때 단독공연도 같이 준비하고 있어서 집에 들어가면 시간이 거의 없었어요. 집에 들어가면 발바닥이 아파서 누워야 하는데. 그 상태에서 머리를 써야 하는데, 엔진이 안 돌아가는 거예요.

문제지는 항상 하단에 있습니다. 그거 볼 때마다 마음이 얼마나 무거운지. (웃음) 천근만근인데 '언젠가 풀어야지' 하면서 하나씩 풀고 있습니다.

- 신대철 씨는 풀어서 올려놨어요.

30점 맞았다고 하던데.

- 비가 엄청나던데요. (웃음)

그 형도 어려웠을 거예요.

- 맥주도 조공으로 줬다면서요.

많이 먹었죠.

- 며칠이나 갔나요? (디시이용자 '봄봄')

며칠이 아니라 지금 냉장고에 있어요. 작업할 때는 잘 안 마셔요. 집에서 술을 잘 안 마셔서요. 하나씩 꺼내 마시고 있어요.

- 혹시 갤러리 눈팅하신 적 있나요? (디시이용자 '안녕', 'ㅁㅁ')

갤러리 잘 못 가봤어요. 가보려고 했는데, 복잡했던 것 같아요. 시나위 갤러리를 찾는데 시나위를 찾으면 관련 글들만 올라오고. 한 번 가봐야지 하는데 사람이 버릇이라는 게 있잖아요. 페이스북 갔다가 트위터 갔다가 팬카페 갔다가. 그게 한 터치에 들어가니까 잠깐 보고 나오는데 디시 시나위 갤러리는 일단 아이디를 만들어야 할 것 같아서 만들려고 했는데 좀 복잡한 것 같아요. (옥)요한이 이야기도 나와 있고, 요한이와 내가 연인이 돼 있어요. '요새는 이렇게 노는구나' 했죠. 요한이 보면 제가 '요한아 네가내 여자친구란다' 하죠. 그럼 '그러나요?' 대답하고.(웃음)

- 팬들 심정이 '내가 못 가질 바에는 동성이 가져라' 이래서 그런 쪽으로 상상력을 발휘하시죠.

뭐더라? 엄청 웃었던 말이 있었는데. 눈빛으로 임신한다? 그걸 줄임말로 뭐라고 하죠? 눈빛임신인가? 임신눈빛인가? 하여튼. 하하하.

- 그럼 별명 많은 것도 아세요?

몰라요. 무슨 별명 있어요?

- 정남이, 뎡나미, 김뎡남, 뎡남동무, 인민락커…. (디시이용자 '봄봄')

그건 다 들었어요.

- 기분 안 나쁘세요?

아니요. 재밌잖아요. 예전에 술 많이 먹어서 다음날 얼굴 영 아니라 빵모자 쓰고 나갔는데 그냥 김정남이더라고요. 위원장 아들이더라고요. 하하하.

- 사람들이 화환에 '내래 인민의 락을 보여주겠어' 썼던데요. 그래도 그거 마음에 드셨나 봐요. 공연 끝나고 매고 나오셨더라고요. (디시이용자 '유동시퀴', 'ㅋㅡㅋ')

네. 그런 고마움 때문에 제가 뭐 해 드릴 건 없고 이벤트 했죠. 제가 김정남과 한자도 똑같아요. 또 같은 해에 태어났고요. 1971년생. 동질감을 나 혼자 많이 느끼고 있죠.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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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시나위 갤러리

- 평행이론?

평양이론이죠. (웃음)

- 갤러들이 너무 적극적이라 무섭지는 않으세요?

전혀요. 제가 그들을 다 보지는 못해서…. 네이버에서 제 이름을 치면 웹문서에서 디시로 많이 들어가 지더라고요. 그런 식으로, 약간 겉으로 훑어보는 느낌으로 보는 것 같아요. 그런데 제가 본 것들은 본문보다 댓글에 더 센 것들이 많은 것 같아요. 그런데 댓글을 다 보기에는 조금…. 댓글을 다 읽지는 않으니까요.

- 이번에 솔로 앨범을 내세요. 솔로 앨범을 안 낼 것 같았는데 내셔서 팬들이 놀랐어요.

그럴만 하죠. 제가 이야기를 안 했으니까요. (웃음) 저는 개인적으로 어릴 때부터 솔로 앨범은 마흔 넘어서 해야겠다고 생각했었어요. 발라드를 불러서 대중적으로 다가가야겠다는 생각으로 솔로 앨범을 생각하지는 않았고, 내가 개인적으로 할 말이 생겼을 때, 편곡도 편곡자에게 맡기고 나는 메시지와 노래만 집중해야겠다고 했죠. 그 시기가 언제일까 막연하게만 생각했었는데 이번에 예전에 써놨던, 4~5년 전에 써놨던 곡들을 발표하게 됐어요. 그 곡들이 '베인'과 '푸르게 떠나라'란 노래예요. 그 곡은 작곡과 동시에 가사를 같이 썼어요. 그런 부분들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 '서칭'을 선공개하셨는데, 그 곡을 선공개한 이유가 있나요?

이유는 딱히 없고, 회사 방침이었어요. 저도 그 곡을 되게 아껴놓고 있었는데, 더 레이시오스가 해체하기 전 2집 앨범 작업할 때 만든 곡이에요. 그 이후로 레이시오스는 해산되고, 파일만 가지고 있는 거죠. 제가 이 곡을 들으면서 항상 '참 아깝다. 해보고 싶은 노래인데'라고 생각했죠. 그러면서 이번 작업에 들어갔어요.

회사는 김바다가 솔로앨범을 냈는데 누구나 하는 사랑 발라드 같은 걸 하는 건 어울리지 않는다, 빠른 곡으로 타이틀곡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고, 그 생각은 저도 어릴 때부터 항상 하고 있었어요. 록밴드가 타이틀곡이 왜 발라드냐, 록이 되어야지. 오히려 그 부분들 때문에 더 안 되는 거예요. 자기가 가진 장점으로 타이틀곡이 되어야 하는데 단점을 모아서 타이틀곡을 하니까 그게 될 리가 없는 거예요. 발라드는 발라드 하는 사람이 있고 록밴드는 록을 해야 하는데 다 발라드를 내니까. 안 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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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중들이 받아들이는 게 아직은 어려우니까 그런 게 아닐까요.

그게 바로 숙제인 거죠. 빠른 곡이라 사람들이 어려워할 거라고 생각하는 건 뮤지션의 잘못이에요. 빠른 곡이라 그렇게 된 게 아니라 그냥 빠른 곡에 자기 욕심을 가득 집어넣고 빠른 곡이니까 막 달려서 그런 거지요. 그렇다고 타협을 해 발라드를 하면 팀 색깔이 없어지는 거예요. 그건 바보같은 짓이었어요. 빠른 곡을 하고 싶으면 설득력을 넣고, 발라드보다 잘 전달되는 공감요소를 넣어 진정으로 사람들을 즐겁게 해줘야죠.

- 그럼 더 레이시오스는 완전히 해체된 건가요?

완전히 됐죠. 그러다가 이번 솔로 단독 때, 사실 아트 오브 파티스(이하 아토파)단독공연이었는데, 거기서 한 번 했어요. 레이시오스는 제가 정말 열심히 만든 앨범 중 하나예요. 그게 활동도 없이 무너져서 이번 공연 때 앵콜로 레이시오스를 한 번 공연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어요. 서로 추억도 있고…. 진짜 응어리들이 있을 거 아니예. 활동도 제대로 못 해보고 헤어졌으니까요. 그래서 한 번 재밌게 놀아보자 생각하고, 멤버들도 흔쾌히 와 줬고, 재밌게 놀았고, 결과도 좋았던 것 같아요.

- 사실 레이시오스 단공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이 나왔거든요. (디시이용자 '봄봄')

이번에 레이시오스를 하면서 느낀 건데, 지금 솔로 프로젝트가 있잖아요? 아토파도 있고,레이시오스도 있으니까 그 세 가지를 묶어서 한 세시간 정도 공연할까 생각하고 있어요.

- 서칭과 관련해 센 곡이 나올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덜 센 곡이 나와서 놀랐다는 반응이 있어요.

멜로디가 안 세서 그런 거죠. 사운드로 봤을 때 데시벨은 훨씬 세요. 멜로디가 밝은 멜로디를 안 했었기 때문에 그런 것 같아요.

- 개인적으로 대중들과 가까워지려는 노력인가 싶었어요.

대중들과 가까워지고 싶어요. 언제까지 나 혼자 살 수 없고, 같이 공감하고 싶어요. 예전에는 음악의 스타일리시한 부분을 더 중요시하게 생각했다면 지금은 공감을 많이 생각하고 있어요. 존 레논이 저에게 줬던 것처럼 사람들과 공감하고 싶어요. 행복할 것 같아요. 그렇다고 아토파나 레이시오스에서 그런 걸 안 한다는 건 아니고요, 그런 부분이 아오파나 레이시오스에게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해요.

또 지금 올라오고 있는 후배 밴드들에게 도움되고 싶고요. 그게 제가 희생하겠다는 이야기가 아니라 음악이라는 건 사람들이 공감해야지 음악이 좀 더 음악적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이해라는 차원에서 이번 솔로 앨범이 설득력을 좀 많이 가질 수 있지 않을까 기대 많이 하고 있어요.

- 올 4월에 나이 지긋하신 뮤지션 분들이 앨범을 많이 내시더라고요.

그러게요. 조용필 선배님부터… 정말 반가웠어요.

- 같은 주에 내죠?

