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기식 수능, 불공정"···국가교육회의, 새 대입자격고사 제안

지난 7월 1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청년세대와 함께 하는 2030 교육포럼, "대한민국 청년 내가 바라는 미래교육" 에서 김진경 대통령직속 국가교육회의 의장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7월 1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청년세대와 함께 하는 2030 교육포럼, "대한민국 청년 내가 바라는 미래교육" 에서 김진경 대통령직속 국가교육회의 의장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진경 국가교육회의 의장이 23일 “모든 학생이 기본적인 역량을 갖추도록 하는 대입제도가 필요하다”며 대입 자격고사화를 제안했다. 중학교 졸업 후 역량 평가를 한 뒤 고교 때까지 기회를 주고 이를 통과한 사람만 대학에 진학시키는 방식이다.

김 의장은 다음달 열리는 한국-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제교육콘퍼런스에서 국가교육회의 차원의 장기 대입제도 방향을 제시할 계획도 밝혔다. 대통령 직속 자문기구인 국가교육회의는 지난해 대입개편 공론화를 주도했다.

이날 세종시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김 의장은 “현행 대입제도는 학생의 80%를 바보로 만들고 있다”며 “학생부 종합전형(학종)도 문제가 있지만, 수능(대학수학능력시험)은 결코 공정하지 않다”고 말했다.

김 의장의 발언이 주목받는 건 조국 법무부 장관 딸의 입시 의혹으로 대입개편 논의가 속도를 내고 있어서다. 학종의 불공정성을 주장해온 사람들은 이번 기회에 수능 위주의 정시를 늘려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김 의장은 학종보다 수능이 더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현재 수능은 암기식이다. 재수‧삼수하면 유리해지고 돈 들이면 점수를 따므로 결코 공정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5지 선다형으로 학생의 미래 역량을 제대로 측정하기도 어렵다”고 덧붙였다. 


학종에 대해서는 “고교 교육이 다양하지 않아 획일적이다 보니 교육과정 바깥에서 (비교과 스펙을) 가져오게 만들다가 사고가 난다”며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면 바깥에서 뭘 가져올 필요가 없다”고 주장했다.

조경태 자유한국당 의원과 시민단체 공정사회를 위한 국민모임 회원들이 지난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대학입시 정시확대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조경태 자유한국당 의원과 시민단체 공정사회를 위한 국민모임 회원들이 지난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대학입시 정시확대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향후 대입제도 개편 방안에 대해 김 의장은 ‘대입 자격고사’를 제안했다. 현재 고1 때 끝나는 공통교육과정을 중학교 과정에서 마무리하게 한 뒤 졸업할 때 학생의 기본 역량을 평가하는 방식이다. 시험을 통과하지 못한 학생은 고교 졸업 때까지 재응시 기회를 주고, 고교 졸업 때도 통과하지 못하면 대학 진학 대신 고등직업교육을 받게 하자는 내용이다. 

김 의장은 “(대입은) 이런 식으로 여러 요소를 종합적으로 반영해 유‧초‧중등 교육을 이끌어야 하는데, 현재는 SKY(서울대‧고려대‧연세대) 선발시험처럼 돼버렸다”며 “교육정책은 장기적으로 외곽을 강화해 중심이 바뀌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가교육회의에서 논의 중인 중‧장기 대입제도 방안은 다음 달 23일 경기도 일산 킨텍스에서 개막하는 한국-OECD 국제교육콘퍼런스 중 ‘2030 미래교육체제 수립을 위한 방향과 주요 의제’ 발표에서 공개된다고 밝혔다. 학제개편, 중장기 대입제도 개편, 교육과정 개편 등 교육 정책의 어젠다를 제시하고 사회적 합의를 끌어내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국가교육회의의 구상이 실제 제도 마련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한상신 교육부 대변인은 이날 김 의장의 발언에 대해 “교육부와 사전에 협의가 이뤄진 내용은 전혀 없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대입제도의 방향을 제시한 것”이라고 밝혔다.

전민희 기자 jeon.minhee@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