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대만 잠수함사업에 북한 입질"…남북 대결 벌어질 뻔

2014년 6월 북한의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동해함대사령부 예하 잠수함에 탑승했다. 이 잠수함은 북한 해군의 주력인 로미오급 잠수함이다. [노동신문]

2014년 6월 북한의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동해함대사령부 예하 잠수함에 탑승했다. 이 잠수함은 북한 해군의 주력인 로미오급 잠수함이다. [노동신문]

 
지난해 대만의 잠수함 사업에 북한까지 뛰어들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당시 한국 업체들도 해당 사업에 관심을 보였던 만큼 방산업계에선 잠수함 사업을 놓고 남북 대결이 벌어질 뻔 한 것 아니냐는 뒷얘기도 나오고 있다.

미국의 라디오프리아시아(RFA)는 8일(현지시간) 북한이 지난해 대만의 잠수함 사업(IDS) 입찰에 참여했다고 보도했다. 대만은 중국의 위협에 맞서기 위해 모두 8척의 잠수함을 자국의 조선소에서 건조할 계획이다. 잠수함 건조에 부족한 기술은 외국에서 사들인다는 게 대만의 복안이다. 이에 미국ㆍ일본 등 16개국 기업들이 입찰에 뛰어들었다고 한다.

1996년 9월 강원도 강릉 해안에 좌초한 북한의 상어급 잠수함. [중앙포토]

1996년 9월 강원도 강릉 해안에 좌초한 북한의 상어급 잠수함. [중앙포토]

 
RFA는 대만 매체인 상보(上報)와 타이완뉴스(Taiwan News) 등을 인용해 북한이 대만의 무역회사를 통해 지난해 대만 국방부에 잠수함 입찰 제안서를 냈다고 전했다. 북한-대만을 중계한 무역회사의 이름은 공개되지 않은 상태다.

북한은 자체적으로 개발한 연어급 잠수정과 상어급 잠수함 뿐만 아니라 공기불요추진체계(AIP)와 무산소 발전소(VNEU)의 설계도 일부와 기술 이전 계획을 제시했다. AIP는 최대 2~3주 동안 부상하지 않고 잠항이 가능한 기술이다. 한국 해군의 손원일(장보고-Ⅱ)급 잠수함도 AIP를 갖췄다.

북한의 연어(130t)급 잠수정. [중앙포토]

북한의 연어(130t)급 잠수정. [중앙포토]

 
RFA는 대만 군 당국의 잠수함 전문가들이 지난해 북한 입찰의 진위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중국과 북한의 접경 지역인 단둥(丹東)을 방문하기도 했다고 전햇다. 그러나 대만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를 위반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북한의 제안을 거절했다고 한다.


앞서 지난해 8월 한국의 조선업체인 대우조선해양과 현대중공업이 대만 해군을 상대로 설명회를 열고 잠수함 수출을 추진했다는 대만의 언론 보도가 나왔다. 그러나 방위사업청은 수출 승인을 내준 적이 없다고 밝혔다.

북한의 고래급 잠수함과 SLBM 북극성-1호. [중앙포토]

북한의 고래급 잠수함과 SLBM 북극성-1호. [중앙포토]

 
군사 전문 자유 기고가인 최현호씨는 “잠수함은 전략 무기로 정부의 허가 없이 수출 상담이나 기술제휴를 추진할 수 없다. 중국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예상할 수 있는 상황에서 한국 업체의 대만 잠수함 수출 타진은 힘든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북한이 냈다는 계획서 제출도 믿기 힘들다”며 “대만이 자국의 잠수함 사업에 대한 외부의 관심을 키우기 위해 과대 홍보를 하는 것이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북한은 80척이 넘는 잠수함을 보유한 잠수함 대국으로 꼽힌다. 1960~70년대 소련과 중국으로부터 들여온 잠수함을 정비하면서 자체 기술을 쌓아왔다. 그래서 나온 게 연어급 잠수정과 상어급 잠수함이다.

2014년 6월 북한의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동해함대사령부 예하 잠수함에서 잠맘경을 들여다 보고 있다.  [노동신문]

2014년 6월 북한의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동해함대사령부 예하 잠수함에서 잠맘경을 들여다 보고 있다. [노동신문]

 
북한의 연어급(130t)은 2010년 3월 26일 천안함을 피격한 잠수정으로 한ㆍ미 정보당국은 파악하고 있다. 이 잠수정은 이란으로 수출됐다. 상어급(325t)은 1996년 9월 18일 강원 강릉시 동해안에 좌초한 잠수함이다.

북한은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발사할 수 있는 고래급 잠수함(2200t)도 스스로 만들었다.

장보고-Ⅱ급 잠수함인 홍범호함이 물 위에서 수면을 가르며 운항하고 있다. 홍범호함에는 AIP가 탑재돼 2주까지 잠항할 수 있다. [사진 방사청]

장보고-Ⅱ급 잠수함인 홍범호함이 물 위에서 수면을 가르며 운항하고 있다. 홍범호함에는 AIP가 탑재돼 2주까지 잠항할 수 있다. [사진 방사청]

 
북한의 잠수함과 잠수정은 한ㆍ미 잠수함과 직접 상대하기는 성능이 떨어진다. 그러나 천안함 폭침과 같은 매복 공격을 감행하거나 한국 항구나 주요 해로에 기뢰를 뿌리는 능력은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또 한국 후방 깊숙한 곳에 특수작전부대를 침투하는 경력은 이미 많이 쌓았다.

이철재 기자 seajay@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