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지금은 지켜본다, 부인 구속되면 사퇴 목소리 나올 것”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왼쪽)와 이인영 원내대표가 2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왼쪽)와 이인영 원내대표가 2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조국 법무부 장관을 향한 서초동발 검풍(檢風)에 여당의 위기감이 높아지고 있다. 조 장관 자택 압수수색 소식이 전해진 23일 더불어민주당은 공식적으로는 “예상된 수순” “무리한 압수수색”이란 평을 내놨지만 내부적으로는 “이것 참 큰일”이란 우려의 목소리가 많았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이날 당 최고위원회의 모두발언에서 “검찰수사 관행상 가장 나쁜 게 먼지털이식, 별건 수사”라며 “대규모 수사가 진행되는데 확실하게 진실이 밝혀진 게 별로 없는 것 같다. 수사가 상당히 난항을 겪는 게 아닌가”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오전 9시 30분 최고위원회의 시작 직전 조 장관의 서울 방배동 자택 압수수색 소식을 보고받았다고 한다. 이해식 당 대변인은 “압수수색을 직접 겨냥해 한 발언은 아니다”고 했다. 이어 비공개로 열린 회의에선 “일단은 검찰수사를 좀더 지켜보자”는 얘기가 주를 이뤘다고 이 대변인은 전했다.  
 
이후 4시간여 지난 뒤 홍익표 당 수석대변인이 현안 브리핑을 통해 “최순실·박근혜 국정농단 수사팀보다 더 많은 특수부 검사 40여명을 투입해 한 달 내내 수사했음에도 조국 장관 혐의점을 찾지 못한 검찰이 또다시 무리한 압수수색을 강행했다”고 비판했다. 홍 대변인은 자택 압수수색 이후 당내 기류에 변화가 있느냐는 취재진 물음에 “그렇지 않다. 예상 안 했던 것도 아니다”고 했다. 조 장관 거취와의 상관관계에 대해선 “영장을 봐야 할 거 같고 필요하면 이후 재판 진행도 봐야 한다”며 ‘재판 이후’까지 염두에 둔 뉘앙스로 말했다.
 
하지만 조 장관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에 대한 소환조사 및 영장청구가 임박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당내 기류가 심상치 않게 흘러가고 있다. 당내에선 정 교수에 대한 구속영장이 발부되면 조 장관 거취 판단의 중대 분수령을 맞을 거란 얘기도 나온다. 검찰뿐만 아니라 법원(영장 발부)의 판단도 있다고 볼 수 있어서다. 
 
익명을 원한 민주당 한 비문 의원은 “지금은 숨죽이고 있는데 정 교수에 대해 법원이 구속영장을 발부하면 얘기가 완전히 달라진다”며 “당에서도 (장관 자진 사퇴를 요구하는) 목소리를 내는 사람이 분명 나올 것”이라고 예상했다. 공개적으로 조 장관 두둔했던 인사도 “한 번쯤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당내에선 ‘조국 사태’에서 청와대와 야당, 검찰만 보이고 여당은 보이지 않고 있다는 불만도 나왔다. 충청권의 한 민주당 의원은 “지금 민심이 바닥”이라며 “당이 가뜩이나 어렵기 때문에 시끄러워지면 그대로 주저앉을 수 있는 상황이라 가만히 있지만 나도 참 답답하다. 이럴 때 당이 청와대·정부와 국민 사이 소통 역할을 제대로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친문 진영에선 “검찰이 너무 과잉수사를 한다”는 불만도 여전하다. 친문 중진 의원은 “검찰이 한 달 정도 수사를 했으니 이제는 속히 정리하는 수순이 돼야 한다”며 “적어도 조 장관 본인 신병이 문제 되기 전에는 최대한 버텨야 한다”고 말했다. 친문 핵심 한 초선 의원은 “검찰이 나오는 게 없으니 저인망식 수사를 하는 것 아닌가. 정 교수 부인 영장을 청구하면 그때 가봐서 생각해야 할 문제지만 구속 요건이 안 될 거라고 본다”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 열혈 지지층을 중심으로 일각에서는 조 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론도 나왔지만 “장관 본인 관련 수사에 지휘권을 발동하면 역풍이 더 크다”는 우려에 묻히는 분위기다.
 
민주당이 24일 오후 잡아둔 정책 의원총회에서는 조국 사태 해법을 놓고서도 목소리가 분출될 가능성이 있다. 민주당 중도 성향 한 의원은 “지금까지는 당내에서 ‘할 말은 많지만 당 분열로 비칠 수 있는 행동은 삼가자’는 기조였는데 이게 얼마나 더 갈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이거 참 걱정이네요”라고 말했다.
 
김형구 기자 kim.hyounggu@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