정말 영광이에요. 진짜 영광이에요. 제가 초등학교 때 댁에 한 번 간 적이 있어요. 우리 동네 사셨거든요. 집 앞에 누나들 만날 산더미처럼 밤새도록 앉아 있었어요. 그런데 우리는 초등학생이니까 문으로 가서 바로 '띵똥~' 눌렀어요. 나오시더라고요. 왜 왔느냐고 하셔서 '조용필 아저씨네 집이죠?' 그랬더니 맞다고 하셔서 그때 만났어요. '사인해주세요~' 하니까 조용필 선배님이 너 음악 좋아하냐? 하는데 '아니요~'. 하하하. '유명하잖아요' 그랬어요. 어이가 없는거죠.

- 그 이후에 만나신 적 있으세요?

네. 만나서 말씀드렸는데 '그랬구나~'. (웃음) 제대로 말씀 못 드렸어요. 진득하게 둘이서 이야기하기는 어렵잖아요. 엄청난 대선배님이신데. 언젠가 기회가 생길 거라고 봐요.

- 이렇게 선배들이 새 음반을 내는 것에 대해 '신에 대한 책임감'을 가지고 활동을 다시 하는 건 아닌가 생각하시는 분들도 계세요.

그건 있어요. 락에 대한 책임감이라기보다는 내가 도움되고 싶다는 생각은 많이 들어요. 되게 안타까운 부분도 많았고, 그런 부분을 실천해볼까 생각도 들고요. 되게 어려웠던 작업은 다른 게 아니라 그거였어요. 지금까지도 고민하고 있는 건데, 대중들과 마니아적인 내가 좋아하는 것들의 중간, '이것도 있고 저것도 있는 그걸 어떻게 하면 잘 섞을 수 있을까'예요. 아예 대중적인 것과 아예 마니아적인 건 쉬워요. 하고 싶은 대로 하면 되니까요. 그런데 두 개가 섞일 수 있는 부분이 어려워요.

서칭을 4년 정도 들으면서 그 생각을 해본 거죠. 가능성 있는 요소가 있는데, '이 곡에서 찾을 수 있을 것 같은데' 생각을 했는데 솔로 앨범 제안이 들어오고, 임원들과 노래를 들어보는데 이 곡을 먼저 내자고 하더라고요. '이 사람들이 나와 비슷한 부분을 느끼나 보다' 했죠. 그래야 일이 되니까요. 그래서 OK 했죠. 저는 설득한 게 없는데 들려줬을 뿐인데 '이걸 타이틀곡으로 합시다' 이야기가 나온 거죠.

- 대중들과 간격을 줄이는 길의 하나로 아이돌 그룹 JYJ의 김재중과 작업도 진행한 건가요?

아니요. 그쪽은 제가 진행하고 싶어서 진행하는 부분이 아니죠. 그쪽에서 연락이 와 곡 좀 써달라고 해서 하는 거지 제가 로비를 해서 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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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절할 수 있다는 거지요.

거절? 왜 해요? 뭐 잘났다고. 하하하. 해달라면 하는 거죠. (웃음) 저는 곡 작업할 때 김재중의 앨범을 다 들어보면서 거기에 맞는 곡을 써야겠다는 생각을 단 1%도 안 했어요. 내가 불러도, 내가 내도 되는 곡을 썼어요. 나다운 것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고요. 나가수 때도 그렇고 재중이 앨범 만들 때도 그렇고 나한테는 어떻게 보면 기회거든요. 그 기회를 잘 활용해야 한다는 생각만 했지 여기서 내 개성을 깎아 설득하고, 로비하고 싶지는 않았어요. 안 되면 안 되는 거고 되면 되는 거고. 항상 모험인 거죠.

그래서 써 줬는데 좋다고 하니까 제가 '진짜?' 그랬어요. 진짜 이게 좋다고? 그렇대요. 그런데 한 곡 더 부탁해요. 먼저 준 곡은 타이틀곡이 되고. 그래서 한 곡 더 부탁했을 때 더 세게 갔어요. '이건 기회다. 한 번 보여주자' 했죠. 나가수 때도 그랬어요. 일반 사람들, 친구들, 친척들이 나에게 그래요. 나가수 나갔는데 이럴 때 대중적인 것을 해서 유명해지는 게 어떠냐고요. 나는 '그게 반대가 돼야지. 이럴 때 내걸 보여줘야지 언제 보여줘' 그랬죠.

- 그렇죠?

당연한 거죠. 이게 기회인데 왜 나를 깎아서 보여주나요? 계속 가는 거죠.

- 김재중 씨에게 준 두 곡 가이드 버전을 들려주실 생각은 없나요? (디시이용자 '봄봄', '송장군', 'ㅕ')

그게 어디 남아 있을 텐데….

- 공개해달라고 부탁하시더라고요.

찾아볼게요. 저 별거 없어요. 그냥 여기 있어요. (스마트폰을 가리킨다) 통기타 치고, 아침에 일어나서 흥얼거리고. 그냥 이런 걸로 녹음한 뒤 메시지로 이사님께 '들어보세요' 보내고.

- 이거 잃어버리면 큰일 나겠네요.

백업이 다 되어 있어서 찾아봐야 해요. 있을 거예요.

- 이번 앨범이 part1과 2로 나뉘었는데 음악 색을 기준으로 나뉜 건가요? (디시이용자 '유동시퀴')

모르죠. 제가 어디로 튈지 모르니까요. 구상을 하고 있는 것들이 있어요. 그동안 안 했던 것들. 항상 어쿠스틱에 대한 욕구가 있거든요. 잔잔하지 않은 어쿠스틱이요.

- 센 어쿠스틱!

그렇죠. 그런데 그게 되려면 녹음기술도 엄청나야 해요. 어쿠스틱 쳤는데 일렉트릭보다 빵빵하게 나오는 걸 생각하는 거예요. 그래서 어쿠스틱 녹음 기술을 실험하고 있어요. 엔지니어랑 상의하고요. 그게 되는 날 제 다음 앨범은 어쿠스틱으로 나올 수 있어요. 어떤 곡보다도 더 신 나는 곡으로요.

- 제가 인터뷰를 준비하다 보니까 밴드를 여러 팀 하셨는데 음악색이 다들 조금씩 다르더라고요.

사실 하고 싶은 음악은 훨씬 더 많아요. 궁극적으로 늙어서는 엠비언트(ambient, 환경과의 조화를 고려한 음악)를 하고 싶고, 브라이언 이노(Brian Eno, 영국 출신의 대표적인 엠비언트 아티스트)를 워낙 좋아해요. 환경음악, 힐링음악…. 가사는 없지만, 당신들의 상상력을 자극해 긍정적으로 만들 수 있는 음악을 궁극적으로 할 거고요. 실용음악 쪽, 되게 미니멀한 쪽, 그런 것들 많죠. 너무 많아서 그런 것들이 다 들어가 있죠.

일단 단편적으로 말하면 아토파가 하드록이고 개러지한 음악이라고 생각하겠지만, 일렉트로닉이라는 감성을 가져와서 만든 밴드예요. 일렉트로닉 음악을 전자악기를 사용해 표현하니까 저는 별로 멋있지가 않더라고요. 섹시하지 않은 거지요. 반면 어쿠스틱한 부분은 그렇게 접근했고요. 일렉트로닉을 아날로그로 접근해야 제대로 되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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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반대네요.

그렇죠. 케미컬 브라더스(The Chemical Brothers)가 그런 뮤지션이에요. 프로디지(Prodigy)도요. 록밴드가 연주하는 음악인데 일렉트로닉, 전자 악기를 사용했으니까 전 그렇게 보고 있어요. 행드럼(Hang drum)이라고 아세요? 우주선처럼 생긴 악기가 있어요. 둥둥둥둥둥~ 완전 아날로그죠. 전기 필요 없이 그냥 가지고 다니면서 연주하는 악기예요. 그걸 들으면 저는 트랜스(trance)가 생각나요. 정신적인 여행이 시작되는 상태가 트랜스인데, 우리는 일렉트로닉으로 쿵쾅쿵쾅 하는 걸 트렌스라는 장르라고 하잖아요? 그런데 트랜스라는 개념은 이래요. 내가 어디를 여행가는 거죠. 몸은 안 갔지만, 정신적으로 우주를 갔다가 다른 곳을 갔다가…. 그런 부분이 힐링 안에 있는 거죠. 행드럼 같은 연주를 들었을 때 나는 이게 트랜스라고 생각하는 거죠.

- 이번 솔로활동하면서 방송활동도 많이 했으면 좋겠다고 하는데, 딱 잘라 말해서예능 나가실 건가요? (디시이용자 '나무', '꼭다리')

예능은 어울릴 수가 없을 것 같아요. 쉽게 말해서 리얼리티 프로그램 나가서 물구나무 서 있고 그런 거는 방송에 해가 될까 봐 안 나가는 거예요.

- 라디오 스타 같은 토크쇼는요?

괜찮은 것 같아요. 생활 이야기하고 음악 이야기하는 건 괜찮은 것 같아요. 몸을 써서 개그를 한다는 건 좀 안 맞는 것 같아요. (웃음) 맞추고 싶은 생각은 별로 없어요. 내 이야기를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라면 괜찮아요. 토크쇼 같은 건 다 좋을 것 같아요.

- 팬들이 은근히 설레 하겠네요. (웃음) 솔로앨범은 어떤 느낌으로 제작하셨나요? (디시이용자 '샤웃한번만')

음악적으로요? 좀 더 와이드한 느낌이라고 해야 하나? 음악 전체가 와이드해지고 있어요. 그쪽에 욕심을 내고 있어요.

- 장르의 범위요?

