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우 "정도전, 매 장면이 도전…이제 제 연기 하고 싶어요"

'정통사극이라는 장르가 있었나' 할 정도로 2000년대부터 TV 및 영화의 대세는 퓨전사극이었다. 역사적 사실을 나열하기보다는 역사의 한 부분을 선택해 있을 법한 가상의 역사를 만드는 퓨전사극은 젊고 현대적인 감각이 어우러진 세련미와 한계를 벗어난 상상력으로 뜨거운 인기를 얻었고, 많은 젊은 배우가 퓨전사극을 통해 스타덤에 올랐다.

하지만 퓨전사극은 그만큼 역사 왜곡의 굴레에서 벗어나기 힘들었다. 극적인 요소를 위해 시청자들이 허용할 수 있는 범위의 '재설정'을 넘어 '재평가'라는 미명 아래 사서에 적혀 있는 명백한 사실조차 외면한 몇몇 작품들은 논란의 대상이 되었다. 이에 사극 팬들은 '정통사극'의 귀환을 목놓아 기다리기 시작했고, 드디어 2014년 남녀노소를 뜨겁게 달군 정통사극이 귀환했다. 바로 KBS 1TV '정도전'이다.

'정도전'은 사극계 전설인 '용의 눈물'에서 보여준 여말선초의 혼란한 상황을 다르게 해석해야 하는 부담감에서 시작했다. 그러나 배역에 빙의한 듯한 배우들의 엄청난 연기력과 스펙타클하면서도 섬세한 연출력, 역사의 빈 페이지를있을 법한 상상으로풀어 넣은 대본 등 삼박자가 어우러지면서 '용의 눈물'과 함께 한국 사극 역사의 쌍두마차로 꼽히며 신드롬을 낳고 있다. 특히, '그 흔한 구멍이 없다'라는 말이 절로 나오는 배우들의 열연은 시청자들에게 감동 그 자체다.

이가운데 '우왕' 역을 맡은 배우 박진우가 있다. 연기神들이 펼치는 전쟁같은 연기 대결에서 (상대적으로) 어린 박진우는 사실 처음에는 그렇게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배역 특성상 박영규(이인임), 유동근(이성계), 서인석(최영) 등 대선배들과 붙는 장면이 많았기에 시청자들은 이 젊은 배우가 '선배들 기에 눌리지만 않으면 다행이겠지'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회를 거듭할수록 박진우의 '우왕'은 성장하기 시작했고, 콤플렉스 덩어리의 왕이 얼마나 정서적으로 불안하고 미쳐갈 수 밖에 없는지를 자신만의 색으로 표현해 내면서 배우 박진우를 향한 시청자들의 호감도 함께 올라갔다. 자신을 '신씨'라고 폄하하며 죽인 이들에게 피눈물을 흘리며 서해용왕의 저주가 있을 거라 말하며 죽는 마지막 모습은 앞으로 '우왕' 역을 맡을 이들의 연기 교본이 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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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필>

이 름 : 박진우

생년월일 : 1983년 7월 3일

데 뷔 : 2004년영화 '어린신부'

- 드라마

2004년 : 논스톱 5(M)

2005년 : 그녀가 돌아왔다(K)

2006년 : 불량가족(S)

2007년 : 연인이여(S), 못말리는 결혼(K)

2008년 : 비천무, 바람의 화원(S)

2009년 : 천추태후, 다 줄거야(K)

2012년 : 유리가면(tvN)

2013년 : 메디컬 탑팀(M)

2014년 : 정도전(K)

- 영 화

2004년 : 어린 신부

2006년 : 다세포 소녀

2007년 : 그놈 목소리

2008년 : 날라리 종부전

-안녕하세요. 디시인사이드입니다.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디시 아세요?

음… 죄송해요. 잘 모르겠어요.

-아, 얼마 전에 정도전 갤러리에서 간식차를 보냈는데. 그때 안 계셨나요?

떡볶이 먹었던 적 있어요. 그게 디시에서 온 거예요? 아! 네. 저 먹었어요. 문경에서요.

-갤러리를 모르시다니.

제가 일만 해서요. (웃음)

-떡볶이 갔을 때 인증사진 같은 것 좀 찍어주시지요.

제가 곧바로 올라가서 찍을 수 있는 시간이 없었어요. 그날 아침 첫 촬영하고 밤에 끝나고 먹었거든요. 너무 힘들어서 올라가자마자 뻗었어요. (웃음) 그때 이성계 선생님과 함께 하는 장면을 찍었어요.

-어떤 장면이었나요?

아! 생각이 안 나요. 하하하.

-많이 바쁘신가 봐요.

네. 갑자기 인터뷰가 많이 잡혔어요. 안 하던 걸 하니까 정신이 없네요. (웃음)

-그만큼 주목을 받았다는 거죠.

그렇죠.

-인터넷을 잘 안 해요?

네. 안 해요. 제 기사도 제가 보지 않아요.

-그럼 요즘 우왕에 대한 반응은?

지인들이 보내주는 캡처 이미지를 보고 있어요. 인터넷 반응을 캡처해서 저한테 카톡으로 보내주는데, 그런 거를 보고 반응을 알죠.

