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정어매 도씨' 황영희 "절실히 원하면 기회는 옵니다"

공중파 3사 수목드라마 시청률을 모두 합쳐도 20%가 안될 정도로 다매체 시대에살고 있는 이때, 30%를 훌쩍 넘어 40%에 육박하는 시청률을 기록하며'국민' 칭호를 받는 드라마가 있다. 바로 MBC 주말드라마 '왔다! 장보리'다. 2014 인천아시안게임중계와 겹쳐 결방을 확정짓자 "안 된다"라는 비명이 여기저기서 들려오고, 야구를 중계하던 허구연 MBC 해설위원이 "대만전 콜드게임 승리하면 장보리 본다", "장보리보다 더 재밌는 것 같은데요"라고 언급할 정도로 '왔다! 장보리'의 인기는 절대적이다. 스타작가인 김순옥 작가가 집필한 작품이라 어느 정도의 인기는 예상이 됐지만, 솔직히 신드롬을 낳을 정도의 인기는 아마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사실 이 드라마는 출생의 비밀, 악녀, 복수, 뺑소니, 외도,미혼모 등 각종 클리셰가 자극적인 방식으로 진행되면서 '막장'이라는 꼬리표가 붙었다. 하지만, 앞서 이야기했듯 이제는 그 누구도 '왔다! 장보리'를 막장드라마라고 말하지 않는다.그 이유가 뭘까.

답은 단순하다. 탄탄하고 스피디한 대본과 이를 빼어나게 소화해내는 배우들 때문이다. 어디 하나 구멍 없이, 아역부터 장년층 배우들까지 방송 내내 연기력 논란은 한 번도 받아본 적이 없다. 오히려 "연기를 너무 잘해 더 짜증 난다"라는 찬사급 불만이 나왔을 뿐이다.

그리고 그 찬사 한가운데는 '도혜옥' 역을 맡은 배우 황영희가 있다. 일명 '도씨'로 불리는 도혜옥은 성공을 위해 자신을 고아라고 속인 딸에 섭섭함을 느끼면서도 핏줄에 대한 본능적인 애정으로 딸의 악행까지 감싸 안는 모정을 보인다.그러면서도 뺑소니 사고를 숨기기 위해 입양한 딸 보리를 친딸을 위한 희생양으로 만들면서도 '천벌을 받을 것'이라며 피눈물을 흘리는 기른정의 무서움을 동시에 표현해낸다. 인간이 가질 수 있는 모든 모정을 표현한 그에게 사람들은 "최고의 배우"라며 엄지손가락을 치켜든다. 도혜옥이라는 캐릭터는 욕해도, 황영희라는 이름 석자 앞에는 항상 'Best'가 붙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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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필>

본 명:황영희

생년월일 : 1969년 3월 22일

- 드라마

2008년 :베토벤 바이러스(M)

2009년 : 세 남자(tvN)

2011년 : 마이 프린세스(M), 내 마음이 들리니(M), 드라마스페셜-수호천사 김영구(K2), 발효가족(J)

2013년 : 드라마 스페셜-기묘한 동거(K2), 제왕의 딸, 수백향(M)

2014년 : 왔다! 장보리(M)

-영 화

2006년 : 예의없는 것들, 아이스케키, 상징적 그녀

2007년 : 이대근, 이댁은, 화려한 휴가

2009년 : 마더, 작은 연못, 괜찮아

2012년 : 섹스 거짓말 그리고 비디오 테이프

2014년 :수상한 그녀, 들개들

-연 극

통뛰어넘기,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 세일즈맨의 죽음,갈매기,블랙코메디,알피,영상도시,대대손손,춤추는 여자, 허브의 여인들, 남도, 차력사와 아코디언, 유령소나타, 맨드라미꽃, 선착장에서, 백무동에서, 경숙이, 경숙아버지, 돌아온엄사장, 민들레 바람 되어, 열전3 3rd : 오빠가 돌아왔다,목란언니, 죽은 남자의 핸드폰, 한꺼번에 두 주인을, 만선, 왕은 죽어가다 등 다수

-안녕하세요. 디시인사이드입니다.

안녕하세요.

-우와, 정말 예쁘시네요.

오늘 귀걸이도 하고, 화장도 했네요. (웃음)

-디시는 아세요?

갤러리?

-어, 아시네요. 우와.

알죠. 저 검색 많이 해봐요.

-요즘 보시면 상처받으실 것 같은데. 하하하.

아뇨, 전혀요. 재밌어요. (웃음)

-드라마 이야기를 주로 하는 갤러리 이야기를 보면 도씨 욕만 올라와요.

초반에는 조금 좋았는데 나쁜 짓 하면서 그렇게 됐죠. 그만큼 시청자들이 집중해서 보고 빠져서 본다는 거니까 저는 재밌어요. 솔직히 말하면 사람들이 배설하는 느낌으로 그곳에서 감정을 다 푸시는 것 같아요. 진짜 저를 그렇게 생각한다는 게 아니라 친구들끼리 수다 떨듯 막 던지는 거 있잖아요? 정말 실시간으로 막 올라가잖아요. 어쩔 때는 저도 방송 보면서 같이 볼 때도 있어요. 재밌어요.

-가장 쇼킹했던 반응이 있었나요?

다 쇼킹했어요. 하하하. 육두문자들. 그런데 재밌어요.

-장보리가 처음 시작할 때 이 정도 인기를 얻을 거라고는 아무도 예상을 못했어요. 지금은 국민드라마가 됐는데, 본인 공은 얼마나 된다고 생각하세요? (디시 이용자 'ㅇㅇ')

저요? 제가 무슨 공이에요. 저는 사실 드라마를 많이 해보지 않았기 때문에 시청률이나 이런 것들에 대해 아무 생각이 없었어요. 그런데 드라마를 한두 편씩 하고, 방송하는 친구들도 많아지면서 알게 됐죠. 제가아직은 잘 알려지지 않아서정말 드라마가 잘 되어야 한다, 시청률이 올라야 작은 역을 해도 좋다, 그런 개념이 없었죠. 그런데 이 작품을 통해그걸 피부로 확 느꼈어요. '드라마가 잘 되어야 작은 역할이라도 배우가 보이는구나', '관심받는다는 것이 배우 입장에서도 중요하구나' 처음으로 그런 개념들이 생긴 것 같아요.

