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얘들아 국토부서 낮추란다"…文정부 주택통계 4년간 102차례 조작

서울 종로구 감사원 전경. 뉴시스

서울 종로구 감사원 전경. 뉴시스

“다음 주는 (통계) 마사지 좀 해야 되는 거 아냐?” (청와대 A행정관)  
“부동산원에 마이너스로 조정해 달라고 해봐.”(국토부 B실장)  
“협조 안 하면 부동산원 조직과 예산 날려버리겠다.”(국토부 C과장)  
“애들아, 국토부에서 낮추란다. 낮추자.” (한국부동산원 D실무자)  

문재인 정부 대통령비서실과 국토교통부, 한국부동산원이 주택 통계를 장기간 왜곡·조작한 구체적인 정황이 감사원 감사 결과 드러났다. 통계 왜곡은 2018년 1월부터 2021년 10월까지 102회에 걸쳐 집요하고 노골적으로 이뤄졌다.  

17일 감사원에 따르면, 문 정부 대통령비서실(이하 청와대)과 국토부가 주택 통계 작성기관인 한국부동산원에 부당한 압력을 행사하기 시작한 것은 2017년 6월부터다. 집권 두 달 뒤다. 청와대는 부동산원에 작성 중인 ‘전국주택가격동향’ 자료를 사전 보고하도록 지시했다. 통계법은 작성 중 통계는 사전 제공을 금지한다. 부동산원 실무진은 이후 12차례에 걸쳐 거절했지만, 결국 압력에 굴복해 ‘주중치’ '예측치' ‘속보치’ ‘확정치’를 청와대와 국토부에 4년 간 지속 제공했다. 

김경진 기자

김경진 기자

 
사전 제공된 통계는 청와대 입맛에 맛는 왜곡·조작 지시로 이어졌다. 2018년 1월 양천구 목동 등 재건축 단지를 중심으로 집값이 급등하자, 청와대는 국토부에 집값 변동률을 조정할 것을 지시한다. 결국 양천구 주간 변동률은 1.32%에서 0.89%로 바뀌어 공표됐다.  

30여 차례의 크고 작은 부동산 대책 발표 전후엔 압력이 더 노골화됐다. 2018년 9·13 대책 이후에도 집값 상승세가 이어지자 당시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직원들에게 “마이너스가 언제쯤 나오냐”고 말했다는 게 감사원 조사 결과다. 결국 부동산원은 11월 2주차 변동률을 마이너스 0.01%로 하락 전환시켜 발표했다. 민간 통계보다 6주나 빠른 하락 전환이었다.  


김상조(왼쪽), 김수현 전 청와대 정책실장. 뉴시스

김상조(왼쪽), 김수현 전 청와대 정책실장. 뉴시스

 
2019년 중순엔 31주간 이어진 하락세가 보합(0%)으로 보고되자, 국토부는 부동산원에 마이너스 변동률을 유지하도록 요구했다. 이 과정에서 국토부 모 실장은 부하 과장에게 “한 주만 더 마이너스로 조정해 달라고 해봐”라고 지시했다. 결국 부동산원은 ‘하락세 지속’으로 사실과 다른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그런데 한 주 후 부동산원이 보합 전환 자료를 내자, 국토부 모 과장은 “협조하지 않으면 부동산원 조직과 예산을 날려버리겠다”고 협박했고, 국토부 모 실장은 당시 김학규 부동산원장에게 “사표 내시죠”라고 말하기도 했다.  

같은 해 말 청와대 공직기강비서실엔 ‘청와대와 국토부가 외압을 행사해 통계를 낮춘다“는 경찰청 정보보고가 접수됐지만, 청와대와 국토부장관은 이를 묵인했다.  

2020년 4.15 총선을 앞두고 청와대는 국토부와 부동산원에 매주 현장 점검을 지시하면서 변동률을 낮추도록 압박했다. 또한 같은 해 두 차례에 걸친 부동산 대책에도 집값 상승이 이어지자 청와대는 아예 “변동률이 0.06% 아래로 나와야 한다”는 등 구체적 수치까지 언급하기 시작했다. 국토부 관계자들은 부동산원을 직접 찾아 “윗분들이 대책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며 변동률 하향을 요구하기도 했다.  

김현미 전 국토교통부 장관. 뉴시스

김현미 전 국토교통부 장관. 뉴시스

2020년 7월 임대차 3법 시행 이후 청와대와 국토부는 전세가격 변동률까지 조작을 지시했다. 이때 부동산원 단체 카톡방에선 “애들아 국토부에서 낮추란다. 낮추자” “폭주를 하네요, 최근엔 대놓고 조작하네요” 등의 대화가 오갔다. 청와대 행정관들은 “진짜 다음 주는 마사지를 해야 되는거 아냐?” “저희는 그간 계속 마사지를 해와서” 등 공공연하게 통계 조작을 의미하는 ‘마사지’라는 단어를 쓰기도 했다. 또한 부동산원은 통계 정확도가 떨어진다는 비판이 일자, 통계 왜곡을 감추기 위해 표본 가격을 전산 조작하기도 했다. 

4년에 걸친 조작 결과는 시장 현실과 괴리된 ‘거짓의 탑’이 됐다. 감사원에 따르면, 2017~2021년 부동산원이 발표한 서울의 주간 주택가격 변동률은 20.6%. 같은 기간 KB국민은행 조사치(62.1%)와 무려 40%포인트 이상 차이가 났다. 익명을 원한 부동산 전문가는 "정권 차원의 조직적인 대국민 사기극이나 다름 없다"고 일갈했다. 

이와 관련, 지난달 26일 주택통계 조작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수현·김상조 전 청와대 정책실장, 김현미 전 국토교통부 장관 등 11명에 대한 첫 공판이 열렸다. 이날 김수현 전 실장은 "통계 조작 지시라는 것은 있을 수 없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피고 측 변호인단은 "통계 조작은 검찰이 쓴 소설"이라고 반박했다. 

"소득·고용 통계도 왜곡"

소득 부문 통계에도 손을 댔다. 통계청은 2017년 2분기 가계소득이 집계 결과 전년 대비 감소로 확인되자 표본 설계에 없는 임의의 가중값을 적용해 증가로 결과를 바꿨다. 3·4분기에도 같은 방법으로 가계소득 증가율을 높이거나 가계소득 중 ‘근로 소득’이 감소 추세인데도 증가한 것처럼 왜곡했다.

 
2018년 1분기에는 소득 불평등(소득 5분위 배율)이 심화한 것으로 나타나자 역시 통계를 만져 수치를 6.01에서 5.95로 낮췄다. 그런데도 역대 최악 수준을 면치 못하자 청와대는 직접 분석하겠다며 통계 기초자료를 가져오라고 지시했다. 이에 통계청은 통계자료제공심의회 승인 없이 개인정보가 포함된 응답자 8만명의 자료를 유출했다. 감사원은 청와대가 고용 부문에서도 비정규직 급증의 주된 원인을 ‘조사방식 변경에 따른 것’이라 설명하라고 지시하는 등 부당한 방법으로 개입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