아뇨. 표현의 범위요. 이번 앨범은 항상 배경을 생각했어요. 악기들을요. 기타 같은 건 스피커로 빵빵 터져 나오잖아요. 그 배경에 있어 들리지는 않지만 느낌으로만 줄 수 있는 것들이요. 믹스할 때 귀로 들리지 않는 노을을 만들어보자고 생각했어요. 몸으로 반응이 오는 거죠. 몸이 반응하면 정신과 몸은 한 몸이니까 다 반응할 것이라고 생각해요. 항상 귀로만 반응하는 걸 하니까 일차원적으로만 생각하고, 강압적으로 주입식이 되지 않았나 생각하고요. 뭔가 풍부한 사운드? 거친 사운드 속에 따뜻한 사운드가 들어가 되게 스위트한 느낌의 사운드를요. 스매싱 펌킨스(The Smashing Pumpkins)란 밴드가 있잖아요. 그 밴드가 퍼즈(fuzz, 기타연주와 앰프간의 울림 조절)를 걸고 부우우우웅~한 사운드를 했지만 그게 굉장히 스위트한 소리거든요. 외국 애들 표현으로 스윗하다. 엄청 강한데 그게 스위트해야 멋있어지는 것 같아요.

- 우리나라는 거친 느낌이 많죠.

그런 것들을 거칠게만 표현하는 것 같아요. 그러니까 음악을 들었을 때 피곤함이 몰려오고요. 일단 피곤한 게 싫고요, 포크송이 사람들에게 전달하는 힐링이 있고, 브라이언 이노가 전달하는 힐링이 있고, 핑크 플로이드(Pink Floyd)가 전달하는 힐링이 있고, 스톤 템플 파일럿츠(Stone Temple Pilots)이나 너바나(Nirvana)가 전달하는 힐링이 확실히 있잖아요. 힐링마다 스타일이 다 다른 거고, 저도 음악을 하는 궁극적인 목표가 힐링을 해 드리고 나도 힐링을 받는 거예요. 그러려면 되게 센스가 많아야 해요. 사운드적으로 톤이 많이 중요하고요.

- 그럼 이번 앨범 후반 작업에 시간이 좀 걸리셨겠네요.

사실 짧았어요. 오히려 아토파에서 싱글 두 곡 냈는데 그거 하는 데 한 일 년 걸렸어요. 그런데 이번 거는 한 달? 두 달?

- 짧네요.

네 곡 하는데 두 달. 그 안에 작곡까지 하고요. 저는 좋은 사람들을 만나면 창작력이 샘솟아요. 단독공연 준비하고, 솔로 앨범 녹음하고, 믹스하고, 가사 쓰고 하는데도 그 와중에 일곱 곡을 썼어요. 그달에. 좋은 기운을 받으면 아침에 일어나 바로 곡 쓰고. 하루에 한 곡씩 썼었어요.

- 쓴 곡 중에 이번에 들어가는 곡은 몇 곡이에요?

이번 솔로 때 한 곡 들어가고 아토파 단독공연 때 두 곡 불렀어요. 그거 말고는 다섯 곡 정도 더 있는 거죠. 그리고 가수에게 두 곡 줬고. 그런데 곡을 줬는데 음악을 안 한다고 하더라고요.

- 저희가 아는 가수인가요?

모르는 가수예요.

- 왜 음악을 안 한 대요?

곡이 싫었나 봐요. 하하하.

- 설마요. 싫은데 곡 달라고 했겠어요? (웃음)

그냥 달라는 소리는 안 했는데 줬어요. (웃음)

- 좋아하는 가수였군요.

아뇨. 제가 도움을 주고 싶었던 가수였어요. 곡 열심히 썼고요. 언젠가 누군가 부르겠죠. 내가 부르든가.

- 아무래도 나가수 이야기를 안 할 수가 없는데, 나가수가 본인에게 어떤 의미인지 궁금해요. 아무래도 대중적인 유명세를 얻었으니까요. (디시이용자 '안녕')

그 유명세도 있지만, 그것보다 개인적으로 봤을 때 그 당시 바로 직전이 인생에서 가장 큰 슬럼프였어요. 그래서 그때 되게 생각이 복잡했는데, 내 속에 있는 쓰레기들을 다 치우고 있는 시기였어요. 쓰레기를 치우다가 나의 근본적인 게 드러나기 시작했을 때였어요. '이렇게 하겠다'라고 생각하던 와중에 나가수 섭외가들어왔고, 그걸 실행할 수 있는 무대가 된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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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MBC

- 쓰레기라고 말씀하신 건요?

버릴 게 많으니까 쓰레기가 있던 거죠.

- 잡념 같은 건가요?

제가 미련을 가졌던 것 같아요. 쉽게 말해 입지 않은 옷이 많았던 거예요. 그걸 버리면 깔끔해지는데 안 입는데도 계속 놔두는 거예요. 그런 식의 집착과 정신이 속에 많았던 거죠. 그걸 버리고 있는 상태에서 나가수 제안이 들어왔는데 다 버리는 상황에서 나가는 기회가 된 거죠.

- 지금은 괜찮으세요?

네. 이제는 내려갈 일이 없을 것 같아요. 바닥을 치고 계속 내려가다 보니까 지구 핵이더라고요. 중심을 보고 다시 땅으로 올라왔어요. 하하하.

- 김바다 씨를 아는 분들은 김바다 씨가 항상 음정 박자를 무시하는 스타일인데 나가수 때는 그걸 철저하게 지켜서 의외였다고 하시더라고요.

그거 안 지키면 대철이형한테 혼나고, PD님한테 혼나고. (웃음)

- 그래요?

농담이에요. (웃음) 혼난다기보다는 보컬리스트로서 잘 해보자는 생각이었어요. 보컬리스트라고 저를 스스로 인정한 게 한 6년 정도 된 것 같아요. '

- 그전에는요?

그냥 기타리스트, 작곡가. 톤 만들고, 사운드 메이킹에 훨씬 즐거워했어요. 그래서 제 목소리도 톤 위주로 연습했지요. 멜로디를 지키고, 박자를 지키고 이런 부분은 그렇게… 이제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것 같아요. 하하하.

- 공연 때 가사 틀리시는 것도요? (디시이용자 '.', '유동시퀴', '샤웃한번만', '아나바다')

그건 잡념이 많아서요. 제가 작곡을 하고 편곡을 다 하니까 멤버들이 잘 못따라 오는 경우가 있어요. 항상 안 되는 곡들이 있어요. 한 번 안 되면 계속 안 되는 것들 있잖아요? '이 부분에서 잘 할까' 생각하다 보니까 가사가 떠나가고, 가사 까먹고. (웃음)

- 나가수 때는 가사 한 번도 안 틀린 게…. (디시이용자 '유동시퀴')

가사가 보이니까. 하하하. 바로 정면에 딱!

- 안 보이면?

어우, 정신없는 거죠. 힘들죠.

- '크게 라디오를 켜고' 가사는 언제 다 외우실 건가요? (웃음) (디시이용자 '샤웃한번만', '아나바다', '강종수')

그건 그냥 제 버전으로…. 하하하. (매니저: 가사는 정엽이도 못 외워요.) 고맙습니다. 하하하.

- 아, 안 그래도 이런 질문이 있었어요. 정엽 씨가 팬이라고 이야기했는데 정엽 씨랑 왜 연락 안 하느냐고요. (디시이용자 '안녕')

연락 왔었어요. 연락해요. 이정이랑도 연락 자주 하고요. 그런데 뭐 서로 바쁘니까. 그래도 내가 볼 때 동생들이 좀 부담스러워 하는 것 같아요.

- 약간 무서운 이미지가 있어요. 무대에서 전혀 안 웃으시는데 일부러 그러시는 건가요?

버릇이 되어서요. 어색해서. 요즘 많이 웃어요. 팍팍 웃는데?

- 시크함을 콘셉트인 것처럼 무장하신다, 이거죠. (디시이용자 '안녕')

무대에 서면 음악에 집중하고, 사운드가 나오면 사람의 성격이 변하잖아요. 음악에 맞춰서. '신기루' 같은 곡을 하면 감성에 빠지니까 눈을 감고 뭔가 지나갔던 과거를 되살리고, 'Mad 6'같은 노래를 하면 뇌세적으로 사람이 변하고. 그런 것들이 필이잖아요.음악은 보통 들어보면 즐겁기는 하지만 다른 즐거움이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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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약간의 우울함이 있는.

그렇죠. 다크함이 있으면서 그 안에서 벌어지는 아름다움 그런 것도 있고요.

- 솔직히 가사를 보면 너무 절망적인 게 있어서 가끔 너무 어두운 거 아닌가 걱정이 들어요.

어떤 가사요?

- 예를 들면 '개야 짖어라' 같은 곡이요. (디시이용자 '마리')

아, 그건 그 당시 저희가 짜증 났던 부분들이 많아서요. 너무 말이 많은 거예요. 사람들이 말이 너무 많고, 나도 그렇고. 가장 추악한 건 스스로 느낀건데 잘못했으면 '잘못했다' 이 말에 끝날 이야기인데, 그걸 어떻게 빠져나갈까 자기를 합리화하고, 이래서 이렇고 저래서 저렇고…. 그게 꼴 보기가 싫은데 돌아보니까 나도 그랬어요. '정말 우리가 합리화에 중독됐구나. 그래서 우리가 XX지. X같은 놈들이네' 이게 된 거죠. '창피한 이야기'라고 이야기하고 전체에 XXXX라고 한 거지 누구를 지목한 건 아니에요. 그때 누구도 있었지만.