-그럼 무난하게 시작하죠. 우왕에 캐스팅됐을 때 기분이 어떠셨나요? (디시 이용자 'ㅂ즈ㅜ')

사실 우왕이 이렇게 주목받을 줄은 몰랐어요. 제가 이 캐릭터를 선택한 건 인기를 얻기 위해서가 아니에요. 정도전은 대하사극이잖아요. 공부를 하기 위해서, 선배님들에게 좀 더 많이 얻어 가기 위해서, 배우로서 좀 더 발전하기 위해서 이 작품을 선택했어요. 그랬는데 이렇게 잘 될 줄은 몰랐어요. 지금 정말 기분이 좋아요. 처음에는 걱정을 많이 했어요. 워낙 대선배님들밖에 안 계시는 작품이라 제가 조금만 못 해도 엄청 크게 못하는 걸로 보여요. 또 선배님들 잘하시는데 제가 받아치는 연기가 어색하면 선생님 연기마저 어색해져요. 그런 걱정들을 가지고 드라마를 시작했죠. 그런데 앞에서 선생님들이나 스태프분들, 감독님, 작가님께서 워낙 우왕을 많이 도와주셨어요. 이런저런 모든 것들이 잘 되어서 무사히 역할을 잘 끝마치게 되었어요.

-말씀하셨듯이 이 드라마에서는 잘 해도 본전이에요. 마음속으로는 '하기 싫다' 생각도있었을 것 같아요.

그렇지 않았어요. 제가 군대를 다녀오고 나서 가장 하고 싶었던 작품이 대하사극이었어요.

-요즘 젊은 배우들은 대하사극을 솔직히 꺼리죠.

그렇죠. 아무래도 차이가 나니까. 못 하는 게 티가 나니까. (웃음) 그런데 저는 부딪혀보고 싶었어요. 기싸움도 해보고 싶었고, 그런 걸 경험해봐야 배우로서 발전한다는 걸 알고 있었어요. 평소에 해보고 싶어서 한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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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봤을 때는 기싸움에서 안 밀린 것 같아요.

아 그래요? 그러려고 노력 많이 했어요 노력한 만큼 잘 되어서 정말 좋아요.

-우왕이 사실 그전까지 이렇게 주목을 받은 캐릭터가 아니에요. 어떻게 보면 연기 교본이 없어요. 그게 도움이 된 건가요, 어려움이 되었나요?

아까도 말씀드렸듯이 이렇게 커질지 몰랐던 캐릭터라 사전에 준비를 많이 하거나 하는 시간이 없었어요. 제가 처음 캐스팅됐을 때감독님께 들었던 건 '처음엔 찌질하고 나중엔 미칠 거다' 이런 간단한 설명이었어요. 이 정도로까지 될 줄은 몰랐어요. 그리고 준비할 시간이 없었다 보니까 제가 나름대로 준비한 게 몇 개 있었어요. 예를 들어 대사 톤이나 표정연기. 대사 톤 같은 건 우왕이 슬픔을 안고 자랐잖아요. 그래서 항상 마음속에 아픔이 있어요. 제정신으로 항상 안 있고, 술과 함께 있다보니까 대사 톤을 술에 취해 있지 않아도 취한 듯한 톤으로 잡으려고 노력했어요. 그리고 표정 같은 경우도 밋밋한 왕은 재미가 없거든요. 그래서 생각했던 것보다 표정 표현을 더 주려고 했어요. 그걸 어떻게 보면 시청자들이 과했다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 저는 그게 우왕에 맞다고 생각했어요.

-어떤 면에서요?

우왕은 미쳐야 해요. 제대로 미쳐야 해요. 내공이 센 선배님들 앞에서 제대로 미치려면 제가 말 그대로 할 수 있는 게… 제가 내공이 센 건 아니거든요. 제가 40년 된 선배님 내공을 어떻게 이기겠습니까? 못 이겨요. 그러다 보니까 제가 최대한 우왕 캐릭터를 살리려면 내공에서 이기려고 하는 게 아니라 표정이나 대사 톤에서 우왕다운 게 뭔지 고민한 거예요. 그런 걸 생각하고 연기하다 보니까 표정이 선생님들보다 조금 더 과해 보였을 수도 있고, 대사톤도 왕답지 않은 대사톤일 수도 있는 거죠.

-왕이기 때문에 공민왕과도 비교가 많이 됐죠.

잠깐 나오셨는데. 하하하.

-임팩트가 컸거든요.

그럼요.

-그분을 뛰었넘었다는데. (디시 이용자 '유일신갓상민')

아우~ 그건 아니에요. 큰일 나요. 제가 어찌 감히. 아이, 아니에요. 큰일 나요. (웃음)

-아직 많이 모자라다?

네. 많이 모자라죠.

-겸손하신 건가요? (웃음)

사실이에요. 하하하.

-제가 재밌었던 게 사실 우왕은 심플하게 가면 '미친 애' 하나만으로도 갈 수 있어요. 그런데 제가 봤을 때 우왕을 콤플렉스 덩어리의 엄청나게 많은 복잡한 감정을 가지고 연기하신 것 같더라고요. 왜 어렵게 갈까 생각이 들었어요.