-제가 보면서 느낀 건 캐릭터 하나하나를 허투루 사용하지 않더라고요.

그게 성공의 이유였던 것 같아요.

-도씨 같은 경우도 다들처음에만 세게 나오고 비중이 줄겠지 했는데 지금은 극을 이끌어가는 하나의 축이 되었어요. 작가님께 고마움도 느낄 것 같아요.

많이요. 많이. 제 인생을 바꿔준 드라마니까요. 나중이 될 수도 있겠지만, 어쨌든 저한테 시간을 당겨준, 배우로서 좀 더 편안하게 갈 수 있게끔 해준 드라마지요.

-식당에서 밥 먹으러 갔을 때 시민들에게 등짝을 맞거나 하는경험 있으세요?

그런 경험은 없고, 오히려 정말 좋아해 주셨어요. 바깥에서의 그런 반응들 때문에 인터넷 댓글을 보면서도 상처받지 않았어요. 사람들이 욕하면서도 거기서 빠져나오면 그 배역에 대해 궁금한 거죠. (이)유리도 그랬던 것 같아요. 저는 오히려 유리를 더 많이 걱정했어요. 저는 나이도 있고, 이미지를 관리해야 한다거나 그런 것들에 크게 좌지우지되는 배우가 아니에요. 그리고 사람들에게 관심을 받는 것만으로도 즐거운 일이지만 유리는 다르잖아요. 살짝 물어봤는데, 유리는 저보다도 그걸 훨씬 더 즐기고 있더라고요. 시청자들이 이 이야기를 들으면 약 오를지도 모르겠네요. (웃음)

유리는 철저하게 즐기고 있어요. 후반부로 들어갈수록 사실 체력적으로 힘들어하기는 했어요. 유리는 에너지를 많이 소모해야 했거든요. 중간중간 유리가 캐릭터에 많이 빠져서 연기하고 있음에도 '아, 이 정도는 좀…' 해서 작가님하고도 많이 이야기하고 그랬어요. 너무 넘어가는 거 아니냐고요. 그런데 이야기가 어떻게 됐는지 잘 모르겠어요. 제가 봤을 때는 (배역 성격이) 대본하고 큰 변화는 없었던 것 같고,그 점에 대해서 유리도 고민했을 것 같아요. 작가님과 감독님하고 이야기를 많이 했던 것 같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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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 쟤는 역할을 즐기고 있구나' 확실히 느낀 게 철창신이 있었어요. 유리가 경찰서 유치장에 갇혔던 적이 있어요. 거기서 막 발악을 하는 건데 '얘 즐기고 있구나' 했죠. 사람들이 보고 소름이 돋는다는 건요, 배우가 그 역할을 즐기고 있지 않으면 사람들이 그런 감흥을 못 느껴요. 유리는 저보다도 훨씬 더 즐기고 있었던 것 같아요.

-사실 촬영장 뒷이야기 동영상 공개됐을 때 지나가던 아주머니가 유리 씨한테 '나쁜 X'이라고 욕했잖아요. 도씨도 그런 욕을 먹지 않을까 걱정했어요.

사실 인터넷 댓글은 젊은 친구들이 많아서 그런 것 같아요. '연민정보다 도씨가 더 나쁘다' 그런 말이 많잖아요? 그런데 나이 드신 분들은 도씨 입장을 이해하는 것 같더라고요. 어머니들 말이에요. 그래서 식당 가면 저 보시고 '왜 그랬어~ 왜 그랬어~' 말씀하시면서도 정말 재밌다고 하세요. 물론 '너무 나빠' 그러시기도 하지만, 그래도이해를 해주시는 것 같아요.

-전작인 '제왕의 딸 수백향' 속 온화한 황영희 씨를 보신 분들은 도씨를 연기하는 황영희 씨에게 적응하기 어려웠다고 하셨더라고요. 스스로도 그런걱정을 했었을 것 같아요.

저는 하나도 안 했어요. 하하하. 제 안에 그런 것들이 있는 것 같아요. 분명 수백향의 공옥 같은 면도 있어요. 사실 연극하면서 느꼈어요. 제가 몇 년 전 되게 혼란에 빠졌던 적이 있었어요. 나를 돌아보지 않고 쉬지 않고 일 년에 4~5편씩 연극을 하다 보니까 '나는 원래 어떤 사람이지?' 이런 생각이 문득 드는 거예요.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어느 정도 가면도 써야 하고, 그게 예의라고 생각하고 사람들 사이에서 나를 버리고 짜인모습을 많이 보여줘야 하고…. 저는 또 싱글이거든요. 집에 혼자 살다 보니까 '내가 무슨 모습인가' 그런 고민을 몇 년 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주변 동료들이랑 선배님과 이야기를 많이 했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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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MBC

사실 연극이나 드라마를 통해서 인물을 구현할 때 결국은 그 역할 속 모습이내 안에도 조금씩 조금씩 다 들어있었던 것 같아요. 어떨 때는 절제하고, 어떤 거는 더 극대화시킨 것도 있고요. 처음으로 그때 '사람이 뭘까' 생각했어요. 사람은 결국 다 비슷비슷하지 않을까요. 내가 한 번도 하지 않았던 행동들을 하라고 하면불편하고 어색해서 그런 모습을 안 보이려고 하는 것 같아요. '소리 질러 봐'그러면 '어우 나 그거 못해'라고 하는 건 해 보지 않아서 그런 거잖아요?

-맞아요. 막상 한 번 하면 다음에 또 하게 되죠.

