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을 재수사 중인 서울고검이 블랙펄인베스트먼트 전 임원 민모씨등을 불러 조사했다. 연합뉴스
서울고검은 지난 28일 주가조작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은 김모씨를 참고인으로 불러 조사했다. 김씨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2차 작전시기(2010년 10월~2012년 12월)의 ‘주포(주가조작 판 설계자)’로 꼽히는 인물이다.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 등과 공모해 주가를 조작한 혐의(자본시장법 위반)로 지난달 3일 대법원에서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이 확정됐다. 검찰은 지난 27일엔 블랙펄인베스트먼트 전 임원 민모씨를 불러 조사했다. 민씨는 권 전 회장과 짜고 2009년 12월~2012년 12월 도이치모터스 주가를 조작해 107억원의 부당이익을 챙긴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2023년 10월 1심에서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으나 불복해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검찰은 이들이 김 여사의 주가조작 인식 여부를 가늠할 이른바 ‘7초 매매’의 핵심 인물인 점에 주목하고 있다. 이 사건 판결문에 따르면 2010년 11월 1일 김씨는 민씨에게 “12시에 3300(원)에 8만개 때려달라 하셈”이란 메시지를 보냈고 민씨는 “준비시킬게요”라고 답했다. 약 20분 뒤 김씨는 다시 “매도하라 하셈”이란 메시지를 보냈는데 7초 만에 김 여사 계좌에서 8만주(주당 3300원)를 매도하는 주문이 이뤄졌다. 법원은 이를 통정매매(부당이득을 취득할 목적으로 종목과 수량, 가격 등을 사전에 짜고 지속적인 매매하는 행위)로 판단했다.
수사팀은 김씨 등을 상대로 블랙펄인베스트먼트가 김 여사 명의 계좌를 관리하게 된 경위, 주가조작 과정에서 김 여사에게 정보가 공유됐는지 등을 추궁했을 것으로 보인다. 7초 매매 연락 체계망과 김 여사 계좌의 매도 주문을 낸 주체도 파악 대상이다. 검찰은 민씨가 작성한 것으로 추정되는 ‘김건희 파일’ 작성 경위도 들여다보고 있다. 앞서 블랙펄인베스트먼트 사무실 컴퓨터에선 ‘김건희’라는 제목의 엑셀 파일이 발견됐다. 2011년 1월 13일 작성된 이 파일에는 김 여사의 계좌로 도이치모터스 주식을 거래한 내역이 정리돼 있었다. 금융사건 수사경험이 많은 변호사는 “블랙펄인베스트먼트가 김 여사에게 수익 실현 방식을 어떻게 설명했고 김 여사가 자금을 맡긴 경위를 파악하기 위한 조사가 이뤄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먼트 대표와 권 전 회장 등도 참고인으로 불러 조사할 전망이다. 이들의 증언에 따라 지난해 10월 김 여사 불기소 처분 근거 중 하나였던 ‘권 전 회장이 김 여사에게 시세조종을 언급하며 매도를 요청했다 볼 증거는 없다”는 판단이 달라질 여지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