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방위비 이미 공정...50억달러 요구, 美 전략에 도리어 손해"

미국이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문제를 두고 한국을 압박하고 있는 가운데 지난 20일 경기도 동두천시 캠프 케이시에서 미군 전투 차량들이 줄지어 있다. [연합뉴스]

미국이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문제를 두고 한국을 압박하고 있는 가운데 지난 20일 경기도 동두천시 캠프 케이시에서 미군 전투 차량들이 줄지어 있다. [연합뉴스]

미국 안보전문가들이 현재 한국의 방위비 분담이 적정하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미국이 한국에 과도한 부담을 요구하는 것은 자국 방어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서다. 지난 19일 열린 제11차 한·미 방위비 분담금 특별협정(SMA) 3차 회의가 성과없이 파행으로 끝난 가운데 미 전문가이 나서 트럼프 행정부의 오판을 지적한 것이다. 미국은 한국에 방위비 분담금으로 기존(1조 389억원)의 5배가 넘는 약 50억 달러(약 5조 8000억원)를 요구하고 있다. 

미 안보전문 민간단체 디펜스프라이오리티스의 대니얼 드페트리스 연구원은 21일(현지시간) 외교·안보 전문 매체 더내셔널인터레스트에 '왜 트럼프의 50억 달러 요구는 잘못됐나' 라는 제목의 기고문을 통해 트럼프 행정부에 우려의 목소리를 전했다.

한·미 방위비 분담금 특별협정(SMA) 협상의 미국 수석대표 제임스 드하트 국무부 선임보좌관이 21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을 통해 출국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미 방위비 분담금 특별협정(SMA) 협상의 미국 수석대표 제임스 드하트 국무부 선임보좌관이 21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을 통해 출국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 이미 공정하게 지출하고 있다"

 
그는 "트럼프가 주한미군에 대한 분담금으로 8억 9000만 달러(기존 분담금)에서 500% 이상 인상된 50억 달러를 요구하는 것은 황당무계할 만큼 어리석다(absurd)"며 "트럼프가 비용 분담을 위해 현재 한국에 대해 하고 있는 일은 합리적인 부담 나누기가 아닌 미국의 방어를 위해 강요하는 행위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드페트리스는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문재인 정부가 최신 군사기술을 획득해 (2022년 목표인) 전시 작전통제권의 완전한 이양을 준비하도록 하기보다는 한국이 미군을 주둔시키는 데 얼마나 많은 돈을 낼 수 있을지에만 집착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두 가지 측면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방위비 분담금 인상 압박이 잘못됐다고 말했다. 우선 한국이 안보 측면에서 이미 분담금을 공정하게 지출하고 있다는 것이다. 드페트리스는 "한국은 공정한 방위 분담이 요구하는 바를 정확히 수행하고 있다"며 "한국의 지난해 군비지출은 이전 년도(2017년)보다 7% 인상된 430억 달러(약 50조 6000억원)에 달하며 한국 국방부는 향후 5년 동안 2390억 달러(약 281조원)를 추가로 투입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이 추가로 지출할 국방비용에는 280억 달러(약 33조원) 규모의 정보, 감시 및 정찰(ISR) 무기 도입과 F-35 전투기 20대 추가 도입 검토 등이 포함된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방위비 분담금 인상 추진이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는 "트럼프 행정부가 SMA 협정에서 취하고 있는 태도(방위비 분담금 인상)는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을 약화할 우려가 있다"며 "중국은 강대국들이 다시 서로를 저울질하는 시대, 미국 외교정책의 핵심 경쟁자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은 미국의 두 가지 요구 사이에 갇혀 있는데, 하나는 중국에 대항하기 위해 더 많은 일을 해줄 것과 미국에 더 큰 액수의 수표를 써주는 일"이라고 꼬집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델라웨어주(州) 도버 공군기지에서 열린 선임준위 데이비드 C. 크네이들의 운구 행사에서 경례를 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델라웨어주(州) 도버 공군기지에서 열린 선임준위 데이비드 C. 크네이들의 운구 행사에서 경례를 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50억 달러 방위비 요구...동맹 해치는 일"

 
미국 정치권에서도 우려가 나온다. 미 민주당의 엘리엇 엥겔 하원 외교위원장은 지난 20일 미국의소리(VOA)와의 인터뷰를 통해 "만약 한국에 50억 달러 방위비를 요구했다는 게 사실이라면 동맹을 해칠 가능성이 있다"며 "이러한 요구는 매우 어리석은 일"이라고 지적했다.

지한파 인사인 월터 샤프 전 주한 미군사령관과 토머스 번 코리아소사이어티 회장도 지난 19일 기고문을 통해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이 논쟁을 불러일으키면서 60여 년에 걸친 동맹이 경색될 조짐"이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이들은 "66년동안 한·미동맹은 평화를 지키고 상호 번영을 위한 지정학적 여건을 유지해 왔다"며 "공정하게 협상해 나가는 것이 한·미 양국 모두에 이익"이라고 강조했다.

오원석 기자 oh.wonseok@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