네. 결국 사람은 남자건 여자건 다 비슷한 것 같아요. 그런 생각을 문득해봤던 것 같아요. 답은 아니지만 요즘도 계속 생각하고 있어요. 남의 입장을 이해한다는 건 결국은 '나라면 어떨까?' 이렇게 생각하는 거요.가끔 나와 다른 것들이 있잖아요. 나와 다른 면이지만 결국은 '내 입장에서 설명해보면 어떨까?'라고요. 또 다른 점은 주변 환경이나 교육이나 그런 것에 따라 조금씩 달라지는 것이지 사람은 근본적으로 다 비슷하지 않나 싶어요. 계속 생각하는 중이에요. 내년에는 다른 생각을 하고 있을지 모르겠네요. 제가 너무 진지한가요?

-와, 진짜 좋은 말씀이신 것 같아요. 사실 제가 인터뷰 준비를 하다 보면서 느낀 건데, 연극 무대에서부터 하셨던 배역이 강한 캐릭터였잖아요. 억센 어머니, 드센 옆집 아낙 이런.

네. 거의 그런 역을 많이 했죠.

-전에 해봤던 익숙한 캐릭터였기에, 도씨가 표현해내기에 수월한 캐릭터가 아니었나 생각했었거든요.

저희 어머니는 드센 분이 아니세요. 그런데 어느 순간 다른 사람처럼 보일 때가 있는데, 그게 자식 때였던 것 같아요. 남편과의 갈등에서도 자식 문제였던 것 같네요. 제가 또 목포에서 자랐어요. 그곳은 뱃사람들이 많이 살고, 섬에서 이주하신 분들이 오고, 형편이 힘든 사람들이 살고…동네에서 그런 모습을 자주 봤어요. 그런 것들이 연기에 도움이 되었던 것 같아요.

-도씨는 계속 바닥을 치는 캐릭터였어요. 체력적으로는 당연히 힘들었겠고, 정신적으로 지쳤을 것 같아요.

그냥 아무 생각 안 했던 것 같아요. 긴장하고 잘 해내야 한다는 생각이 계속 있어서 그런지 할 때는 힘든 줄 몰랐어요. 한 번 목 디스크가 와서 한 달 정도 치료를 받은 적이 있어요. 촬영 중이었는데, 참을 수 없는 고통이 오더라고요. 예전에 목 디스크가 있었는데, 뼈가 잘못된 거면 '내 자세가 잘못된 건가?' 싶었거든요. 그런데 나중에 병원에 가서 마사지를 받으니까 제가 너무 긴장된 상태로 계속 있어서 근육이 뭉쳐 신경을 누르고 있었다네요. 촬영하면서 힘들다는 건 자각하지 못했고, 역할을 해내야만 한다 이것만생각했는데 지나고 나니까 '아, 어쩌면 내가 무의식의 상태였을 수도 있었겠구나' 생각이 들었던 것 같아요.

-역할에 완전히 몰입되었던 건가요?

몰입해야 한다, 그렇게 가야 한다 그런 생각이 지속적으로 있었던 것 같아요. 초반에는 제가 봤을 때도 제 연기에 너무 힘이 들어갔던 게 있지 않았나 싶어요. 잘하고 싶다는 생각에 그랬던 것 같아서 사실 하면서 힘든 줄도 몰랐어요. 어느 순간, 중후반 정도 왔을 때 조금 릴랙스되고 긴장이 풀리면서 현장이 편안해지더라고요. 그때 한 발짝 떨어져서 보니까 '내가 정말 미쳤었구나, 그렇게 어떻게 했지?' 싶었을 정도였죠. 많이 긴장하고 잘 하고 싶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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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장상태가 되는 게 배우로서 좋은 것인가요?

좋은 건 아닌 것 같아요. 하지만 한편으로는 그렇게 긴장하지 않았다면 육체적으로나 감정적으로 힘들었을 것 같아요. 그래서 힘든 줄 모르고 쭉 달려오지 않았나 싶어요. 좀 더 릴랙스되고 편안하게 즐겼다면 뭔가 다른무언가가 있었을 것 같은데, 하는 아쉬움도 있어요.

-도혜옥이라는 캐릭터에 대해 주관적으로, 객관적으로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디시 이용자 'ㅇㅇ')

주관적으로는 이해가 되는 부분이 있어요. 사람은자꾸 삶을 되돌아보고, 자신을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져야 하는 것 같아요. 그렇지 않으면 도혜옥처럼 살게 되는 것같아요. 삶의 지혜가 너무 없는 거죠. 계속 되돌아보고, 생각하고, 나를 되돌아보고 그랬다면…. 그 여자를 무조건 잘못했다고 하기에는 좀…. 그런데객관적으로 보면 도 씨는그러면 안 되는 거죠. 하지만 너무 앞만 보고 달려오고, 삶에 치여있다 보니까 되돌아서 생각해볼 시간도 없었을 수 있죠. 그런 마음의 여유도 없었을 거고요. 그런 부분들이 조금은 이해가 돼요.

-저 개인적으로 도씨는 현재에 얽매여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고, 그렇기에 발전을 못하는 캐릭터라고 느꼈어요.

맞아요. 저도 같은 생각이에요. 여유를 가지고 다시 생각하면서 살아가야 하는데…. 그런데 사실 우리 모두가 그렇지 않나 싶어요. 물론 드라마가 극단적으로 표현된 점도 있었지만, 저도 도혜옥을 보면서 가끔 내 모습을 보기도 했어요. 가끔 감정 조절이 안 될 때도 있으니까요. 너무 마음의 여유가 없고, 지속적으로 스트레스를 받다 보면 판단이 안 설 때가 있잖아요? 돌이켜 생각해보면 '내가 왜 그랬지?' 싶을 때가 있죠.

-도씨는 전형적인 모성애를 가진 캐릭터예요. 핏줄에 대한 모성애, 기른정에 대한 모성애. 그 둘을 미묘하게 다르게 표현해야 하잖아요? 결혼도 안 하신 분께서 그걸 표현하는 게 상당히 힘들었을 것 같아요.