- 누구에요. 누구. (웃음)

연락도 안 해요. (웃음)

- 시나위 시절에 엄청 싸우셨다면서요.

엄청 싸웠죠.

- 일화 좀 알려주세요.

그건 대철이형에게 허가를 받아야… 하하하. 많이 싸웠어요.

- 보통 밴드 하면 많이 싸우잖아요.

주먹질도 하고 그랬으니까요. 그런데 저는 같이 음악 하는 밴드 친구들도 나한테 그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가끔 해요. 그러면서 돈독해 지니까요. 남자들이 그런 면이 좀 있거든요. 주먹질 하다 보면 풀어지고. 제일 위험한 건 꿍한 거, 쌓아놓는 거예요. 그러면 한 방에 깨져요. 저는 팀 시작할 때 항상 이야기해요. '싸워야 한다, 짜증 나면 이야기해라 배설해라, 널 무시할 일은 없다'라고요. 보통 이런 이야기를 하면 '내가 X되지 않을까' 생각하는데 그건 용기가 없는 거예요. 용기가 없다는 이야기는 상대방을 생각 안 하는 거고, 팀을 생각 안 하는 거예요. 되게 이기적인 거죠. 팀을 생각한다면 싸워야 한다는 거죠. '네 이야기를 하는 거지만 사실 팀을 위해 네가 문제점을 제시하는 거다. 그러면서 팀이 돈독해지는 거고, 서로 이해하게 된다'라고요.

항상 싸우면 문제가 뭐냐, '네가 그래서 그랬잖아' 이렇게 되는 거예요. 너는 그래, 너는 그렇잖아. 항상 '너'를 이야기하는 것 때문에 문제가 돼요. 싸움이 시작돼 뭔가 풀어야 할 때는 '나는 이런 사람이다',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나는 원래 이런 걸 싫어한다', '나는 이렇게 해야 좋다' 이렇게 나를 알려주는 방식으로 싸워야 하는데 항상 '네가 그래서 그랬다', 만날 '너만' 그러니까 상대방만 계속 삿대질하는 거죠. 그러다 잘못되는 거죠. 그게 바로 현명하지 못한 거고, 전체를 생각하지 못하는 거죠.

- 그런 경험이 많으셨군요.

마흔 넘었으니까요, 살벌이 싸워왔으니까. 자신과도 싸웠지만 멤버들끼리와도 갈등이 많았고요. 관계라는 게 되게 쉬운 게 아니잖아요. 관계만 잘해도 인생 성공이에요.

- 시나위로 나가수에 출연하자 이야기를 들었을 때 받아들인 걸 보면 시나위 분들과는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던 것 같네요.

저는 부정적이고 나쁘게 헤어져 서로 안 보고 그러는 걸 되게 짜증 나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소인배들의 일이라고 생각해요. 저는 대인배가 되기 위해 항상 노력하는 사람이고, 먼저 손을 내미는 스타일이에요. 예전에 싸웠지만, 손을 내밀어서…. 사실 그 사람도 나쁜 사람은 아니거든요. '가서 손잡고 나와 좋은 거 해보자' 하는 게 시너지가 생기는 거니까요. 그걸 보고 항상 저는 손을 내미는 스타일이에요.

- 시나위 합류 전인 '탐캣' 시절이 알려지지 않았어요. 그 시절 이야기를 해주시겠어요?

요즘 콘트라베이스 치고, 머리 올리고 그런 스타일 있잖아요? 로커빌리(rockabilly, 로큰롤 힐빌리) 음악. 스트레이 캣츠(Stray Cats)같은 음악을 표방했었죠.

- 시나위 때문에 그만하신 건가요?

아뇨. 훨씬 전에 해체됐었어요.

- 그럼 인터넷에 '톰캣' 하다가 시나위 영입됐다는 이야기는 잘못된 거네요.

그런 거 아니에요. 그때 정말 열심히 했었어요. 방위 다니던 시절이라 퇴근하면 연습실 가고, 술 마시고 새벽에 들어가서 두 시간 자고 나와 근무하고, 또 연습하고.

- 안 피곤하셨어요?

버스가 있잖아요. 버스에서 자는 거죠. 그런데 음악 하는 걸 정말 즐거워해서 희한하게 열심히 했어요.

- 희한하게 열심히 하는 건 뭐예요. (웃음)

피곤할 만도 하잖아요. 사실. 그때는 20대 초반이고, 체력도 좀 쓸만하고. 체력이 허락되니까 하는 거죠.

- 탐캣 시절 음악을 팬들에게 들려주실 수 있나요?

그건… 촌스러워서 안 하려고 해요. 촌스러워요. (웃음)

- 본인의 역사잖아요.

기억이 잘 안 나고, 그 음원이 남아 있지도 않고요. 멤버들만 남아 있지. 그들도 기억을 못 하니까요.

- 팬들은 자기가 좋아하는 가수가 오랜 시간 동안 어떻게 음악적으로 변화를 보여오고 성장해 왔는지 궁금해하시거든요.

그러니까요. 막연히 떠올려보면 지금의 윤도현 밴드 스타일? 도현이가 초반에 했던 로큰롤스타일?

- 씩씩하고?

네. 그런 느낌이었던 것 같아요. 주위에서 그렇게 말씀하시더라고요. 그때 넌 그랬었다고. 목소리가 '어어어~' 하기 시작하면서 '야, 그거 좋은데 왜 너 자꾸 이렇게 가니? 난 이게 좋다'라고요. 얼터너티브 시절 스톤 템플 파일럿츠에 빠져서.

- 시나위는 어떻게 들어가셨나요? (디시이용자 'ㄴㅇㄹ')

집으로 전화가 왔어요. 제 동생 음악하는 거 아시죠? 정준이. 정준이가 전화를 받았죠. 그때는 저한테 누가 전화 오고 이럴 때가 아니라 '누가 나 찾냐?' 하니 '시나위래' 그래요. '시나위가 왜 나한테 전화하지? 시나위가 그 시나위 말하는 거야?' 하고 전화받는데 시나위더라고요. 그래서 '아 그래요? 만나죠 뭐' 하고 카페에서 만났어요. 그때 제가 테이프로 혼자 기타치고 작업했는데, 그거 들고 나가서 내가 이런 사람이라고 보여줬죠. 대철이형이 자기 차에 가서 듣고 오더니 같이 하자고 하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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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팬 분들은 김바다 씨가 있던 시나위 시절을 그리워한다고 해야 할까요?

저도 그리워요. (웃음) 좋았어요. 되게. 제가 20대 때, 황금기죠. 20대 중반, 스물다섯 때부터 했으니까. 그 시절을 그리운 거지 돌아가고 싶다는 건 아니에요. 그리고 그때 신을 다시 만들고 싶은 욕심이 있어요. 저는 처음으로 무대를 하면서 카타르시스를 느껴봤어요. '사람들과 같이 호흡하는 게 죽이는 거구나' 싶었어요.

'자유'라는 페스티벌이 있었어요. 제가 '개야 짖어라'에서 욕을 했잖아요? 예전에는 사전 심의가 있어서 그런 곡이 나오면 심의를 받아 공연 못 하게 되고, 앨범에도 못 들어가게 되요. 그런데 그때가 사전심의가 철폐된 시점이었어요. 그래서 자유 페스티벌이라고, 사전심의 철폐기념공연이 있었어요. 그때는 욕으로 난장을 했어요. 끝나는 거죠. (웃음) 서울대 강당에서 했었는데, 서울대 오래됐잖아요. 나무로 된 곳이었는데,그때 공연이 엄청 아름다웠어요. 사람들이 다 미치고, 나도 미치고 욕 막 해대고, 기타 던지고 부시고…. 우리가 XXX 하면 사람들이 '악~~'하는데, 그때 사람들이 미쳐 있는 광경에서 나는 가만히 있어서 지켜보는 거죠. 관망하는 상황. 그런데 사실은 더 미친 거죠. 중간 정도 미치면 나도 막 움직이는데, 완전히 미치면 가만히 있어요. 그걸 보는 거죠. 그 카타르시스가 아직 잊히지 않아요.

- 그때 관객들과 지금 관객들을 비교해보면 차이가 있나요? (디시이용자 '아나바다')

많이 차이가 있죠. 그때는 많이 능동적이었어요. 무대 올라오기 이전부터 서로 놀려고 미쳐 있고, 시한폭탄 하나씩 들고 무대 위로 뛰쳐 올라왔으니까요. 그때 기억에 남는 게, 체육관에서 공연하고 있는데 무대 위로 사람들이 막 올라오기 시작하는 거예요. 그런데 맨 앞에 있는 애가 차승우. 하하하.

- 문샤이너스요?

네. 하하하. 승우가 첫 번째로 뛰어 올라오더라고요. 기억이 나요. 승우가 맨 앞줄이었는데. 하하하.

- 요즘 록페스티벌이 많긴 하지만, 저는 조금 록페스티발같진 않더라고요.

록페스티발답게 흘러가고 있다가 상업적으로 가면서 '그렇다' 이런 느낌은 받아요. 뭐라고 해야 하나, 상업적인거죠. 록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파티가 되는 건 아닌 것 같고요.

- '나 거기 갔다 왔어' 하는 악세서리 느낌?

그런게 있어요. 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잘 놀았다 이런 느낌. 그냥 바캉스 같은 느낌? 음악도 있고 그런 느낌을 좀 받는데 좋아지려고 계속 이런 과도기를 겪는 것 같아요. 진짜 정말 찐하게 가는 날까지는 계속해야죠.

- 혹시 19금 콘서트를 할 계획은 있나요? (디시이용자 '샤웃한번만')

19금? 야한 것 아니에요?

