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률 1% 드라마, 넷플릭스 타고 글로벌 흥행작으로

방송 등의 플랫폼을 통해 출시됐을 때는 주목을 받지 못하다가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넷플릭스 입성 이후 히트 작품으로 거듭나는 콘텐트가 연이어 등장하고 있다. 넷플릭스를 타고 국내를 넘어 해외에서까지 주목도가 높아지는 경우도 늘고 있다. 국내 콘텐트가 글로벌 시장에 보다 쉽사리 진출할 수 있게 된 셈이다. 그만큼 ‘넷플릭스 쏠림’ 심화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지니TV 오리지널 드라마 '당신의 맛'. 사진 ENA

지니TV 오리지널 드라마 '당신의 맛'. 사진 ENA

 
29일 OTT 플랫폼 시청 순위 집계 사이트인 플릭스패트롤을 보면 강하늘·고민시 주연 지니TV 오리지널 드라마 ‘당신의 맛’은 28일 기준 넷플릭스 글로벌 TV쇼 부문 6위에 올라있다. 인도네시아‧베트남‧볼리비아 등 7개국에선 1위다.

이 드라마가 처음부터 주목 받은 건 아니다. ENA에서 지난 12일 첫 회 시청률은 1.6%였다. 3%대를 기록했던 전작 ‘신병3’ 대비 반 토막 수준이었다. 하지만 같은 날 넷플릭스에 공개된 후 3일 뒤인 15일 ‘오늘의 대한민국 TOP10 시리즈’ 1위를 찍으며 인기 드라마 반열에 오르기 시작했다.

방송가에선 넷플릭스 공개가 병행되지 않았다면 이런 관심을 받기 어려웠을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KT는 그간 자체 제작 콘텐트를 자사 채널인 지니TV와 ENA에서만 공개해왔는데, 처음 시도한 넷플릭스 동시 공개 전략이 먹힌 셈이다.

웨이브에서 첫 공개됐던 '약한영웅 CLASS 1'은 넷플릭스에서 재공개된 이후 '역주행' 하며 인기를 끌었다. 사진 웨이브

웨이브에서 첫 공개됐던 '약한영웅 CLASS 1'은 넷플릭스에서 재공개된 이후 '역주행' 하며 인기를 끌었다. 사진 웨이브

 
넷플릭스 공개 이후 ‘급’이 달라진 콘텐트는 또 있다. 지난 2022년 11월 국내 OTT 웨이브에서 공개된 박지훈 주연 ‘약한영웅 Class 1’은 지난 3월 25일 넷플릭스 재공개 이후 4주 연속 TV쇼 부문 톱 10에 드는 ‘역주행’을 하며 글로벌 화제작으로 격상됐다. 후속작인 ‘약한영웅 Class 2’는 처음부터 넷플릭스에 공개됐다.


영화에서도 유사한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29일 기준 ‘오늘 대한민국 TOP 10 영화’ 1위는 하정우 주연 ‘브로큰’이다. 지난 2월 5일 극장 개봉 당시 19만 7949명의 관객을 모으는데 그쳤던 작품이다.

영화 '브로큰'의 주인공 민태(하정우)는 동생을 죽인 범인을 찾기 위해 집요한 추적을 이어간다.  사진 바른손이앤에이

영화 '브로큰'의 주인공 민태(하정우)는 동생을 죽인 범인을 찾기 위해 집요한 추적을 이어간다. 사진 바른손이앤에이

 
이승기 주연한 영화 '대가족' 도 같은 부문 6위를 기록하며 뒤늦게 빚을 보고 있다. 2023년 12월 11일 개봉한 이 영화의 누적 관객 수는 34만3060명으로 손익분기점(260만명)을 크게 밑돌았었다. 

이런 현상에 대해 ‘양날의 검’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국내 콘텐트가 넷플릭스를 타고 글로벌 관객에게 보다 수월하게 접근할 수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약한영웅’의 유수민 감독은 “(넷플릭스를 통해) 더 많은 국가에서 시청할 수 있는 만큼 작품 분위기 자체를 너무 무겁거나 감정 소모가 심하지 않도록, 최대한 편하게 볼 수 있게 만들려고 했다”고 말했다. 넷플릭스로 채널을 옮기면서 더 넓은 시청 타깃층을 고려했다는 것이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한국 작품이 글로벌 시장에서 주목을 받으며 원작인 국내 웹툰에 대한 관심도가 커지고, 국내 신인 배우의 인지도 확보도 용이해졌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며 “글로벌 시장을 공략하는 데 있어서도 넷플릭스와 같은 OTT 플랫폼을 활용하는 게 유효하다는 점이 증명되고 있다”라고 진단했다.

반면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정 평론가는 “국내 콘텐트의 넷플릭스 집중화는 소위 장르물 등 ‘넷플릭스 향’ 작품으로의 쏠림과 같은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며 “국내 콘텐트 시장이 거대 OTT에 종속되지 않도록 제작사들은 콘텐트 경쟁력을 유지하면서 여러 통로를 활용한 글로벌 시장 진출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