사실 그렇게 힘들지 않았어요. 잘 표현이 됐는지 모르겠지만요. (웃음) 작가님이 지문으로 아주 디테일하게 설명을 해주셨어요. 보리에 대해 '애틋하지만 다시 결심한다', '순간 머뭇거리지만 그렇게 한다' 이렇게. 그게 잘 표현되기를 바랐어요. 도혜옥은 상당히 갈등했을 것 같아요. 사실 다른 인터뷰에서도 이야기했어요. 민정이가 떠나고 보리가 없었다면 도혜옥은 삶을 견딜 수 없었을 것 같아요. 보리에게 얻은, 보리가 있음으로 해서 삶을 견뎠기에 갈등했을 것이고요. 하지만 본능에 충실한 여자예요.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욕구에 가장 충실해요. 생각하지 않고요.

-사람들은 도씨가 낳은 정에 더 집착한다고 하는데, 황영희 씨라면 둘 중 어떤 걸 선택하시겠어요?

선택을 할 수가 없을 것 같아요. 지혜롭게 잘 꾸려나가야 하는 거지요. 그건 선택의 여지가 없는 것 같아요. 이 작품을 하면서 보리랑 이런 관계를 생각하는데, 어느 날 아이를 키우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거예요. 보리 같은 애만 있다면 열 명도 키우겠는 거예요.

-그런데 보리 같은 애 없죠. 하하하.

그러니까요. (웃음) 어느 날 누가 내 집 문 앞에 아이를 놓고 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던 적도 있어요.

-도씨가 애정을 주는사람이 셋이에요. 100% 자기 핏줄 민정이, 0% 보리, 50%인 비단이. 솔직히 셋 중 누가 가장 마음에 와 닿았나요? (디시 이용자 'ㅇㅇ')

저는 개인적으로 보리요. 사실 보리만 보면 눈물이 났어요. 연서에게 참 고마운 게 있어요. 걔가 연기를 잘 하고 못하고를 떠나서 굉장히 진정성 있게 연기를 한다고 느꼈어요. 자기가 그 감정이 될 때까지 최대한 노력해서 하려고 해요. 그래서 연서와 저는 서로 눈만 봐도 눈물이 났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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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연기 안 하는 곳에서 울진 않았나요? .

많이 울었어요. 보리를 떠나보내야 할 때, 엄마가 내놓으라고 할 때는 대본 보고도 울었던 것 같아요.

-맞아요. 저도 많이 울었어요. 짐 챙겨 줘야 한다고 할 때.

그때 제일 슬펐어요.

-그때 어떻게 연기하셨어요? 저는 그게 감정적으로 제일 폭발한 장면 같아요.

그렇게 감정이 확 오면 연기하기가 어렵지 않아요. 감정이 오면 그때 마음이 오고, 느껴지는 대로 연기하면 돼요. 오히려 생뚱맞게 뭘 따고 가고, 감정이 안 왔는데 찍어야 할 때가 힘들죠. 저희는 대부분 우는 감정신인데, 갑자기 '자 우셔야 합니다. 오열하셔야 해요'. 그게 제일 힘들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감독님은 감정이 쌓여진 순서대로 촬영하시려고 해요. 하지만 상황에 따라서는 어쩔 수 없어요. 이럴 때가 있어요. 스튜디오에서 많은 일이 벌어졌어요. 그래서 쫓아 달려 나가요. 밖에서 오열을 하는 거죠. 클라이맥스를 밖에서 찍는 거예요. 그런데 그걸 끊었다가 찍어요. 그때가 힘든 것 같아요. 마당 안에서 모든 일들이 벌어지고, 울고 불고 난리가 났고, 애틋한 마음에 쫓아나가는데 그 이후 장면을 야외에서 따로 찍어야 하는 거죠. 그 감정을 계속 유지해야 해요.

-그럼 촬영 전까지 실생활에서도 그 감정을 유지하고 있는 거예요?

네. 그래서 촬영 들어가기 전에 그전에 찍었던 대본을 계속 보고, 생각하고 느끼려고 해요. 그게 힘들어요.

-진짜 캐릭터에서 빠져나오시기 힘들겠어요.

네. 좀… (웃음) 어느 날 봤더니 내 얼굴이 아니고 할머니 얼굴이 있더라고요. 그 연기를 하면서 얼굴 근육을 평소와 다르게 쓰나 봐요. 나도 모르게 할머니가 되어있더라고요. 아침에 일어나서 거울 보고 깜짝 놀랐어요.

-안 그래도 인터뷰하시면서 나이가 알려졌는데, 저렇게 젊으신 분이 어떻게 할머니 역할 하냐고 안타깝다 하시더라고요.

사실 몇 살 차이 안 나요. 하하하.

-나이보다 늙은 역을 해서 속상하지 않을까 염려했어요.

오히려 저와 완전히 다른 인물을 했을 때가 재밌는 것 같아요. 내가 많이 해보지 않았고, 나와 정말 다른 인물이요. 사실 도씨는 극단적인 인물이잖아요. 유리도 그런 기분이었을 것 같아요. 그런 기분으로 철저하게 즐겼을 거예요. 유리는 정말 다르거든요.

-황영희 씨가 생각해도 도혜옥의 행동이 이해가 안 간 장면 세 장면 뽑아주세요. (디시 이용자 'ㅇㅇ')

보리 한복 다 잘라 버린 거요. 그냥 설득시키면 되지, 그건 너무한 것 같아요. 딸 말만 듣고 보리 서울에 못 가게 한 거. 그런 사람 있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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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저도 그건 있을 법 한 것 같아요. 두 장면 더 뽑아주세요.

너무 많은데? (웃음)

-그래도요. (웃음)

친부모 알고서도 찾아주지 않은 거요. (보리를 찾는 전단을 보고 보리 친부모를 찾아간 날) 그날은 그냥 돌아왔어도 많이 고민을 했어도 찾아줬어야죠.

