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 적자 우리가 메꾸라니”…마포농수산시장에 무슨 일

서울 서북권 최대 전통시장인 마포농수산물시장의 임대 계약을 놓고 마포구와 시장 상인들이 갈등을 빚고 있다. 시장을 관리하는 마포구 공기업인 마포구시설관리공단이 계약 갱신이 한 달도 안 남은 지난달 초 상인들에게 임대료 인상과 계약 기간 1년 단축을 통보하면서다. 상인들은 “개장(1998년) 이래 계약 기간은 늘 2년이었고, 임대료 인상분도 협의를 통해 정해왔다”고 주장하며 집단 반발에 나섰다.

 
상인들의 반발은 지난해 12월 초 공단이 보낸 통지문 한 통에서 비롯됐다. 등기우편으로 온 ‘2020년 마포농산물시장 임대차갱신 안내’에는 ‘인상률: 현 월 임대료의 5%’, ‘임대차기간: 1년간’이라고 쓰여 있었다. 계약 기간은 2020년 1월 1일부터였다. 인상 이유는 시설관리ㆍ인건비 상승 및 적자 예상 등으로 적혀있었다.

서울 마포구시설관리공단 마포농수산물시장 운영규정 제8조. "매장의 임대차기간은 2년을 원칙으로 한다"고 적혀 있다. [홈페이지 캡처]

서울 마포구시설관리공단 마포농수산물시장 운영규정 제8조. "매장의 임대차기간은 2년을 원칙으로 한다"고 적혀 있다. [홈페이지 캡처]

 
이에 상인들은 통지를 받은 후 ‘계약 불가’를 원칙으로 삼고, 구청ㆍ공단ㆍ서울시청을 모두 찾아 항의했다. 하지만 돌아온 것은 ‘임대차해지 및 명도 통보’였다.

통보의 주요 내용은 "계약을 2019년 12월 31일 오후 5시까지 완료하길 바라며, 그렇지 않을 경우 계약이 자동해지된다"였다. 이어 “(계약 해지시) 2020년 1월 10일까지 매장을 원상 복구하여 공단에 반환하라”며 “미이행시엔 불법 점유로 법적 조치 진행하겠다”고 했다.

8일 오후 서울 마포농수산물시장 상인들 서울시청 앞을 찾아 마포구시설관리공단의 임대료 인상 통보를 규탄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김준영 기자

8일 오후 서울 마포농수산물시장 상인들 서울시청 앞을 찾아 마포구시설관리공단의 임대료 인상 통보를 규탄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김준영 기자

결국 상인들은 시장상인번영회에 위임장을 일괄 제출하고 집단행동에 나섰다. 8일 오후 상인 90여 명은 서울시청 앞을 찾아 ‘관리규정 2년 원칙! 1년이 웬 말이냐!’ 등 적힌 피켓을 들고 “마포구청장 옷 벗어라” “시설관리공단 이사장 옷 벗어라” 구호를 외쳤다.


개장 때부터 22년째 대파 상점을 운영한다는 정양호(53)씨는 “이런 독단적 운영은 처음 본다. 계약 기간을 1년으로 줄여 앞으론 매해 5%씩 상승하겠단 얘기가 아닌가”라며 “자기네들 적자 예상을 왜 애먼 시장 상인한테 덮어씌우느냐”고 했다.

8일 오후 서울 마포농수산물시장 상인들 서울시청 앞을 찾아 마포구시설관리공단의 임대료 인상 통보를 규탄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김준영 기자

8일 오후 서울 마포농수산물시장 상인들 서울시청 앞을 찾아 마포구시설관리공단의 임대료 인상 통보를 규탄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김준영 기자

 

공단 “서울시가 임대료 올려…적자 운영 예상으로 불가피”

이에 대해 공단 측은 임대료 5% 인상 이유로 서울시에 내는 임대료가 전년 대비 1억4000만원이 오른 점을 강조했다. 시장은 마포구가 서울시 시유지를 임대해 사용하고 있는데, 서울시가 임대료를 높였으니 수지를 맞추려면 마포구 역시 임대료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또 새해 인건비와 시설유지 비용 상승도 임대료를 올리는 요인이 됐다고 한다.

계약 기간을 1년으로 단축한 데 대해 공단은 “매해 달라지는 경제여건을 감안했을 땐, 1년으로 줄여 탄력적으로 대응하는 게 맞다고 판단했다”고 했다. 이춘기 공단 이사장은 통화에서 “시장을 효율적으로 운용하기 위한 선택이었다. 내부검토를 보면 시장 운용의 적자폭이 컸다”며 “상인들을 옥죄려는 게 절대 아니다. 상생의 길을 계속 모색하고 있다”고 했다.  

공단 관리 규정엔 2년간 계약이 원칙이지 않느냐는 지적엔 “공단 규정에 그렇게 적혀있긴 하지만, (상위법인) 상가임대차보호법에 따르면 1년마다 계약을 해도 법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해명했다.

김준영 기자 kim.junyou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