생각을 많이 했어요. 밋밋한 왕이고 싶지 않았어요. 미친 왕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제가 미친 연기를 하고 있지만 아픔이 보이게 하고 싶었어요.'쟤는 슬퍼서 미친 척을 하는 거구나' 말이 나올 수도 있는 거고요. 제가 화를 내고 있지만 진짜 화를 내는 게 아니라 애절한 거죠. 그런 다양한 감정들을 보여줄 수 있는 연기를 많이 하려고 노력했어요.

-감정이 잘 표현된 장면을 꼽아주신다면요?

혹시 제가 최영 장군에게 위화도 가지 말라고 잡는 장면 기억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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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사요?

편전 안이요. 거기서 '가지 말란 말입니다'라고 소리치는 장면이 있는데 그게 어떻게 보면 화를 내면 안 되는 부분이에요,. 그런데 그 화를 내는 게 제가 진짜 화나서 화내는 게 아니라 '진짜 애절하구나, 진짜 최영 장군이 필요하구나, 최영 장군이 가면 진짜 죽을 수도 있겠구나' 이걸 시청자들에게 보여주기 위해서 그런 연기를 했어요.

-저는 개인적으로 위화도회군 후 편전에 있던 우왕이술을 마시다가 이성계를 못 막고 온 최영에게 '고생하셨다'라고 하는 장면이 있잖아요. 그게 가장 기억이 남았어요.

그 장면 정말 슬펐어요. 저 술담배 안 하거든요. 그런데 제가 취한 것 같았어요. 연기를 하면서 정말 몰입이 되었어요. 맨정신에 할 수 있는 대사가 아니었어요. 너무 슬펐어요. 최영 장군이 만신창이가 돼 들어오는 걸 봤을 때 너무 가슴이 아팠어요. 그런데 '고생하셨습니다' 이 대사를 웃으면서 했지만 울고 있었어요. 물론 화면에도 제가 우는 게 보였겠지만 정말 슬펐어요. 연기를 하면서도 슬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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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그전에는 우왕의 연기에 대해 호불호가 강한 편이었는데 이 장면 이후로 진짜 잘한다로 평가가 바뀌더라고요. 하하하.

그래요? 못 믿겠다.

-정갤을 보세요. 하하하. 그 장면과 마지막에 용의 비늘 만들겠다며 인두로 몸을 지지는 장면도 감동했다고 하시고요.

그 장면이 원래 대본에 없어요. 현장에서 이야기해 한 거죠. 그것도 굉장히 고민 많이 했어요. 내 몸에 솔직히 인두를 지져본 사람이 이 세상에 몇이나 되겠어요. 지져본 적도 없고. 그게 아픔만 표현하면 안 돼요. 마지막 발악, 슬픔, 얘는 진짜 억울하다 그런 거를 보여주기 위한 장면이었어요. 그래서 걱정을 되게 많이 했어요. 내가 이걸 표현할 수 있을까? 연기가 나올까? 진짜 지져버려? 이런 생각까지 했어요. 그런데 나오더라고요. 그 연기하면서, 그런 연기가 나오는 저를 보면서 제 자신도 재밌고 신기했어요.

-저는 한 군데만 나올 줄 알았는 데 여러 군데 흉터를 냈더라고요. 그것도 본인의 아이디어인가요?

그렇죠. 우왕이 한 군데만 지졌겠나요. 하하하. 미칠 때는 제대로 미치는 왕인데요. 온몸에 지졌을 거예요.

-우왕과 관련해 똘아이인지 미친놈인지 모르겠다는 말이 많았어요. 어떤 거예요?

하하하. 둘 다 비슷하지 않아요?

-조금 다르죠. 전자는 태어날 때부터, 미친놈은 성장하면서?

미친놈이죠. 신돈의 자식이라는 타이틀이 없었다면 이렇게 되지 않았을 거예요. 우왕은 정말 비운의 왕이에요. 태어나서부터 왕의 자식이 아니라는, 왕 씨가 아니라는 말을 들었어요. 왕이 될 놈이 아니라는 이야기만 듣고 자랐을 텐데, 그런 소리를 자랐기 때문에 미친 거예요. 얘는 어떻게 보면 정말 여린 왕인데, 여린 모습만 보여주다가 이러면 안 되겠다 이런 거를 보여주기 위해서 미친놈이 된 거죠. 그런데 그 미친 게 아까 말했듯 처음부터 미친 게 아니라 자라면서 그런 아픔과 슬픔이 쌓이다 보니까 점점 미쳐버리는 거죠. 되게 불쌍했어요. 연기하면서.

-인두로 비늘 새길 때 천 덮었고 했다고 들었어요. (디시 이용자 'ㅇㅇ')

사실 뭐 댔는지 기억이 안 나요. 연기에 몰입해서. 뭘 댄 것 같기는 한데 제가 그때 너무 연기에 집중해서 기억이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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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뜨거웠다면서요. (디시 이용자 'ㅇㅇ')

네. 솔직히 이야기하면 무서웠어요. 틱틱틱 튀는 소리 나왔죠? 그거 효과음 아니고 진짜 나오는 소리였어요. 불꽃이 눈에 튀면 실명되는 상황이었는데 연기만 생각하다 보니까 아무것도 신경 안 쓰이게 되더라고요. 그게 마지막 촬영이었어요.