-그건 뺑소니라는 핑계가 있잖아요.

저 그거 이해 안 돼요. 자수했어야죠. 정말 바보 같은 행동인 것 같아요. 그게 무지해서 그랬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아마 도혜옥 입장에서는 겁이 났을 거예요. 만약 자기가 감옥에라도 가게 되면 민정이 혼자 남는데. 그 당시에는 아마 그랬을 거라 생각해요.

-생각해보면 혼자 남았어도 잘 살아갔을….

민정이. (웃음)

-시청자들이 가장 인상 깊었던 건 민정이 살려달라고 머리를 땅에 박는 신이었어요. 너무 충격적이었대요. (디시 이용자 'ㅇㅇ')

그게 도혜옥이 민정이를 사랑하는, 자식에 대한 애정의 아주 극단적인 표현이었던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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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연기할 때 어떤 심정으로 연기하셨나요?

그런데 그런 장면이 하나 더 남아있어요. 이번 주에. 그게 1부였다면 2부가 또 있죠.

-그 이상 가는 장면이 또 있다고요? 머리 땅에 박는 거 이상으로?

하하하. 그런데 두 번째 거는 그렇게 될지 자기 자신도 몰랐을 것 같아요. 자기도 모르고 그렇게 되어버린 상황.

-이런 질문도 있었어요. 도혜옥 결말이 어떻게 되었으면 좋겠느냐. 그런데 이미 결말이 나왔으니 이렇게 바꿀게요. 대본 속 결말이 본인이 생각한 도혜옥의 결말과 많이 유사한가요? (디시 이용자 'ㅇㅇ')

사실 저는 감을 못 잡겠더라고요. 이렇게까지 왔는데 어떻게… 분명 주말극이나 일일극은 해피엔딩이거든요. 이걸 어떻게 용서할까? 어떻게 할까? 했는데 결말이 기발하다는 생각을 했어요. 드라마 많이 보신 분들은 '그럴 줄 알았어' 이렇게 반응하실 분도 계실 텐데 저는 '그럴 수도 있겠구나' 했어요. 기대하셔도 좋습니다.

-다른 인터뷰에서 '빵 터질 것'이라고 이야기하셔서 사람들 기대가 높아요.

전체적인 게 아니라 어떤 한 장면이 빵터졌어요. (웃음)

-누구 장면인가요?

저는 아니에요. 아무튼 기대하세요. 하하하.

-사람들이 이 드라마를 막장드라마라고 이야기하는데김순옥 작가님은 다른 인터뷰에서 불편함을 드러냈어요. 출연 배우로서 드라마에 막장이라는 타이틀이 붙은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글쎄요, 막장이라는 정의 자체가 명제가 아니고 뭐라고 해야 할까요? 파생? 생성된 말이라고 할까요?

-현실에 있기 어려울법한 드라마 속 법칙들이 동시에 여러 가지가 몰려있고, 그걸 자극적인 방식으로 풀어내는 드라마를보통 막장드라마라고 하죠.

저는 그런 개념 자체를 잘 모르고, 저는 막장으로 연기하지 않았어요. 하하하. 그렇다면 인생 자체가 막장이지 않을까요? 인생 자체가 막장이 아닌 게 없는 것 같아요. 정치 경제 사회 다. 알려지지 않았지만 이런 비슷한일이 있어요. 제 주위에도 많이 있어요. 사람들이 개연성의 문제를 가지고 그런 이야기를 하지 않나 생각하곤 해요. 너무 비슷한 코드의 드라마들이 있어서….

막장이나 아니다 이런 건 저희가 말할 수 없는 것 같아요. 막장이라는 개념은 시청자가 정하는 거라 그렇다면 그런 거고, 아니면 아닌 거라고 봐요. 다 보는 시각, 입장의 차이가 있어서요. 편하게 '그렇구나' 하면 그런 거고, 아니면 아닌 거고요. 저 같은 경우는 그 개념 자체를 잘 모르겠지만 시청자들이 그렇다면 그런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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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의외로 놀란 게 남자분들, 아이들이 장보리를 좋아해요. 영국의 국립극단인가? 어떤 극단에서는 막을 올리기 전 유치원에 가서 먼저 작품을 보여준다고 하더라고요. 아이들이 어떻게 반응하는지 보기 위해서요. 아이들이 재밌어하면 100% 어른들이 즐거워한대요. 그게 성인극이라도요. 어려운 이야기가 나오지만 아이들이 배우가 연기하는 것에 반응하는 걸 확인하고요. 저는 정말 좋았어요. 남자분들과 아이들이 좋아한다고 들어서요.

-생각해보면 셰익스피어 작품을 현대적 시각에서 보면 출생의 비밀도 있고 불륜도 있어요. 하하하. 옛날부터 내려온 보통의소재겠네요.

네. (햄릿은) 작은 아버지랑 엄마가 결혼하잖아요. (웃음) 가끔 햄릿을 재해석해서 하는 작품들 중에는 거투르트, 햄릿의 엄마를 욕망의 인물로 표현한 작품이 있어요. 왕비 자리를 유지하기 위해서 알고 있지만 모른 척하고, 작은 아버지랑 그렇게 되고. 그렇게 말한다면 안톤 체호프 작품이 막장의 극치죠. 내 애인과 엄마의 애인이 눈 맞아 도시로 떠나고, 결국 그 남자가 내 애인을 버리고 다시 엄마랑 붙고, 버림받은 여자가 폐인이 돼 나한테 돌아와 둘이 자살하죠. (그가 말한 작품은 '갈매기'이다)

-황영희 씨가 사투리 가르치는 선생님이라는 기사를 봤어요.