- 욕 많이 하는 것도 19금 될 수도 있죠. (웃음)

욕을 하는 건 때에 따라 필요하면 가는 거지요. 일부러 욕을 해서 욕 페스티벌에서 만나는 사람마다 '안녕하세요'가 아니고 'XX하세요' 이건 어이없는 이야기고요. 하하하. 모르겠어요. 19금이라기보다는, 마릴린 맨슨 전 부인(디타 본 티즈, burlesque dancer)이 스트립 아티스트였어요. 1960년대 베티 페이지(Bettie Page)가 그 당시 아티스트였다면 그걸 요즘 하는 그런 아티스트가 마릴린 맨슨 부인이었어요. 제가 LA에 있을 때 그분이 개인적으로 우리를 초대해주셔서 공연을 봤는데 완전 큰 공장 같은 곳에서, 천장도 높은 곳에서 파티를 하는 거예요. 되게 높은 다각 무대, 한 사람 올라갈 수 있는 무대가 군데군데 박혀 있는데 거기에 스트리퍼들이 스팟 하나 받고 춤을 추고 있어요. 야하다는 느낌이 아니라 정말 멋있다는 느낌? 보고 이상한 생각이 드는 게 아니라 멋있는 거예요.

- 압도된다?

네. 디자인으로서 엄청 괜찮은 거예요. 그런 상황에서 공연하고 있다가 헤드라이너 개념으로 그분과 모든 스태프가 무대에 나와서 퍼포먼스를 하고…. 그런 것들이 19금이 될 수도 있겠죠. 여자들이 벗고 있으니까. 벗고 퍼포먼스를 하니까. 그런 거는 멋있다고 봐요. 베티 페이지라는 옛날 아티스트의 영상, 흑백 영상이었는데 코르셋을 입고 퍼포먼스 하는 게 한 벽에 꽉 차게 계속 나오고 있고. 멋있었던 것 같아요. 그때 음악신에서 백인음악을 리믹스하는 흑인DJ들이 있었어요. 도어즈(Doors)의 '라이트 마이 파이어(Light my fire)' 같은 걸 흑인 비트로, 힙합 비트로 리믹스했죠. 그 음악도 죽이는데? 이런 생각을 했었죠. 그런 게 19금이라면 19금인데, 하나의 아트가 되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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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약간 대중들에게서 공연 자체를 받아들이는 것을 어려워하는 분위기가 있어요. 록 페스티벌은 바캉스 같은 이미지가 있어 좋아하는데 일상적으로 하는 공연에 대해서는 친밀감을 주지 않는단 말이예요.

가고 싶어하는 욕구를 주지 않는다는 이야기인가요?

- 우리 주변에서 만날 공연이 있다는 것을 모르는 거죠.

그건 관심이 없어서 그런 거죠. 관심의 문제예요. 우리가 인디에서, 홍대에서 공연하는데 그걸 모든 사람이 알도록 전광판에다가 뿌릴 수는 없는 문제예요. 관심 있는 사람이 찾아서 오는 거고. 저 같은 사람은 음악이 관심이 있으니까 음악을 계속 찾고, 듣고, 그러다 보면 유튜브에서 제가 좋아하는 뮤지션 이름만 치면 연관된 같은 장르의 비슷한 뮤지션들이 검색 결과에 나와요.

저는 찾다 보면 진짜 발매가 얼마 전에 된, 유튜브에도 없는 그런 뮤지션들을 알게 돼요. 완전 신인들을 알게 되죠. 네덜란드의 인디밴드, 올라오고 있는 아이들을 알게 되면서 이 팀들이 공연을 어떻게 하나 궁금하게 되고, 그러면 가는 거고. 심지어는 되게 오래전에 캐나다 친구를 만났는데 2인조 밴드였어요. 10년 가까이 된 것 같은데 '데스 프롬 어보브 1979(Death from Above 1979)'이라는 밴드였어요. 드러머가 노래하고 베이스가 있고, 두 명이서 달리는 거였어요. 정말 좋았어요.

- 엄청 셌겠네요.

네. 제가 하고 싶어서 '차일드 오브 파이어니어(Child of Pioneer)'를 한 거예요. 베이스와 드럼으로 그냥 가는 거예요. 그런 거를 해봤는데 요즘 2인조 밴드 몇 팀있잖아요. 지금 2인조 밴드들은 약간 댄서블하고 트랜디한 걸로 가는 거고 얘네들은 살벌하게 가는 거예요. 베이스 퍼즈 걸어서 더럽게 가는데 정말 패셔너블하더라고요. 마스터크래프트(MSTRKRFT)라는 디제이 몰라요?

- 몰라요.

우리나라에 왔었는데 마스터크래프트가 그 당시 데스 프롬 어보브 1979 베이시스트였어요. 관심을 가지면 알 수밖에 없어요. 같은 나라에 사는데. 저 외국에 있는 것도 다 알고 있는데.

- 본인에게 가장 많은 영감을 준 뮤지션을 꼽아주신다면요?

그때마다 다른데….

- 이번 앨범으로만 한정을 짓죠.

솔로는 없는 것 같고요, 아토파는 재팬(Japan)이라는 밴드에서 모티브를 받았어요. 영국밴드인데, 듀란듀란(Duran Duran)보다 훨씬 예전에 듀란듀란 같은 밴드를 했던 팀이에요. 그 팀에 영감을 얻었죠. 그 팀 곡 중 '아트 오브 파티스(The Art of Parties)라는 곡이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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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긴 하루'라는 곡은 원래 나비효과 앨범에 넣으려고 하셨는데, 실제로 못 넣으시고 이승철 씨에게 그 곡이 갔어요. 조금 아쉽진 않았나요? (디시이용자 '안녕', '김뉴욕')

그런 적 없어요. 제가 불렀다고 해서 히트가 되고 제가 안 불러서 히트 안 되고 이런 건 없는 것 같고요, 곡마다 운이 있고, 운명이 있는 거니까요. 그 당시 일한 스태프 중 어떤 사람은 강력하게 긴 하루를 밀었어요. 그런데 모든 사람이 첫사랑을 밀었어요. 그 앨범은 제 의지가 별로 없었어요.

- 그래서 공연 때 당시 곡을 잘 안 부르시는 건가요? (디시이용자 'ㅇㅇ', '쌍조')

저와 잘 맞는 곡은 아니에요. 사실. 저는 멜로디 많은 곡을 잘 못해요. 음정도 불안한데 뭐 이렇게 멜로디가 많은지. 숨쉬기도 어려운데. (웃음) 게다가 음도 엄청 높아요. 힘든 것 같아요.

- 저는 기획사의 힘이 많이 들어간 앨범이라 그런가? 했죠.

베이스 치는 (정)한종이가 '우리도 한 번 대중적인 거 해보자' 그런 이야기를 해서 '그래 그럼 한 번 해보지 뭐' 하고 해봤는데 역시나… 솔잎 먹자 했죠.

- 시나위를 끝내고 나비효과까지 의외로 공백기가 있더라고요. (디시이용자 '김정남얼빠')

3년 정도 있었어요. 나비효과를 만들었는데, 이런 스타일의 나비효과가 아니라 원래는 글램록을 추구하는 밴드였어요. 저는 원래 글램록으로 시작해서 글램으로 한번 해보고 싶었어요. 옛날 친구와 같이 글램록, 티 렉스(T. Rex), 데이빗 보위(David Bowie)같은 거 한번 해보고 싶었어요. 그럴려면 살을 빼야 하지 않냐 해서 64kg까지 빼고, 그렇게 피골이 상접한 사람들 몇 명 모여서. 하하하. 곡 많이 만들었죠. 그때 '하늘빛' 썼고, 나비효과 때 히든 트랙 해서 뭐 하나 또 있어요. 그 노래가 그때 쓴 거예요. 나머지는 다시 새로 만난 멤버들과 약간 가요처럼 만든 곡. 사실 궁극적인 거는 '스웨이드(Suede)' 1집이나 그런 걸 한 번 해보려고 했어요.

- 그런데 결과물은?

첫사랑이 된 거죠. 저 술 취한 날 전화기 안 누르거든요. 꽃다발도 잘 안 사는데 내용이 그러니까…. 내 이야기는 아닌데 한 번 해보자 했죠. 좋은 곡이에요. 또 전해성이 좋은 작곡가가 됐잖아요. 그때 이후로 되게 유명해지셨어요. 저는 그게 정말좋고, 그 친구가 고생 오래 했는데 지금은 완전 스타작곡가잖아요. 전 그걸로 만족하고 있어요. 곡도 좋고, 그 시절도 내 것이고…. 그런 과정 좋아요. 사람이 방황도 할 수 있어야죠.

- 나비효과 1집이 락의 본질을 망각한 것 같다는 평도 있었어요. (디시이용자 '아나바다')

망각을 한 건 아니죠. 그랬으면 제가 앨범을 그렇게 안 만들었겠죠. 다른 곡들은 어떻게든 락을 한 번 섞어보려고 하다가 그때 고민할 때 '개야 짖어라' 하고. 그런 이유는, 락은 가지고 가야 하는데 갭이 너무 다르잖아요. 첫사랑과 개야 짖어라. 말이 안 되죠. 한 사람이 그걸 왜 불러요.