-그럼 뜨거운 것도 못 느꼈겠어요.

아뇨. 느껴져요. 워낙 뜨거웠거든요. 진짜 뜨거운 거였어요. 겁을 먹긴 했는데 연기를 생각하다 보니까 생각나지 않더라고요.

-우왕의 가장 유니크한 게 웃음소리였어요. 한 분이 대본에 '으으으헤헿헤헿헤헤헤헿' 이렇게 쓰여있었냐고 물어봤어요. (디시 이용자 'ㅇㅁㅇ')

대본에 웃는다는 지문조차도 없었어요. 제가 직접 한 거였어요. 항상 옆에 계시는 선배님께서 '너 웃음 뽑아낸 거 잘 한 거다. 너의 우왕 색을 제대로 보여준다'라고 칭찬하셨어요.

-옆에 계신 선배님이라면?

강내관이요. (웃음) 쉽게 이야기하면 인두 지질 때 웃었잖아요? 그때도 지문은없었어요. 물론 대본에 인두신이 없었으니까 웃는 지문도 없었겠죠? 마지막에 피 토하며 죽을 때도 웃잖아요? 그때도 없었어요. 제가 우왕 캐릭터를 살릴 수 있는 게 뭐가 있을까 하다가 대사에 항상 취한 걸 생각했다고 했잖아요? 사람이 취하면 좀 들뜨잖아요. 그때 웃을 때 '앗하하하~' 하고 웃잖아요. 그걸 생각해서 제가 만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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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본 공부 진짜 열심히 하셨네요.

공부라면 공부인데, 항상 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저랑 붙는 모든 배우가 다 저보다 2~30년 선배님이니까 제가 그만큼 준비 안 해서 가면 선배님들께 폐가 돼요. 저는 살면서 남에게 폐가 되는 일은 하지 않아요. 안 친해요. (웃음)

-아, 지금 말씀하시는 표정과 말투가 우왕 같아요. 하하하. 그런데 나름 왕인데 우왕이 너무 찌질하대요.

저도 멋진 왕 만들고 싶죠. 하하하. 그런데 우왕은 그런 걸 보여줄 수 있는 시간이 없었어요. 조금 더 미쳤으면 더 미쳤지, 조금 더 찌질했으면 찌질했지 멋있는 걸 뽑아낼 타이밍이 없었어요.

-이성계의 집에 내시와 함께습격하는 장면이 있잖아요.

으하하하. 그거요, 제가 입었던 옷이 장군복이잖아요? 그걸 입어야 하나, 사냥할 때 빨간 옷을 입어야 하나 생각 많이 했다가 장군복 입었어요. 한 번쯤은 입어야 할 것 같아, 위엄을 보여주기 위해서요. 그런데 칼 뽑자마자 내려놨어요. (웃음) 쑥스러웠어요.

-옷도 본인이 선택한 거예요?

아뇨. 의상팀장님이 '뭐 입을래?' 하시며 두 개 중선택하라고 하셨어요.

-다른 인터뷰를 보다 보니까 본인 의견을 적극적으로 개진하셨는데, 어떻게 보면 작가님께서 조금 싫어하셨을 수도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해요.

물론 그런 작가님이 거부하시는 부분이 있었으면 들었을 텐데 따로 저한테 작가님 지시가 온 적이 없어요. 저를 편하게 놔두셨어요. 그리고 워낙 정도전에는 캐릭터가 많다 보니까 한 명 한 명 세세한 부분까지 작가님께서 준비하기 어려우셨을 거예요.

-실제 자신이 진짜 우왕이라면, 이인임 최영 이성계 중 누구를 가장 믿고 의지했을 것 같아요? (디시 이용자 'hranrad')

이인임이죠. 제가 아버지로, 국부로 모셨잖아요. 그만큼 이유가 있겠죠. 그만큼 제가 힘들었고, 혼자라는 생각에 사로잡혀서 그때까지 인생을 살았는데 '아, 나도 모든 걸 내려놓고 믿을 사람이 생겼다' 그런 걸 느꼈기에 국부로 모셨고, 그렇기 때문에 이인임을 따랐죠. 제가 만약 우왕이었어도 그런 마음을 가졌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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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KBS

-그럼 우왕이었다면 가장 무서웠을 캐릭터를 꼽아주면요?

이성계죠. 연기하면서도 무서웠어요. 이성계 선생님 무서워요. 하하하.

-막 혼내세요?

혼내시지 않아요. 절대. 연기에 대해 터치하지 않으세요. '지금 감정 정리가 맞다' 이 말씀만 하셨어요. 이성계는 캐릭터로 봤을 때 우왕을 깎아내라고 죽이는 게 이성계잖아요? 그걸 우왕도 알고 있어요. 대사에서도 그걸 많이 보여줬겠지만. '이성계를 처단하시오'라면서 어떻게든 죽이려고 하잖아요. 그런데 너무 힘이 세다 보니까 안 될 수 있다는 걸 알면서도 발악한 거거든요. 어쨌든 제가 이성계 손에 죽게 되었는데 그러다 보니까 제가 우왕이었어도 이성계를 두려워하지 않았을까요? 이성계를 죽이려고 했다면 빨리 죽였어야 했어요. 진짜.