사실 조금 많이 과장되게 기사가 난 것 같아요. 사실 제가 학교에 나가 강사 생활도 해보고 한예종 같은 곳에서 세미나를 하기도 했는데 가르치는 직업이 저와는 맞지 않더라고요. 제가 딱 한 번 전문적으로, 제대로 된 페이를 받고 자료를 준비해 가르쳐 본 건 신애라 씨 한 명이에요. 나머지는 동료들이 오디션 볼 때 '나 이거 사투리 녹음해줘', '가르쳐줘' 하면 도와주는 정도죠. 대신 대본을 사투리로 수정해 준 적은 많아요. 그건 돈을 받고 한 거죠. 선생님이라는 건 과장인 것 같아요.

-그럼 이번 드라마를 하면서 직접 대본의 표준어를 사투리로 바꾸는 작업을 하셨나요? (디시 이용자 'dd')

아뇨. 전혀요. 작가분 가족들이 전라도 분이라고 하시네요. 연서나 비단이 같은 경우 대본에 있는 대로 했어요. 전라북도 사투리가 많았죠.

-안 그래도 보리가 쓰는 사투리는 북쪽이고, 도 씨는 남쪽이라고 하던데, 그런 사연이 있었군요.

그런데 지역마다 사투리가 조금씩 달라요. 목포 다르고, 광주 다르고. 사람들이 저한테 장흥 사투리를 안 쓴다고 그러는데, 대본상으로 제 고향은 목포예요. 빚쟁이들 때문에 고향으로 못 가고 장흥으로 간 거죠. 그분들께 이야기해드리고 싶어요. 도 씨는 장흥 출신이 아니라 목포 출신입니다. 하하하.

-사람들이 도씨는 무조건 연말에 상 줘야 한다고 해요.

주시면 고맙게 받겠습니다. (웃음)

-뭐 받고 싶으세요?

뭐든지요. 저는 공부를 잘 하지 못했어요. 개근상, 정근상도 받아본 적이 없어요. 주시면 감사히 받을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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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보리가 끝나 우울해하는 사람들에게 위로의 한 말씀을 드린다면요? (웃음)

혹시 제가 급 허전한 가슴을 채워드릴 수 있다면 다른 작품을 통해서 열심히, 어떻게 하면 시청자들을 또 재밌게 해드릴 수 있나 고민해볼게요.

-차기작 계획을 알려주세요. (디시 이용자 'ㅇㅇ')

이야기 중인 작품이 있긴 한대요, 아직 말씀드리기는어려워요.

-연극배우를 오래 하시고, TV 쪽으로 늦게 나오셨는데 TV로 오신 이유가 궁금해요. (디시 이용자 'dfsf')

특별히 TV에 오기 위해 애쓴 적은 없어요. 제가 오늘 화장도 예쁘게 하고, 귀걸이도 하고 왔는데, 제 마음속에는 그때만 해도 -어렸을 때였지만 - 예쁘지 않으면 영화나 TV 쪽은 힘들 거라 생각했어요. 또 키도 작고. 외적 콤플렉스가 많아서 아예 그쪽은 생각하지도 않았어요. 또 연극이 재밌었어요. 힘들고 어려웠지만, 행복했던 젊은 시절을 보낸 것 같아요. 연극하면서 정말 행복했어요.

그러다가 우연히 기회가 돼 '베토벤 바이러스'의 이재규 PD님이 연극을 보러 오셨죠. 그분이 직접 절 캐스팅한게 아니라 '중년 배우 없을까' 누구한테 물어본 걸 엄효섭 배우님께서 '너 영희 연극 본 적 있지? 영희 어때?' 그렇게 이야기하셨더라고요. 제가 그때 조재현 선배님과 연극을 하고 있을 때였는데, 이재규 PD님과 조재현 선배님이 절친이더라고요. 그런 여러가지 인연이 닿아엄효섭 선배의 추천으로 '그렇지! 영희 누나가 있었지' 해서 '베토벤 바이러스'를 하게 됐죠.

-황영희 씨가 극단 골목길의 대표 배우라고 들었어요.

아우, 아니에요. 저희 대표 배우는 윤제문, 고수희, 김영필 이런 배우들이죠. 진짜로요.

-왜 그렇게 겸손하세요.

아니에요. (웃음)

-대학로 연극 마니아들은 황영희 씨가 나온 작품은 믿고 본다던데.

그래요? 하하하. 저 몰랐던 사실인데요? 하하하. 기분 확 좋네요. 순간 어지럽다.

-'그런 칭호를 들으면 기분이 어떠세요?'라고 질문하려고 했는데.

진짜 기분이 좋아요. 너무 좋아서 순간 어지럽고 별이 보여요. (웃음)

-황영희 씨도 TV에 나오시는데 요즘 무대에 서는 배우들이 다른 매체에 나오시더라고요. 연극에 오래 계신 분으로서 그런 것을 어떻게 보세요?

연극에 연기 잘하는 연기자들 정말 많아요. 보석같은 배우들. 골고루 기회가 갔으면 좋겠어요. 방송하시는 분들도 와서 연극을 하고, 연극의 숨은 진주 같은 배우들도 사람들에게 알려져서 좋은 배우들이 나와 상호 공생한다면 결국 시청자들과 관객들이 좋은 게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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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쪽에서 난다 긴다 하신 분들이 TV오시면 비중이 큰 역할을 맡는 경우가 적어요. 거기에 대한 섭섭함 같은 건 있나요?

아뇨. 전혀요. 그분들도 검증의 시간이 필요해서 그런 게 아닐까요?

-사람들이 가지는 연극에 대한 생각은 연극 나오는 사람들 연기 잘해 이거죠.

꼭 그렇지도 않아요. (웃음) 솔직히 말하면 연극한다고 다 잘하지 않아요. 하하하. 그런데 대신 연기자들이 많으니까요.

-연극 기간은 훈련 기간이 있잖아요. 훈련 기간을 거쳐 무대에 오르기 때문에 다른 매체와 비교해서 그런 이미지가 있지요.

연륜 있는 배우들, 그 시간을 견뎌오고 오랫동안 무대에서 단련되고 훈련된 배우들은 훌륭하신 분들이 정말 많지요.