- 저 깜짝 놀랐어요. 이렇게 풋풋하시다니. (웃음)

1집 하고 제가 화가 난 거죠. '2집 때는 센 거 가야겠다, 야 치마 좀 줘봐' 그래서치마 입고 일렉트로닉 했죠. 60년대 건반 하나 사서 연주 하고, 다리 쫙쫙 벌리고. 그랬는데 아이라인 그리기도 피곤하고. 저는 사실 계속 시도를 했어요. 그런데 그때 앨범은 지금 들어도 기승전결이 없는 앨범. 책으로 보면 스토리 없고 이 곡 넣고, 저 곡 넣고, 이 곡도 한 번 넣어볼까? 그런 식이고, 뭔가 정체성의 혼란이 엄청 많은 앨범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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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비효과

- 예전에 박완규 씨가 일관성 없는 앨범에 대해 '편의점 같은 앨범'이라는 표현을 하셨어요.

그런 느낌이 있어요. 별로였어요. 전체적인 앨범 완성도에서는 별로였던 앨범이었고, 첫사랑이란 곡이 사람들이 많이 공감하고 했던 부분에서는 되게 좋은 앨범이었고. 되게 아이러니한 앨범이에요.

- 그럼 혹시 '시나위에서 나온 이후 바로 솔로 앨범 냈으면 괜찮았을까?' 생각은 안 하셨나요? (디시이용자 '김뉴욕')

안 했어요. 오히려 밴드 느낌 없이 완전 팝으로, 비틀즈 팝 버전으로 갔으면 훨씬 좋았겠죠. 프로듀서가 붙어서 나는 노래하고, 작곡자 다 있고, 그렇게 되면 오히려 나았을 뻔했는데 곡을 우리가 다 쓰기 시작하면서 포인트가 안 생기는 것 같아요.

- 애매해졌군요.

그런거죠. 록밴드가 발라드를 하기 시작하니까 정체성에 혼란이 오기 시작하더라고요. 리스너들이 느낄 정도면 본인은 살벌하게 느낄 정도죠. 되게 외로운 거죠.

- 부활은 록발라드를 타이틀로 하는 밴드인데, 안 좋아하시는 거 아닌가요?

제 스타일은 아니지만, 곡 자체, 멜로디는 되게 예뻐요. 태원이 형이 쓰는 멜로디 특징이 있잖아요? 그 형의 고뇌라고 할까. 그런 것들이 많이 느껴지기도 하고요. 밴드마다 다 색깔들이 있는 거니까 그걸 인정하는 건 당연한 거죠. 저는 파풀러한 느낌의 미국 밴드들별로 안 좋아해요.

- 상업적인 느낌이 나는?

네. 상업성이 있으려면 와이드한 느낌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핑크 플로이드의 '위시 유 워 히어(Wish you were here)' 이런 곡은 되게 좋아하는데, 팝스러운 곡들을 안 좋아했어요. 그런데 사이먼 앤 가펑클(Simon & Garfunkel)의 '트레블링 보이(Traveling Boy)' 같은 건 눈물 질질 흘리면서 들었죠. 그런 건 되게 진한 부분이 있어요.

- 뭔가 찡한 게 와야 좋아하시는군요. 특정 장르가 아니라.

네. 찡함이 와야 하는데, 부활의 음악은 선배님이니까 관심을 두지만, 음악에서 제 취향이 아니었던 건 사랑 이야기가 많아서 공감이 안 되는 것 같아요. 제가 그런 종류의 사랑을 해본 적이 없고, 좀 너무 슬프고. 눈물이 많은 음악 별로 안 좋아해요. 부활의 음악은 되게 아름다운 거고, 억지로 눈물을 짜내려는 게 없어서 좋아요. 그런데 일부러 울게 하는 거, 연기가 들어간 느낌이 들어가면 별로 안 좋아해요. 재미가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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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런 면에서 이 노래는 대중들이 꼭 들어줬으면 좋겠다.

'리커버(Recover)'요. 나의 발라드죠. 나만의 발라드. 아무도 하는 것 못 봤어요. 그 곡 많이들 좋아하시고, 어떤 분은 되게 어려웠던 시절을 그 곡으로 이겨냈다고 하시더라고요. 저도 그랬고요. 그 곡은 제가 잠이 안 와서 너무나 혼란스러울 때 갑자기 일어나서 가사를 쓰기 시작한 곡인데, 좀 내용이 힘들 분들에게 공감하시길 원하는 거고요.

- 팬들이 '오빠 노래 듣고 힘을 얻었어요' 피드백 받으면 기분이 어떠세요?

그것만큼 보람된 건 없죠. 제가 존 레논에게 받았던 것들이니까. 희망이 돼요. 위로가 되니까요. 나이 먹으니까 자꾸 철학에 꽂히네요. 말 많아지고. (웃음)

- 아니에요. 좋아요. 저는. (웃음) 팬들 보니까 아저씨라고 하는 분들 되게 많더라고요. 그런 팬들 보면 어떠세요? 아저씨 하지마. 오빠 해! 이런 건가요? 하하하. (디시이용자 '.', '마리', '꼭다리')

그런 거 없어요. 그런거 이야기하는 순간 아저씨에요. (웃음) 제일 싫어해요. 친구들이 '아저씨라고 하지 마' 그러는 순간 창피해서…. 하하하.

- 그런데 요즘 어린 팬들은 공연장 가서 부딪치고 노는 걸 조금 부끄러워하는 것 같아요.

신이 없어서 그런 거예요. 지금 부딪치고 노는 거 부비부비밖에 없잖아요. 그건 당연히 부끄럽지요. 모르는 사람이 부비는데. 하하하.

- 가만히 서서 보는 게 다더라고요. (디시이용자 'ㄸㄹㄹ')

일본이 그래요. 일본 팬들이 그런 편이더라고요. 그걸 부끄럽게 보는 게 아니라 같이 하나가 되는 분위기로 보면… 미국이나 그쪽 나라 사람들 보면 지나가는 사람에게 눈인사하고 그러잖아요. 서슴없이 이야기하고. 부산이 그렇더라고요. (웃음) 음식점에서 누가 이야기하면 다 이야기하고 있더라고요.

- 다이나믹한 도시군요.

네. 그런 게 있더라고요. 서슴없이 그렇게 하는 부분이 공연장에서 있었으면 하는 생각이 들어요. 서로 섹슈얼한 점에서 부딪히는 게 아니라 신나게 놀다보니 부딪칠 수 있는 거잖아요.

- 그러다 팔도 부러지고. (웃음)

영국에 공연을 보러 갔는데 살벌하더라고요. 막 미친 듯이 놀고 있는데 앞에서 여자애 하나가 실신했어요. 그러니까 애들이 놀다가 걔를 운반해주고, 운반 끝나면 놀고. 그게 좋은 거죠. 사실은.

- 김바다 씨는 독특한 창법이나 특유의 무심한 듯 건조하고 강력하고 거친 보이스라 호불호가 큰 보컬인데, 본인의 목소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저요? 하아… 글쎄요. 마음대로 부르고 있는 것 같아요. (웃음) 느끼는 대로 부르는 것 같아요. 제게 그런 말씀 많이 하시더라고요. 장르가 변하면서 목소리도 많이 변한다고, 이 앨범이 이 사람인 줄도 모르겠다고요. '첫사랑 부른 사람이었어?', '슛 더 칙스(Shoot the chicks)가 저 사람이었어?'

저는 제 마음대로 받아들이는 걸 좋아해요. 그 순간, 찰나의 순간이 지나가는 느낌을 굉장히 좋아해요. 한 번 터지기 시작하면 계속 곡을 쓰는 이유도 그거예요. 바로 그걸 메이킹해버리니까. 잼도 좋아해요. 약속하지 않았는데 서로 눈빛 보고, 난 이리 가는데? 난 저리 갈래! 그러면서 재밌는 상황이 벌어지고. 노래도 그런 것 같아요. '전체적인 디자인으로 봤을 때 이 곡은 이렇게 불러야지' 해서 되게 빠른 노래인데 되게 약하게 부를 수 있거든요. 반대로 터지는 부분에서 속삭이듯 부르면 디자인이 달라지고요. 그런 식으로 '여기서는 속삭여보자. 그럼 앞도 살고 뒤도 살겠다' 이렇게 순간적으로 캐치하는 감각을 사용하니까 음악에 따라서 변하는 보컬일 수도 있는 것 같아요. 팬들이 말씀하시는 것들이 그렇더라고요.

- 독특한 창법이라서 어떻게 터득했나 궁금해하시더라고요. 따로 보컬을 배운 적은 없다고 들었거든요. (디시이용자 '목빠')

네. 배운 적은 없고 혼자 트레이닝을 했는데 제가 기타메이킹, 사운드 메이킹에 관심이 많았어요. 보컬로 시작하지 않고 기타리스트로 시작했고, 톤을 중요시했으니까요. 톤을 만들다 보니 톤을 잘 잡아서 드럼도 잘 잡고, 기타, 베이스 해서 소리를 잘 잡아 녹음을 해놨어요. 그럼 거기 보컬이 올라가야 하잖아요. 보컬톤이 죽이게 나가야지 완성이 되고 스타일리시한 음악이 나오는 거라 톤을 연구했어요. 보통 사람들처럼 피아노 치면서 멜로디, 음정 연습하는 건 안 하고요.

그리고 어릴 때부터 질투심이 있었어요. 외국 사람들은 늙어서도 똑같은 톤 나오고, 늙어서 노래 부르는데 더 좋은 거예요. 거의 그렇잖아요. '나이 들었으니까 이정도만 하면 되지' 하는데, 속상함이 있고 질투심이 있는 거예요. 어떤 사람들은 구조가 다르니까 우리는 안 된다고 이야기하더라고요. 저는 그걸 안 믿어요. 그런 게 어딨어요. 똑같은 인간인데. 걔들은 우주인이야? 그래서 저는 연구를 해봤어요. 제가 일단 몸을 쓰면 목소리는 분명히 변할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 몸을 쓴다는 게?