-그럼 배우로서 가장 무서웠던 분은요?

무서웠던 선생님은 없어요. 저 솔직히 혼 많이 났을 것 같잖아요? 그런데 혼났던 적 없어요. 저도 이거 하면서 걱정 많이 했던 게 워낙 여러 선생님이 계시다 보니까 주문하시는 게 다 다르시잖아요. 예를 들어 '이성계 선배님이 이렇게 하라고 하고, 서인석 선생님은 저렇게 해라 하면 어떻게 연기해야 하지?' 이런걱정을 안고 있었어요. 그런데 다행히 선생님들은 연기에 대해 터치 안 하셨어요.

-마음에 들었다는 이야기네요.

어떻게 보면 그렇겠지요? 다행이었어요. 진짜로. 예를 들어 유동근 선생님이 주문하신 대로 연기했을 때 다른 선생님이 와서 '너 왜 이렇게 연기해!' 그랬다면… 어우, 생각만 해도 땀나요.

-왠지 커피 심부름 많이 했을 것 같아요.

으음? 어떻게 하셨지? 하하하.

-하륜 역 맡은 이광기 씨가 자기가 촬영장 막내라 커피 심부름 많이 했다고 인터뷰하셨더라고요.

어? 광기형이요? 제가 많이 한 건 아니고요, 적극적으로 선생님들 아부 떨고 그런 스타일은 또 제가 아니에요. 한 분 꼽자면 제가 최영 장군님과 많이 붙었잖아요? 서인석 선생님께서 커피를 좋아하세요. 심지어 저녁 식사 대신 커피를 드실 정도로 커피를 좋아하세요. 한 번은 선생님 목소리가 너무 안 좋으셔서 따뜻한 커피를 사다가 선생님 방에 '똑똑' 하고 들어가 드리고 나왔죠. 그때 통화 중이셨는데 좋아하시더라고요. (웃음)

-디시뿐만 아니라 다른 사이트에서 우왕 연기 잘한다 칭찬이 쏟아지고 있어요.

으음….

-왜 이렇게 부끄러워하세요. 몸 둘 바를 모르시겠나요? 하하하.

그런 이야기를 들어본 게 연기생활하면서 처음이에요. (웃음) 정말 좋아요.

-지인들이 캡처해서 보내준 칭찬 중 가장 좋았던 칭찬을 꼽아준다면요?

제대로 미쳤다? (웃음) 진짜예요. '야, 쟤 제대로 미쳤구나' 이렇게. 한 번은 이런 적이 있었어요. 아까 최영 선생님께 위화도 가지 말라는 장면 이야기했잖아요? 그 컷이 끝나고 제 앞에 계시던 서인석 선생님께서 박수를 보내주셨어요. '너 제대로 물올랐다' 그러시고요. 그거 듣고 카메라 감독님께서 '서인석 선생님 원래 저런 칭찬 안 하시는 분인데 박수까지 하셨으니 너 잠 못 잘 거다'라고 했어요. 정말 잠 못 잤어요. 설레서요. '내가 잘 하고 있구나' 했어요.

-모니터 한 뒤 우왕이 연기한 장면 중 이 장면 아쉬웠다, 다시 찍고 싶다 하는 장면이 있었나요?

있었나? 하하하.

-우와. 자부심. (웃음)

막 아쉽다고 생각한 적은 없었고요, 그냥 어떻게 좀 더 미친 모습을 보여줄까를 많이 생각했어요.

-나중에 미친 왕 다시 맡으면 제대로 하시겠어요.

그때는 좀 더 잘 할 수 있겠지요. 이번은 솔직히 갑작스럽게 주어진 역할이었기에 준비할 겨를도 없었거든요. 다음에 진짜 제대로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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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맡아보고 싶은 미친 왕이 있다면요?

사람들은 우왕이 미친 왕인지 잘 몰라요. 어떻게 보면 몰랐죠. 음… 미친 왕이라면 연산군이죠.

-연산군은 너무나 많은 배우가 연기했어요.

네. 그래서 새로운 색을 내기가 어려워요. 그리고 비교가 많이 되기 때문에 그런 이야기 들으니까 갑자기 하기 싫어지네요. 무섭다. 하하하.

-하지만 그거 잘 하면 까임방지권 얻죠. (웃음)

연산군을 잘 하면 앞으로 대하사극만 하겠죠.

-본격적으로 사극 연기자가 탄생한 것 같다는 이야기가 나오는데, 앞으로도 사극은 계속 출연하실 건가요?

금방이 아니더라도, 나중에 나이를 먹어서라도, 심지어 이성계 역할이든 이인임 역할이든 한 번씩은 꼭 해보고 싶었어요. 선생님들 연기하시는 거 보고서요.

-정도전에서 만약 다른 배역을 맡는다면요? (디시 이용자 '방원성님카리스마')

첫 번째로는 이인임이요. 양면의 얼굴을 가지고 있어요. 어떻게 보면 악역인데 어떨 때 보면 악역이 아닌 것 같기도 해요. 왕에게는 잘 하는데 다른 사람들에게는 비꼬는 듯하고. 되게 오묘한 역할이었던 것 같아요. 뭔가 한 가지 색깔이 아니라 여러 가지 색깔을 낼 수 있는 연기가 나올 것 같아요. 보면서 정말 재밌겠다 싶었어요.