- 혹시 지금까지 출연하신 연극 중 이 작품은 사람들이 대학로 가서 꼭 봤으면 좋겠다 하는 작품 있다면요?

저희 극단 골목길의 작품을 꼭 봐주세요. 제가 그곳에 있어서가 아니라 개인적으로 극단 골목길의 작품이 인간의 근본적인 것들, 본질적인 것들, 사회적인 이슈나 문제들을 꼬집는다고 봐요. 극단 골목길의 작품에 관심을 가져주셨으면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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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실 요즘 대중들은 자신을 불편하게 하는 작품은 보지 않으려고 해요.

맞아요. 우리 극단 골목길의 작품은 호불호가 많이 갈려요. 불편해해요.

-현실이 불편하니까 예술을 통해 위로를 받고 싶어 하지, 그걸 마주 보고 싶어 하지 않거든요.

맞아요. 그럼 다양한 장르의 작품을 보시면 좋을 것 같아요. 뭐든 편식하면 좋지 않잖아요? 자신을 위해 뮤지컬도 보고, 로맨틱 코미디도 보고, 가끔은 한 번 나를 되돌아봐야 하지 않을까 할 때 극단 골목길 작품을 보세요. 하하하. 골목길 작품은 작품 안에 유머 장치를 많이 깔아 일단 재밌어요. 그런데 보고 나오면 찝찝한 게 있어요. 사람들 표현이 그렇더라고요. 저는 하는 배우 입장이라 모르겠는데 대부분 댓글이 '신 나게 웃고 자지러지게 웃고 나왔지만 이 찝찝함은 뭐지?' (웃음) 이런 글들이 많더라고요.

-대사를 할 때 정말 빠르고, 틀리지 않고, 강하게 잘 하는 걸로 알려져 있는데 비결이 있다면요?

그게 연극에서의 훈련이었던 것 같아요. 정말 감사하죠. 소극장에서 할 때는 정말 카메라 앞에서보다도 더 자연스럽게, 리얼하게 해야 해요. 말도 그렇고요. 그런데 중극장이나 대극장에서는 뒤까지 목소리가 전달되어야 해요. 그래서 그런 훈련들을 많이 했던 게 도움이 되었던 것 같아요. 저희 극단은 화술을 중요하게 생각해요. 아무리 좋은 글이고 훌륭한 작품이라도 배우의 말이 안 들리면 의미가 없다고요. 그런데 가끔 가다가 말보다는 사람의 감정이 중요할 때가 있어요. 내가 너무 설움에 복받쳐 올 때, 그 감정을 제대로 표현해내면 대사가 의미가 없을 때가 있죠. 감정이 더 중요할 때가 있고요. 그런 것들의 공부가 좀 많이 감사했던 것 같아요. 어떤 신에서는 정확하게 정보 전달을 해줘야 하고, 어떤 신에서는 그 대사가 별로 중요하지 않고 감정이 제대로 전달되어야 해요. 그런 공부들이 저한테는 소중한 시간이었죠. 연극을 했다는 것이요.

-연기하는 후배들한테 이건 좀 잘 했으면 좋겠다 하는 건요?

제가 뭐라고….

-왜요. 하하하. 연극 팬들이 믿고 본다잖아요.

그냥 희망만 잃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물론 세상이 공평하지는 않아요. 하지만 열심히 준비하고, 열심히 하다 보면 누구에게나 기회는 반드시 온다고 이야기하고 싶어요. 저는 지금 이미 제가 목표한 걸 넘어선 것 같아요. 저는 이제 제 꿈은 이대로 잘 유지됐으면 좋겠다는 거예요. 쉬지 않고 계속 사람들을 만나고, 연극하고, TV가 되었든 영화가 되었든 계속 연기자로 일을 할 수 있는 게제 목표인 것 같아요. 전 꿈도 못꿨어요. 영화도 하고, TV도 하고, 많은 사랑을 받고, 인터뷰를 하고, 샵에 가서 메이크업도 하고 귀걸이를 하는 걸요. 생각도 못했죠. 쉬지 않고 연극을 했으면 좋겠다 하는 게 제 꿈이었거든요.

-방금 기회라고 하셨잖아요. 황영희 씨에게 기회는 뭐였나요?

모든 게 다 기회였던 것 같아요. 대학로에서 연극을 하는 것부터가 기회였던 것 같아요. 골목길의 박근형 선배님이 이런 이야기를 하셨어요.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우리가 늘 가난하니까, 또 선생님 밑으로 잘 된 배우들이 많잖아요. 박해일, 고수희, 윤제문… 이런 배우들 이야기하면서 '매일매일 봉준호가 객석에 와 앉아있다고 생각해', '네가 모르는 사이에 누가 보고 갈지 몰라. 그렇지 않으면 너희에게 기회는 없어', '매일 죽을 각오로, 내가 무대 위에서 죽겠다 하고 열심히 하라'. 그 말을 새겨들었어요. '그래, 오늘 어떤 유명한 연극 연출자, 기획자, 일본의 유명한 연출자 누가 와서 나를 볼지 몰라' 그렇게요.그게 기회인 것 같아요. 그런데 사실 무대 위에서는 관객을 만나는 게 맞는 거죠. 대신 오늘의 관객이 나에게 어떤 사람일지 모르는 거죠.관객을 정직하게 만나면 그날 그 상황이 기회인 것 같아요.

-봉준호 감독님 이야기해서 그런데 그럼 '마더'에 출연하신 것도?