관절이나 이런 건 늙으면 퇴화되는 게 당연한 거잖아요. 어떻게 거스를 수 없는 부분입니다. 그럼 목을 쓰면? 목도 소모품인데. '오늘은 빨리 쉬었네' 이렇게 되는 상황이 발생하는 거죠. 그래서 안 늙는 부분이 어딘가 찾았어요. 공간밖에 없어요.

- 공간이요?

몸 안에 있는 공간, 코 위에 있는 공간, 뼈 안에 있는 공간, 머릿속 통 공간. 통으로 보는 거죠. 그 공간을 이용하면 늙지는 않겠다고 생각한 거예요. 그래서 연습한 과정이 해변에서 뛰는 거예요. 숨이 막 올라오는데 노래를 불러요. 그럼 한 마디도 못불러요. 숨이 차니까. 그런 과정을 통해서 연습했죠. 숨이 왔다갔다 하는 통로는 당연히 공간이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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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무나 생각 못하는 것 같네요.

나만 생각하는 거예요. (웃음) 혼자 고민을 많이 한 것도 그렇고, 좋은 톤을 만들려고 서른살 때 노래를 되게 많이 했어요. 두시간 자고 노래하고, 한 시간 자고 노래하고. 졸리면 자고, 일어나고 싶으면 일어나서 노래하고 자고, 하루에 대여섯번 자는 거죠. 그렇게 일주일을 노래했는데 일주일 만에 소리가 나오더라고요. 작은 소리로 연습했거든요. 작은 소리가 두터워지면서 내가 입으로 노래하는데 귀에서 제 노래가 들리기 시작하는 거예요. '그동안 내가 내 노래를 안 듣고 있었구나' 생각이 들었어요. 애들 가르쳐보니까 자기가 뭘 하는지 모르는 사람이 많더라고요. 그런데 자기가 자기 노래를 듣는 거죠. 그러면서 점점 생각의 확장이 들어가고, 노래 부르는 걸 잊어버리는 거예요. 자기 노래를 리스너 입장에서 듣고 있는 거죠. 거기까지 가면 철학으로 가는 거죠.

- 구도자 같아요.

그렇게 되는 거예요. 그게 과학적인 이야기인 거고, 어려운 이야기가 아니에요. 음악을 잘하려면 음악을 들어야 할 거 아니에요? 내가 뭘 하고 있는지 알아야 할 거 아니에요. 학생들은 일차원적으로 자기가 하는 거만 봐요. '연주했다 '가 '들린다'가 되어야 해요. 내가 치고, 내가 들어야 한다니까요. 그런데 연주하는 거만 생각해요.

- 하나만 집중하기도 어려우니까요. 일단 연주를 잘해야 하니까.

들리면 즐거운 거죠. '내 걸 치니까 쟤가 이렇게 들어오고, 드럼이 이렇게 들어오고. 그러니까 재밌네'라고 즐기면 되는 거예요. 연주하는 거에 스트레스 받고 '이렇게 쳐야 하는데 여기서 틀렸다' 이게 아니라 틀린 게 상관없이 전체적으로 보는 거예요. '지금 분위기 좋은데?' 이렇게요.

- 사실 틀리면 창피한데요.

틀린 게 창피한 게 아니라 틀려서 주눅 드는 게 창피한 거예요. 주눅 드는 순간 창피한 거죠.

- 그럼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연주자로서 주눅들지 말고 자기 음악 잘 들어라' 이건가요?

아니요. 놀아라. 즐겨라. 항상. 우리 아들에게도 이야기해요. 계속 놀라고. (웃음)

- 몇 살인데요?

초등학교 2학년, 7살.

- 알아들어요? (웃음)

걔들은 잘 알아듣죠. 하하하. 우리는 때가 많아서 못 알아듣는 거지요. 사심이 많아서. 걔들은 '놀아라' 그러면 알았어!~ 하고 바로 노는데요. 하하하. 나는 애들과 제일 잘 통해요. (웃음) 노는 게 즐기는 거기 때문에 그 안에서 많이 얻어요. 거기서 실수하면 자기가 바로 알아요. 그런데 누가 시켜서 실수하면 실수라는 걸 몰라요. 그냥 '혼날 텐데'라고 생각하죠. 실수라고 보니까. 자기가 즐기고 있다가 실수하면 알아요. '이건 실수구나, 상황이 안 좋구나' 그게 응용력이고 교육이죠.

- 스스로 고쳐라?

스스로 느끼게 해주는 게 부모의 역할이고 선배의 역할인 것 같아요.

- 자주 목에 둘러매시는 머플러에는 사연이 있나요? (디시이용자 '송장군)

감기 안 걸리려고요.

- 요즘 목이 안 좋으시다로 들었어요. (디시이용자 '김정남얼빠')

이번에 무리해서요. 목이 안 쉬는데 이번에는 목이 쉬더라고요. 공연은 두시간 반 정도지만 연습할 때는 세 시간 넘어가거든요. 네 시간, 많게는 다섯시간 넘게 노래를 하는데 그거 끝나고 녹음을 하니까 하루에 8시간 정도 노래를 불러요. 맛이 가는 거죠. 그걸 하면서 내가 참 또 욕심부렸구나 싶었어요. 욕심부리면 기간이 더 늘어나거든요. 상황 봐서 자기가 잘 컨트롤해 '오늘은 안 돼 내일 할래' 그러면 내일 마감이 되는데 '시간 없으니까 오늘 하자' 그러면 일주일이 흘러가버리더라고요.

- 얼마전에 팬카페에서 100문100답을 하셨는데 록은 패션이라고 말씀하셨어요.

제가 어릴 때 펑크를 좋아했는데, 저는 LP 시대였어요. 레코드판 그걸 들고다니는데, 비닐봉지에 안 넣고 그냥 들고 다니는 거예요.

- LP 다치면 어떡해요.

상관없어요. 저도 악기 일부러 다치게 하는 거예요. 막 던지고 그러잖아요. 막 쳐야 돼요. 그래야 말 잘들어요. 자전거도 그렇고요. 말하자면 그게 서로 같이 노는 거지요. LP를 일부러 가지고 다녔다는 건, 그게 나에게 패션이었거든요. 섹스 피스톨즈 앨범에 'Nevermind The Bollocks, Here's The Sex Pistols'라고 써있잖아요. 문구 자체가 굉장히 선정적이면서도 재밌으면서 황당했어요. 크라잉넛 나오기 훨씬 전에 완전 옛날에. 크라잉넛이 그 마인드로 방송을 하니까 사람들이 와~ 하는 거죠. 그 옛날에 제가 더 크래쉬(The Clash)랑 섹스 피스톨즈 같은 펑크밴드들 앨범 사서 가면 우리 동네에 그런 애가 없는 거죠. 다 소방차 듣던 시절인데. 그걸 들고 다니는 거죠. 청바지 입고. 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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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음악이 아니라 본인을 꾸미는 건가요?

그게 음악인 거고, 록인 거예요. 롤링 스톤즈(The Rolling Stones)가 멋있는 이유가 그게 있어서에요. 그 사람들이 할아버지 행세를 하고 있다고 생각해봐요. 그 음악이 안 나온다니까요. 키스 리차드(Keith Richards)는 아직도 두건 하고 있잖아요. 할아버지인데. 그런데 진짜 멋있잖아요. 패션이에요. 그런 거죠.

- 외향을 신경쓴다는 건가요?

문화라는 거죠. 한때는 모델들이 록 밴드 티셔츠를 입는 유행이 있었어요. AC/DC, 롤링 스톤즈 혓바닥 나온 거 엄청 입었잖아요. 그걸로 디자인된 티도 있고. 외국 애들은 롤링스톤즈를 존경하면서, 즐기면서 입는 거고, 우리나라는 잘 모르고 입으니까 입는 건데, 패션은 문화를 알고 해야 완성이 되는 거예요. 그게 깊이가 있고 더 재밌는 거죠. 그런 맥락에서 일부러 이야기한 거였죠. 음악은 패션이라고. 저는 기타 좋은 걸 많이 써봤으니까 기타도 패션이라고 이야기해요. 톤을 다 만들 수는 있으니까. '된장녀' 이런 거 있잖아요? 나도 된장남이었어요. (웃음) 깁슨이나 펜더 아니면 안 썼어요. 정말 럭셔리 명품만 쓰는 거예요. 그런데 지금은 상관없어요. 30만 원짜리 기타든, 20만 원짜리 기타든 모양만 좋으면 사고 써요. 톤이야 다 만들면 되니까. 소리만 나면 되니까. 그게 잭 화이트(Jack White, 화이트 스트라입스 멤버)가 하는 이야기에요.

- 같이 했던 답변 중 팬들을 멘붕하게 만든 이상형 고아라. 이건 어떤 의미인가요? (디시이용자 '유동시퀴')

무슨 의미긴요, 제가 좋아하는 스타일인 거죠. (웃음)

- '지금의' 고아라라고 강조해서요. 하하하.

어린 느낌을 별로…. 되게 눈빛이 깊어졌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마라톤 하는 영화(페이스 메이커)를 봤는데 되게 매력 있더라고요. 생긴 거 보지는 않아요.

- 예전에 한국 음악이 고급스러워지고 수준이 높아지길 기대한다고 말씀하셨던 적이 있어요. 지금은 그렇게 된 것 같아요?