-이건 다른 인터뷰에서 이야기하셨으니까 다른 캐릭터 꼽아줘요. (웃음)

다른 거요? 으음… 이성계 역할도 한 번….

-돌아가면서 다 나오는 건가요? 하하하.

그럼 다 나오는 거 아니에요? 강내관까지. 하하하.

-하나 힌트를 드리자면 정갤에서는 정몽주, 윤소종 역이 참 인기 많습니다.

와, 멋있죠. 힘이 느껴지죠.

-32회 때 유동근 씨와 같이 엔딩을 장식했어요.

아아아! 처단하시오! 맞아요. 그때 좋았어요. (웃음)

-내가 유동근 선배님 옆이라니, 이런 거? 하하하.

솔직히 이야기할게요. 그전에 한 번 엔딩을 찍은 적이 있어요. 그런데 감독님께서 리허설 때 '찍기만 하고 안 나갈 수도 있다' 그렇게 이야기하셨어요. 그러니 대본에 제 엔딩이 없었던 거죠. 한 번 찍어주겠다 하셨는데 안 나갔어요. 속으로 '안 나갔네' 하고 앓고 있었어요. 그런데 한 번 주시더라고요. 기분 좋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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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하는 사람들에게 엔딩 컷은 자부심인 것 같아요.

그럼요. 또 보시면 아시겠지만 저보다 다 대선배님들인데 제가 거기서 엔딩을 했다는 건 가문의 영광이죠.

-우왕이 가장 애착 가는 캐릭터라고 하셨는데, 이번 연기를 통해 가장 많이 배운 건 뭔가요? (디시 이용자 'ㅇㅇ')

선생님들 앞에서도 제가 기 안 죽고 해낼 수 있는 연기였구나 싶었어요. 제가 얻은 것 중 가장 큰 것 같아요.

-그전에는 기가 죽었나요?

촬영 들어오기 전부터 기가 죽어 있었어요. 그건 저 뿐만 아니라 저 정도 나이 되는 남자배우들한테 그런 대선배님 앞에서 연기하라고 하면 누구나 그랬을 거예요. 누가 기세등등하겠어요. 어느 정도 기가 죽어서 갈 수밖에 없는 거죠. 그런데 하다 보니까 되잖아요. '어? 되네?' 내 몸에도 이런 게 숨어 있었구나 이걸 알면서 점점 재밌게, 즐기게 되었어요.

-인터뷰 준비하느라 사전조사를 하는데 사람들이 군대를 다녀온 뒤로 연기파 배우가 되었다는 글을 봤어요.

하하하. 제가 군대를 다녀온 것도 어떻게 보면 연기의 벽에 부딪혀서 갔다 온 거였어요. 만날 비슷한 느낌의 연기를 한다고 생각했어요. 내가 할 수 있는 건 이게 다인가, 감독님이나 작가님께서 나를 찾아 주는 건 이런 느낌밖에 없나, 다른 건 내가 못할까? 이런 고민에 빠졌어요. 벽에 부딪혀서 군대를 갔어요. 그리고 제대한 뒤 가장 먼저 생각했던 게 '내가 욕을 바가지로 먹더라도 한 번 해보자, 욕을 먹어보자' 생각이 들어 안 해본 역할을 하려고 노력했어요. 정도전을 하게 된 것도 내공을 조금 더 쌓으려고, 또 안 해본 역할이니까요. 미친 역도 한 번 해봐야지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었기에 하게 된 거죠. 그러다 보니까 자연스럽게 되는 것 같아요.

-현대극과 다른 사극의 어려운 점을 알려준다면요?

현대극과 사극은 어마어마한 차이가 있어요. 현대극은 우리가 이렇게 인터뷰하는 것도 생활에서 볼 수 있잖아요. 지금 사람들이 생활하는 모습 하나하나가 현대극이에요. 그런데 사극은 배우가 캐릭터의 세세한부분까지 다 만들어 내야 해요. 고려 시대 때 우왕이 저렇게 행동했는지 누가 알아요. 아무도 몰라요. 그걸 배우가 하나하나 다 만들어내야 해요. 현대에서 찾아볼 수 없는 것들을 배우가 만들어야 하는 거죠. 그런 부분이 엄청난 차이죠. 어떻게 보면 신인배우들에게 사극이 어려울 수 있어요. 배울 수 있는 곳이 없거든요. 내가 조선시대로 갈 수 없잖아요. (웃음) 또 보는 식으로배우는 것도 한계가 있어요. 연기를 제가 본다고 할 수 있는 게 아니잖아요. 그럼 아무나 배우 하게요. (웃음) 그러다 보니까 몸소 자기가 경험해서 느껴서 뽑아내야 하고, 현대에서는 볼 수 없는 그런 것들을 만들어내야 하고, 연기해야 하고. 제가 생각했을 때 사극이 더 어렵다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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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촬영장 분위기는 어땠어요? 정말 많이 궁금해하시더라고요. 다 남자들밖에 없어서 재미는 없었을 것 같아요. (디시 이용자 'ㅇㅇ')

