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엔 미군 전력이 모이고 있다. 미국 해군은 17~18일 아라비아해에서 항공모함인 에이브러햄 링컨함(CVN 72)과 강습상륙함인 키어사지함(LHD 3), 제22 해병원정대(MEU)가 참가한 기동훈련을 벌였다. 앞서 미 공군은 16일 스텔스 전략폭격기인 B-2를 동원해 지하 목표물을 벙커버스터(GBU-57)로 타격하는 훈련도 했다. 단 일촉즉발의 분위기이지만 미국이 2003년 이라크전 때 바그다드로 진군한 것처럼 당장 지상전을 불사하기엔 군사 전력, 미국 정치, 국제 여론 모두에서 미흡하다는 전문가 진단이 다수다.
![미국 항공모함 에이브러햄 링컨함이 지난 9일(현지시간) 이집트 수에즈 운하를 통과하고 있다. 미국은 이란과의 군사적 충돌에 대비해 이 항모를 중동 지역에 긴급 배치했다. [EPA=연합]](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1905/21/20159dd6-dbfd-4a07-ad80-49ed6ebcca9b.jpg)
미국 항공모함 에이브러햄 링컨함이 지난 9일(현지시간) 이집트 수에즈 운하를 통과하고 있다. 미국은 이란과의 군사적 충돌에 대비해 이 항모를 중동 지역에 긴급 배치했다. [EPA=연합]
①지상군이 부족하다
이란은 미국이 상대했던 알카에다나 이슬람국가(IS) 등 테러집단과는 차원이 다르다. 이란은 정규군인 공화국군 52만명과 혁명수비대 12만 5000명을 보유하고 있다. 반면 미국이 중동 지역에 배치한 전력은 5만명 정도다. 지상전을 치르기엔 턱없이 부족하다. 17~18일 기동훈련을 했던 해병원정대는 2200명 남짓이다. 인도양에서 대기 중인 사전배치전단(MPSRON)도 1개 여단(4500명)을 무장할 수준이다. 미국은 1991년 걸프전쟁 땐 52만명, 2001년 아프가니스탄 전쟁엔 1만 6000명, 이라크전엔 28만명을 투입했다. 아프가니스탄 전쟁은 탈레반을 반대하는 군벌 집단이 전면에서 싸워 미군 병력은 많이 필요하지 않았다. 따라서 이란과 지상전을 벌이려면 미 본토는 물론 필요할 경우 주한미군 일부까지 차출하는 등 전세계 미군기지에서 병력과 물자를 가져와야 한다. 그전까지 지상전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②제한적 군사작전엔 이란 반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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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의회는 전쟁에 소극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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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전을 경험했던 국제사회가 미국의 이란 공격을 지지할지도 불투명하다. 미국이 이란을 공격하려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이란 무력사용 결의까지는 아니더라도 최소한 동맹국의 도움이 필요하다. 하지만 대테러전의 동반자 영국에서도 부정적인 얘기가 나온다. IS격퇴 국제동맹군(OIR)의 부사령관인 크리스토퍼 기카 영국 육군 소장은 14일 “중동지역에서 점증하는 이란의 위협은 없다”고 단언했다.
또 미국은 중동의 이란 말고도 아시아의 북한과 남중국해, 남아메리카의 베네수엘라 등을 계속 주시해야 한다. 최소한 북한과 중국이 가만히 있어야 이란에 집중할 수 있다. 그런데 단거리 미사일을 쐈던 북한은 후속 도발 가능성을 열어 놨다. 중국은 미국이 중동에 몰입한 사이 남중국해 영유화 조치에 전격 나설 수 있다. 이희수 한양대 중동학 특훈교수는 “이란은 전통적으로 중국ㆍ러시아와 가깝다”며 “미국과 이란 간 갈등이 더 커지면 중국ㆍ러시아가 이란 편에서 양측 사이의 긴장을 조성한 뒤 자신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 9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한 여성이 미국과 이란의 전쟁을 반대하는 피켓시위를 벌이고 있다. [AP=연합]](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1905/21/130fac16-961c-489b-b540-99d08dfd72d2.jpg)
지난 9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한 여성이 미국과 이란의 전쟁을 반대하는 피켓시위를 벌이고 있다. [AP=연합]
⑤예측불허 트럼프가 최대 변수
현재로선 안팎의 정세는 이처럼 ‘전쟁 불사’가 쉽지 않다. 그럼에도 군사ㆍ지역 전문가들이 예단하지 못하는 예측불허의 변수가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속내다. 그가 어떤 카드를 꺼낼지 예상하기 어렵다는 게 중동 긴장감이 계속되는 원인 중 하나다.
이철재ㆍ이근평 기자, 박용한 군사안보연구소 연구위원 seajay@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