네. 그 말처럼 되었어요. 진짜로. 하하하. 훨씬 전 일이었어요. 박근형 선배가 '야, 너 매일 봉준호, 박찬욱 감독이 객석에 앉아있다고 생각해' 했는데,농담으로 열심히 하라는 이야기였죠. '그래야 해일이처럼 기회가 온다, 윤제문처럼 기회가 온다' 후배들에게 한 이야기였죠. 그런데 어느 날 봉준호 감독님께서 다른 배우를 캐스팅하기 위해 그 배우가 하는 공연을 보러 왔는데 제가 캐스팅되었죠.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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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더 장면 화제 된 거 아시죠? 도씨가 김혜자 따귀 때리던 여자였어!(웃음)

네. 그때 대사는 한 마디도 없었어요. 사실 제가 기도를 했어요. 그 연극 작품 한창 연습 중인데 어떤 후배가 오더니 '오늘 봉준호 감독님의 마더라는 작품 오디션을 보고 왔어' 그러는 거예요. '야, 그런 거 있으면 나도 좀 알려줘' 했더니 '조연출 아는 형이 있는데, 와서 한 번 보라고 해서 본 거야' 그러더라고요. '여자 역은 없대?' 하니 여자 역할이 별로 없다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한 달 후 봉준호 감독님이 제 연극 공연장에 오신 거죠. 무슨 일 있으면 기도하세요. 하느님이든, 부처님이든. (웃음) 정말 기도처럼 되어버렸어요. 후배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는 절실하게 원하고 기회를 얻고자 한다면 반드시 올 거라고, 절대 희망을 버리지 말라는 거예요.

-연극 연기와 드라마 연기의 차이점이 궁금하다는 질문이 있었어요. (디시 이용자 'ㅇㅇ')

연극은 처음부터 끝까지 한 호흡을 가지고 쭉 이어가는 게 있어요. TV는 커트 따고 가는 식. 저는 그게 제일 힘들었던 것 같아요. 여기서 펑펑 울고 있는데 '아까 그거 못 했어요'.실컷 울고 끝났는데 멀쩡하게 분장 고치고 반대를 연기해야 해요.그 차이죠. 그런데 제가 연기를 몰라서 그런지 큰 차이점은 느끼지 못하겠어요. 어떨 때는 드라마가 더 오버해야 할 때가 있죠.

-그래요? 저는 연극이 보여지는 게 더 커야 하지 않을까 싶었어요.

그건 대극장일 때요. 소극장, 중극장, 대극장 연기하는 방식이 다 달라요. 소극장에서는 '너 정말 그러는 거 아니야'를 자연스럽게 이야기한다면, 대극장에서는 대사하기 전 액션을 줘야 해요. 한 번 서성이다가 한숨 쉬고 다짐을 한 뒤 '너 정말 그러는 거 아냐!' 이런 식으로요. 카메라도 풀샷, 타이트샷, 바스트샷 연기들이 조금씩 다른 것 같아요. 해보니까요. 처음에는 몰랐어요. 아무것도 모르고 들어갔는데 해보니까 그런 차이가 있는 것 같더라고요. 하지만 근본적인 연기의 패턴, 중심은 똑같은 것 같아요.

-멜로를 한다면 같이 하고 싶은 배우를 꼽아주세요. (디시 이용자 'ㅇㅇ')

아! 멜로! (웃음) 아, 좋아하는 배우들이 너~ 무 많아서요. 이성민 오빠요. 성민 씨와 한 번 부부로 나온 적이 있는데(내 마음이 들리니) 성민 오빠와 멜로 연기를 한 번 해보면 어떨까요? 오래된 부부로요. 정말 멋져요. 카메라 안이나 밖에서나 정말 멋져요. 인격도 굉장히 훌륭하시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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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MBC

-황영희에게 연출가 박근형이란?

스승님.

-애증?

애증도 있죠. (웃음) 술친구이자 스승이에요. 하하하.

-오, 술 좋아하세요?

저요? 방송하면서 많이 못 마셨어요. 극단 할 때는 거의 360일 마시죠.

-우와, 술에 강하시군요.

아뇨. 술 못해요. 잘 못하는데 홀짝홀짝 장시간동안 천천히 마시는 스타일이죠. 하하하.

-이제 황영희 씨를 모르는 사람들이 황영희 씨의 삶에 대해 궁금해하고, 질문을 하는 사람들이 많아졌어요. 그런 것들이 좋은지, 어색한지 궁금해요.

사실 아무것도 없어서 제가 말할 게 없어요. 정말 아무 것도 없어요. 진짜. 가끔은 그런 게 허할 때가 있어요. 저는 결혼도 안 했고, 자식도 없으니까 그냥 내가 다른 인물로 살고, 어떤 팀에 들어가면 가족이 생기고… '그게 내 삶의 전부인가?' 해서 가끔 허할 때가 있어요. 제 일상에서 제 삶의 중심은 친구인 것 같아요. 많지는 않지만 친구들이나 동료들이 제 삶의 중심인 것 같아요. 물론 저와 함께 말이에요. (웃음)

-바쁘신데 시간 내 주셔서 감사합니다. 마지막으로 동영상 인사말 남겨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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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오후, 그가 인터뷰를 위해 디시인사이드에 들어오자 직원들의 눈이 모두 동그래졌다. 억센 사투리에 몸빼바지만 입던 민정어매가 아닌, 사무실을 환하게 만들 정도로 화사하고 아름다운 배우 황영희를 만났기 때문이다. 본인 역시 황영희 씨를 보자마자 "아름다우십니다"를 연발했을 정도. 그가 인터뷰를 끝내고 사무실을 떠나자마자 사무실 여기저기서 "우와, 진짜 예쁘다", "역시 배우는 배우다", "기품이 넘치시네" 등 탄성이 터져나왔다.

하지만 더 아름다웠던 건황영희 본연의모습이었다. 인기에 대한 겸손함, 역할에 대한 애정, 연기에 대한 고민 등 다양한 그의 이야기에서 엿볼 수 있는 프로의식은 저절로 고개가 숙여질 정도였다. "도씨를 연기하니 나도 모르게 할머니 얼굴이 되어있었다"라는 말에 "나도 저렇게 내가 맡은 일에 열중했던 적이 있는가" 반성하게 되고, 그 열정을 본받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중들에게 즐거움을 주는 배우로서, 치열한 삶을 의미 있게 살아온40대 여성으로서 황영희는 정말 멋있는 사람이다.

사진 = 김지원(kjwonee613@dcinsid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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