진짜 남자들밖에 없어요. 스태프들도 남자들 밖에 없고요, 배우들도 남자 선생님들. 예를 들어 한 번 근비, 대비, 정비 이런 배우들 오면 분위기가 완전 화기애애해요. 그런데 없다? 그러면 조용하죠. 아주 조용해요. 하하하. 물론 풀어져 있는 장면을 찍으면 재밌게 일하고 그러는데 드라마 보면 알지만 항상 부딪쳐요. 대립되는 싸우는 신이 많아요. 주먹으로 싸우는 게 아니라 기싸움인데, 그러다 보니까 배우가 전신과 뒷신의 흐름을 가지고 있어야 하기 때문에 웃고 떠들 수 있는 시간이 없어요. 약간 찬 기운이 없지 않아 있지요.

-정도전과 정몽주 중 주관적으로 누굴 응원하나요? (디시 이용자 '으으으')

전 우왕이니까 정몽주요. 하하하.

-하지만 극 중에서 정몽주가 폐가입진을 주장했죠.

어쨌든 정도전의 반대되는 입장에 서야 할 것 같아요.

-혹시 차기작 계획은 잡혔나요?

지금 보고 있어요. 여러 작품 중에서 고르는 중인데, 중국 작품일 수도 있어요. 국내 작품도 있고요. 아직 결정은 되지 않았어요. 조만간 결정날 것 같아요.

-본인이 연기하면서 가장 행복했던 때를 꼽아준다면요?

앞에서 선생님들이 칭찬했을 때요.

-잘 출연하셨네요. 정도전.

네. 정말 얻어 가는 게 많아요.

-박진우 씨 관련 기사 제목 중'연기 변신'이 많은데, 연기 변신인가요 아니면 도전이었나요?

도전이었어요. 한 신 한 신이 다 저는 도전이었고, 시험의 무대였어요. 이 극을 처음부터 끝까지 하면서 제가 우왕 역할로 칭찬받을 거라고는 생각 안 했거든요. 한 번쯤은 무너질 수도 있었어요. 왜냐면 워낙 캐릭터가 왔다 갔다 많이 했거든요. 감정 변화, 제가 그걸 소화 못할 수도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다행히 무사히 마쳐서 정말 천만다행이에요. 한 번이라도 무너졌으면 제가 그 뒤에 쭉 무너졌을 수도 있거든요.

-이건 질문 그대로 읽어드릴게요. 오빠 '논스톱5'할 때부터 잘생겨서 눈여겨보고 있었는데 생각만큼 못 떠서 아쉬워요. (디시 이용자 '뉴비')

으하하하하. 그런 건 안 읽어줘도 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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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인의 외모가 연기자 박진우에게 득인가요, 독인가요? (디시 이용자 '뉴비')

처음에는 득이라고 생각했어요. 어떻게 보면 감독님들이 배우를 선정할 때 이미지를 보고 많이 캐릭터를 주시거든요. 그래서 저는 그게 굉장히 좋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그게 똑같은 이미지로만 굳어지다 보니까 나중에는 해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이제부터는 제 이미지와는 반대되는 역할을 많이 할 거예요. 지금은 얼굴만 믿고 연기한다는 소리를 듣고 싶지 않아요. 이제는 제대로 연기하고 있구나, 쟤가 이제 연기를 시작하는구나, 연기하는 냄새가 나네, 배우구나 이야기 듣고 싶어요.

-잘생긴 거랑 연결되는데 아침에 눈 떠서 거울 보면 어떤 기분이 들어요? (디시 이용자 '라미')

으하하하하. 이건 신인 때부터 많이 들었던 질문이에요.

-아, 그럼 패스. (웃음) 이건 한 번쯤은 해야 할 질문인데 박진우 씨에게 다세포 소녀란? (디시 이용자 '달궁')

제 첫 주연 영화죠. (웃음) 그런데 그 당시에는 그 작품이 이슈가 됐어요. 실험적이고, 뮤지컬 영화 비슷한 거라 잘 될 거라고 생각했어요. 솔직히. 그때 인터뷰 돌 때 기자님들도 '박진우 씨 논스톱도 잘 되고, 이 작품 주인공 맡아서 이제 대박 나실 거예요' 정말 많이 들었어요. 그런데 그렇게 될 줄 몰랐어요.

-원작이 디시 카툰 연재 갤러리라는 곳에서 연재됐어요.

그래요? 그때 연재됐던 동호회 이용자가 몇 백만 명 된다고 들었어요.그래서 그 동호회 사람들만 봐도 2, 300만 그냥 넘는다고 했어요. 그래서 저는 그 작품 대박날 줄 알았어요. 앞서나간 작품이었어요. 딱 지금 나오면 코드가 맞을 수도 있어요. 그 영화 나온 다음에 비슷한 류의 영화가 나왔는데 그 작품도 잘 안 됐죠. 너무 빨리 갔어요.

-과거 출연작 때문에 생긴 고정 이미지 때문에'괜히 출연했다' 후회 들지는 않아요?

