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액상형 전자담배 사용을 즉시 중단하라는 권고를 내놨다. 또 이 제품 판매를 제한하기 위해 법률 개정을 추진하기로 했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23일 정부 부처 합동 액상형 전자담배 2차 대책 브리핑에서 “현 상황은 담배와 관련된 공중 보건의 심각한 위험으로 판단된다. 국민에게 액상형 전자담배 사용을 중단할 것을 강력히 권고한다. 특히 아동·청소년·임산부와 호흡기 질환을 앓는 사람들은 절대 액상형 전자담배를 사용하지 않아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에 따르면 지난해 이후 국내에서 유통 중인 액상형 전자담배 제품은 11개 회사 36개 품목이다. 법적 담배로 분류되지 않는 유사 제품은 70개 정도로 추정된다.
미국에선 액상형 전자담배로 인한 중증 폐손상 추정 사례가 1479명(15일 기준) 확인됐고, 이 중 33명이 숨졌다. 국내에서는 지난 2일 액상형 전자담배를 2~3개월 사용한 30세 남성 A씨가 폐손상 의심 사례로 첫 보고됐다. 전문가 1차 검토 결과 ‘액상형 전자담배와 관련한 폐 손상이 의심된다’는 의견이 나왔다. 복지부는 지난달 20일 액상형 전자담배 사용 자제 권고와 의심 환자 모니터링 등의 대책을 1차로 내놨지만 미흡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문재인 대통령도 이런 지적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때문에 청와대에서 긴급회의가 열렸고 닷새 만에 이번 대책이 나왔다.
기재부·복지부는 법률을 고쳐 연초 잎뿐 아니라 줄기·뿌리에서 추출한 니코틴 제품도 담배에 포함하기로 했다. 지금은 연초 잎으로 만든 제품만 담배로 본다. 현재 판매되는 액상형 전자담배 제품 중 상당수는 연초 줄기나 뿌리에서 추출한 니코틴을 쓰고 있어 성분 등을 제대로 알 수 없다. 정부는 또 담배 제조회사와 수입회사가 담배와 그 연기에 포함된 성분·첨가물 등의 정보를 의무적으로 제출하도록 강제하기로 했다. 청소년·여성을 흡연으로 끌어들이는 담배 가향 물질 첨가도 단계적으로 금지한다는 계획이다. 국회에 이미 이런 내용을 담은 법률 개정안이 제안돼 있다. 정부는 이런 법률의 연내 통과를 적극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액상형 전자담배의 유해성과 폐 손상과의 연관성 조사도 신속히 완료하기로 했다. 식약처는 제품 회수, 판매 금지 등의 근거 마련을 위한 유해 성분 분석을 다음 달까지 완료한다.
니코틴 액상의 통관 절차도 강화된다. 통관 시 니코틴 함량 1% 이상인 제품은 유독 물질 수입 신고를 반드시 확인받아야 한다.
국회에서 얼마나 법률 통과에 적극적으로 협조할지는 미지수다. 지금 계류 중인 법률 개정안을 두고 국회의원들이 미온적이기 때문이다. 백유진 한림대성심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대한금연학회장)는 “담배사업법상 담배 정의부터 현실에 맞게 시급히 바꿔야 한다. 국민 건강이 위협받는 상황에서 법을 통과시키지 않는 건 명백한 국회의 직무유기다”고 말했다.
정종훈 기자 sake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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