앞으로 그렇게 될 것 같아요. 일단은 국가 자체가 선진국을 지향하고 있잖아요? 진짜 선진국이 되려면 문화가 발전해야 해요. 잘 먹고 잘 산다고 해서, 돈이 많다고 해서 행복한 건 아니니까요. 즐겨야지 행복한 거니까 그런 면에서 아까 페스티벌이 재미가 없지 않냐 말씀하셨는데, 그런 것들이 과도기라고 보는 거죠. 음악선진국처럼 다들 즐겁게 다 즐길 수 있는 상황이 되면 그게 되길 원하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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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돌들이 거친 이야기를 가끔 하잖아요. 가사에서 '널 가질 거야' 이런 거. 프린스(Prince)가 그런 이야기를 많이 했었어요. 그렇게 사는 사람이 그런 이야기를 했을 때 정말 확 느껴지는데, 약간 상업적으로 많이 사용되지 않나 싶어요. 재중이와 작업도 해봤지만, 아이돌들 정말 열심히 하는 아이들이에요. 저는 록밴드 아이들에게도 해주고 싶은 말이 있어요. 아이돌들도 열심히 하는데 너희는 그만큼 열심히 하느냐고요. '하루에 열두 시간 안무연습 할 수 있어? 걔들은 한다. 그런데 너는 연주 연습해?' 이렇게 된다고요. '그런 식으로 하면 우리는 승산이 있는 거다, 지금 신이 없다고 투덜거리지 마라' 그렇게요.

- 신이 만들어져도 매체가 외면하면 어렵지 않을까요?

아니에요. 신이 많으면 매체는 외면할 수 없어요.

- 1990년대 말에서 2000년대 초 신이 어느 정도 개척됐지만, 저는 그때도 매체에서 호의를 보이지 않았다고 생각해요. 2008년 장기하와 얼굴들이 뜰 때는 호의적으로 받아들여졌지만, 그것도 일부분이었다고 보고요.

일부분이죠. 사실. 첫 번째로 뮤지션들 자체 책임이 커요. 회사 만드는 사람들이 돈 안 되는 음악 못 하죠. 1억 들여 제작했는데 1000만 원도 벌기 어려우면 누가 해요. 음악이니까 저는 계속하는 거지, 제가 사업을 하고, 회사원이라면 이 회사 옛날에 그만뒀어요. 음악 하는 사람들은 자기 좋아서 하는데 회사가 마케팅이 안 좋아서 내 음악이 안 알려졌다? 물론 영향은 있겠지만, 그것만의 영향은 아니라고 봐요. 음악이 후졌으니까 안 된 거예요. 그걸 이야기하는 거죠.

지금 아이돌들 음악 굉장히 좋아요. 점점 세련되어져서 록 하는 사람들 긴장 많이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지금 아이돌들이 록비트를 쓰고 있어요. 그게 신 나는 걸 아니까. 그런데 걔네들은 멋있잖아요. 몸매도 좋고 예쁘잖아요. 그럼 우리 장점이 뭐냐, 엄청 터프하고 남자냄새 나는 거예요. 오리지널리티를 우리가 가지고 있어, 하지만일부예요. 이 신이 흘러가는데 자기네들도 같이 입 벌리려고만 해요.

- 따라간다는 말씀이신 거죠?

전체적인 음악신을 따라가는 거예요. 그걸 욕할 수는 없지만, 그걸 잘 이용해서 록밴드만이 가지는 거친 부분이라든지, 인디에서 벌어지는 센스있는 음악이라든지 센스있는 어프로치가 필요해요. 칵스, 아폴로 18이나 갤럭시 익스프레스, 옐로우 몬스터즈 같은 팀들, 되게 잘하고 있어요. 그런 팀들이 많아졌으면 좋겠고, 저는 그 친구들에게 고맙다고 이야기해요. 그렇게 접근하면 승산이 있다고 보고요. 진짜 애들 열심히 해요. 제가 이야기한 밴드들은 정말 열심히 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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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위 시계방향으로 칵스, 아폴로 18, 옐로우 몬스터즈, 갤럭시 익스프레스

- 열심히 안 하는 밴드가 많이 있나 봐요. 그렇게 말씀하시는 거 보니까요.

연주를 열심히 하고, 만날 모여서 합주를 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뭘 해야겠다고 자기가 생각하는 거? 지금 이 신이 이렇게 됐는데 내가 진짜 하고 싶은 음악, 내가 표현하고 싶은 느낌, 내가 입고 싶은 옷 여러 가지를 다 구상해서 스스로 사람들이 혹하게 하는 그런 요소들을 찾아가는 그런 밴드들이 많이 생기고 있어요. 거기서 자포자기하는 밴드들이 있단 말이에요. 부정적으로. '이거 안 되니까 그냥 하는 거야'라고. 회사원보다 더 회사원 같은 아이들도 있고요. 그런 친구들에게 이야기하는 거예요.

- 예전에 '가장 창조적이어야 할 인디가 가장 상업적이 되어가고 있다'라는 말을 들은 적 있어요.

그런 것 같아요. 제가 1990년대 시나위 했던 시절의 홍대신과 지금 홍대신은 달라요. 홍대신이 훨씬 더 평범해졌고, 오히려 메인스트림보다 홍대신들이 더 평범한 것 같아요.

- 지금 40대시잖아요. 2, 30대와는 다른 록커 김바다가 됐을 것 같아요.

이제 음악이 이런 거구나 조금 알 것 같아요. 예전에는 그냥 내가 하고 싶은 음악을 추구했다면 지금은 음악이 가지고 있는 본질에 대해서 생각해요. 음악은 사람을 위로할 줄 알아야 하고, 사람들을 신 나게 하고, 듣는 사람으로 하여금 자신을 멋있게 만들어줄 수 있는 훌륭한 액세사리가 되어야 하고. '나를 위한 게 아니라 사람들을 위한 거구나' 라는 생각을 이제는 많이 하게 돼요.

- 어떻게 보면 창작자로서 자신의 신념 같은 게 줄어들 수도 있지 않을까요?

신념이라는 게 오히려 더 많이 생긴 상태죠. 더 단단해지고요. 어릴 때는 어리니까 불안하잖아요. 자신의 신념 자체가 단단하지 못하니까 뭔가 내 것만 추구하게 되고, 내 것을 다지게 되고. 이제는 다진 것 같으니까, 이제는 이게 무너질 일이 없으니 사람들을 생각하게 되는 거죠. 그래서 불혹의 나이라는 게 실감 되더라고요. 다른 거 생각 안 되고요. 이미 정립돼 있으니까. '그냥 다른 거 하지 뭐' 그렇게 되는 거죠. 중요한 건 음악 스타일이 아니고, 멜로디가 아니고, 에너지인데. 어느 정도까지는 '나는 할 수 있으면 해야지' 하는 생각이 들어요.

- 앞으로 로커 김바다의 삶은 어떠실 것 같아요?

그냥 이대로 똑같이, 변함없이 50, 60, 70살이 되고, (웃음) 계속 없는 장르 추구하면서. 하하하. 없는 거 많거든요. 지금. 저는 사는 게 어떻게 보면 되게 즐거운 거라는 생각이 들어요. 없으니까. 없으니 제가 하면 되잖아요.

- 개척하시는 거 되게 좋아하시나 봐요.

좋아해요. 모험하는 거 좋아하고요. 없으니까 하는 거죠. 너무 흔하면 안 해요. 음악은 흔한 거 하면 안 되죠. 재미없잖아요. 쟤도 하고 쟤도 하는데 내가 하면 뭐 해요. 없는 걸 해야죠.

- 같이 해서 즐거울 수 있잖아요.

그런 신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요. 내가 하면 누군가 같이 했으면 좋겠어요. 록스타가 누구 한 명 나오면 '나같이 새로운 걸 추구하는 사람이 록스타가 됐어' 이렇게 되고, 그럼 신이 완전히 생기거든요. 쉽게 말해 대형 아이돌 기획사가 이 음악을 제작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면 신이 다 바뀌는 거고, 그 순간 왕 되는 거죠. (웃음)

- 그 순간 빠져나와서 다른 신을 만드실 건가요?

그 신 자체가 계속 새로운 걸 해내는 거니까요. 너바나가 처음 'Smells like teen spirit'으로 완전히 스타가 되고 나서 다음 앨범은 말도 안 되는 크레이지 록을 했잖아요. 노이즈 넣고. '이래도 너희 들을래?' 했는데 듣잖아요. (웃음)

- 하하하. 긴 시간 수고 많으셨습니다. 마지막으로 동영상 인사말 남겨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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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려다 보느라) 고개가 아플 정도로 큰 키에 상대를 압도하는 듯한 그의 무표정에 사실 많이 겁도 먹었는데, 2시간에 육박하는 인터뷰 시간 동안 이런 선입견은 아주 많이 사라졌다. 자주 웃고, 속된 말도 '드립'도 종종 섞어가며 재밌게 이야기를 이어가는데다 본인을 이해시키기 위해 세세하고 꼼꼼한 설명까지 잊지 않으셨으니, 고맙고 즐거운 인터뷰였다.

그와의 인터뷰를 관통하는 단어를 꼽아보자면 '공감'과 '힐링'이었다. 대중들과공감하고 싶다고 이야기하고, 자신의 음악을 듣고 힘을 얻었다는 리스너들의 반응을 '희망'이라고 전했다.경쟁만 남아있고, 위로가 잊혀진 세상에서 내가 모르는 누군가 나를 생각하고 있다면 그보다 행복한 건 없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대중을생각하고, 향했다는그의 새 앨범이 거친 세상에 상처받은 이들에게 선물이 될 것이다. "네가 없는 하늘은 하늘 없는 지구"라고 외쳐주는 사람이 있다는 게 고맙고,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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