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반대 여론에도 청와대 “적어도 청문회는”…일각서 “조국이 돌파해야”

청와대는 조국 법무부 후보자 장관 임명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우세한 결과에도 국회 인사청문회를 지켜보자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26일 오전 인사청문회 준비단이 마련된 서울 종로구 적선현대빌딩으로 출근해 입장을 밝힌 뒤 엘리베이터에 올라 사무실로 들어가고 있다. 강정현 기자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26일 오전 인사청문회 준비단이 마련된 서울 종로구 적선현대빌딩으로 출근해 입장을 밝힌 뒤 엘리베이터에 올라 사무실로 들어가고 있다. 강정현 기자

청와대 관계자는 26일 “국회에서 여야가 인사청문회 일정을 협의 중이니 결과를 지켜보자”면서 “청문회는 열려야 한다는 분위기가 더 많지 않느냐”고 전했다. 이날 오전 여야 원내대표들은 조 후보자의 청문회 일정을 합의하기 위해 만났으나 접점을 찾는 데는 실패했다. 이날 오후 소관 상임위인 국회 법제사법위 간사단 회의에서 다시 합의를 시도할 예정이다.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전날 “우리가 지금 현재 입장을 내는 것은 적절치 않을 것 같다”며 “조 후보자의 입장과 해명을 들은 연후에 말을 해도 늦지 않을 것 같다”고 했다. 최소 청문회는 열려야 한다는 이야기다. 현재로선 조 후보자에 대한 지명철회나 후보자의 자진 사퇴에 대한 고려는 전혀 하고 있지 않다는 뜻으로도 풀이된다.

앞서 중앙일보 조사연구팀이 지난 23~24일 만 19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조 후보자 임명에 대한 찬반 여론을 긴급 조사한 결과에서 응답자의 60.2%가 ‘반대한다’고 답해 ‘찬성한다’는 응답(27.2%)의 두 배를 넘었다. 다만 청문회에서 의혹을 밝혀야 한다는 응답이 51.6%를 기록, ‘즉각 사퇴’(29%)와 ‘대통령의 지명 철회’(14.3%)에 응답한 숫자(43.3%)보다는 많았다.

 
그러나 청와대 내부적으로는 여권의 전통적 지지층인 20대와 수도권을 중심으로 민심 이반의 폭이 심상치 않다는 위기감도 나온다. 지난해 평창 겨울 올림픽 때 남북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 논란이 재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심각한 취업난 속에 젊은 세대들은 갑작스러운 단일팀 논의로 기회가 박탈당한 위기에 놓인 한국 선수들에게 자신들의 처지를 투영하면서 ‘공정’이란 키워드에 민감하게 반응했다. 조 후보자의 딸도 금수저’ 코스를 밟았다는데 20대의 분노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실제로 중앙일보 조사에서도 조 후보자 임명에 대한 반대는 20대가 68.6%로 전 연령대에서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지역별로 반대 응답이 가장 많은 지역은 대구·경북(TK·69.0%)에 이어 서울(67.4%)이 두 번째였다.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26일 오전 인사청문회 준비단이 마련된 서울 종로구 적선현대빌딩으로 출근해 기자회견 도중 송구하다며 고개를 숙이고 있다. 강정현 기자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26일 오전 인사청문회 준비단이 마련된 서울 종로구 적선현대빌딩으로 출근해 기자회견 도중 송구하다며 고개를 숙이고 있다. 강정현 기자

조 후보자 논란은 문 대통령 국정운영 지지율 하락세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번 중앙일보 조사에서 ‘문 대통령이 국정운영을 얼마나 잘하고 있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잘못했다’는 응답은 49.3%로, ‘잘했다’는 응답(41.5%)보다 7.8%포인트 높았다. 부정평가가 긍정평가를 앞서는 ‘데드 크로스’(dead cross) 현상이 일어난 것이다.

 
이 때문에 청와대 일각에선 “일단 청문회까지야 가지만, 이후에 어떻게 할지는 전적으로 조 후보자의 몫”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청문회를 치르고도 여론의 반응이 호의적이지 않을 경우 청와대가 다른 선택을 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위문희 기자 moonbright@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