저는 후회되는 작품이 없어요. 제가 스무 살 때 배우라는 직업을생각했을 때, 다작을 해야 한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경험이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에요. 제가 물론 그 작품이 안 되고, 제가 연기를 못했어도 저에게는 산 경험이었어요. 그래서 후회되는 작품은 없어요.

-배우 생활 통틀어서 가장 힘든 시절은 언제였나요? (디시 이용자 'ㅇㅇ')

아까 말씀드렸던 군대 가기 전, 벽에 부딪혔을 때. 내가 만날 똑같은 이미지의 연기만 해야 하나,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그거밖에 없나 해서 군대갔을 때. 제일 힘들었어요.

-정도전이라는 작품을 통해 박진우라는 배우에 대해 기대감이 커졌어요. 부담스러울 것 같아요. 적당히 기대해주지 뭐 이런 거?

하하하. 다음 작품이 정말 중요해요. 이렇게 기대했는데 다음에 제가 연기를 어설프게 하면 욕먹을 것 같아 긴장 많이 하고 있어요.

-그래서 한 분이 악역 하면 안 되냐고 질문하셨어요. (디시 이용자 'ㄲ')

어! 안 그래도 다음 작품 악역 하고 싶어요. 그런 거 있잖아요? 쟤는 진짜 반듯하게 생겼는데 안에는 사이코패스 기운이 있는 거, 웃으면서 살인하는 캐릭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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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로서 가장 고민되는 부분이 뭔가요?

고민이라기보다는 앞으로 안 해본 역할을 하려고 하니까 그런 것을 제가 연기했을 때시청자들로 하여금 이해를 시킬 수 있을까, 내 이미지로도 악역을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줄 수 있을까 하는 거요. 물론 그런 역할을 하고 싶어요. 그걸 대중들이 이해해줄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이 있죠.

-이제는 괜찮지 않을까요?

그래주시면 고맙지만, 안 그럴 수도 있잖아요. 제가 지금까지 반듯한 것만 했고, 딱 한 번 우왕으로 다른 면을 보여줬잖아요. 앞으로 좀 더 여러 모습을 보여줘야 안정감이 생기는 거죠.

-본래 성격은 반듯하세요? 아님… 우왕? (웃음)

반듯해요. 새벽에도 교통신호 꼬박꼬박 지킬 정도에요. 술담배 안 하고요.

-반듯함에 대한 스트레스를 우왕으로 표현한 건가요?

그럴 수도 있죠. (웃음)

-일탈하고 싶진 않아요?

그러고 싶지는 않아요. 제 좌우명이 아닌 건 아니다예요.

-고집이 세신 편인가요?

세다면 셀 수 있죠. 그런데 그건 배우들은 어느 정도 가지고 있어요. 그 정도의 자기만의 관리는 가지고 있죠.

-그럼 절대 이건 포기하지 않겠다 하는 고집이 있다면요?

그런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어요. '연기는 누구에게 듣는 게 아니라 네가 하는 거다' 어떤 대선배님이 이야기해주신 건데, 연기는 절대 코치를 하는 게 아니라고 이야기를 하셨어요. 왜냐면 누가 옆에서 이야기하고, 그렇게 연기하려고 하면 자기 연기를 못한대요. 자기가 몸소 경험하고, 욕도 먹어보고, 혼도 나봐야 내 연기를 할 수 있는 거예요. 그래서 저는 앞으로도 누구에게 들어서 시키는 연기가 아닌 제 연기를 계속 하고 싶어요.

-그걸 찾는 게 굉장히 험난할 거예요. 평생 찾아도 못 찾겠다 하는 분도 많거든요.

그럼요. 그만큼 노력을 많이 해야겠지요.

-어떤 수식어로 불리는 배우가 되고 싶나요?

사람다운 연기를 하는 배우? 그런 거 있잖아요. '쟤는 꽃미남 부잣집 아들 역할만 해' 그런 이야기가 아니라 진짜 사람이요. 사람은 종류가 다양하잖아요. 미친 사람도 있고, 사이코패스도 있고, 잘생긴 사람도 있고, 착한 사람도 있고. 모든 역할을 깔끔하게 하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그런 배우가 사람다운 배우인 것 같아요.

- 바쁘신데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마지막으로 동영상 인사말 남겨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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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우를 만난 날은 '우왕'에서 박진우로 돌아온 지 얼마 되지않은 시기였다. 그래서 그는 자신도 모르게 인터뷰 도중 종종 '우왕' 특유의 표정이 나왔고, 덕분에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 모두 크게 웃음을 터트리기도 했다. 하지만 그 웃음 속에는 박진우라는 배우가 우왕이라는 역할에정말 깊게 빠졌구나 하는깨달음이 함께들어있었다.

이제 그는 자신을 오랫동안 옭아매던'꽃미남 배우'라는 수식어에서 앞의 세 글자를자를 떼어냈다. 그의 앞에는 '배우'라는 수식어가 남았다. '다른 건 못 하나?'라는 벽을 스스로 깨고, 무너진 벽돌 위를 넘어 걸어가면서 마음껏 배우 박진우의 삶을 즐기면 될 것 같다.이름 앞 타이틀도 전보다 한결 가벼워졌으니 말이다.

사진 = 박유진 기자(zinpark@dcinsid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