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업 순위를 바꾼 주인공들. 왼쪽부터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 넷플릭스의 리드 헤이스팅스, 페이팔의 대니얼 슐만, 엔비디아의 젠슨 황.
테슬라 창업자인 머스크는 이 회사 지분 20.8%를 소유하고 있다. 이것만으로도 머스크가 보유한 주식 가치는 595억 달러에 이른다. 머스크는 주가가 오를 때마다 막대한 스톡옵션(주식매수선택권)도 받는다. 머스크는 2018년 “월급이나 보너스는 한 푼도 안 받는 대신 스톡옵션을 받겠다”고 선언해 주주총회에서 승인을 받았다. 10년간 12차례에 걸쳐 주당 350달러에 테슬라 주식(총 2030만 달러어치)을 살 수 있는 권리다. 지난 10일 주가와 비교하면 77%가량 싼값이다. CNN 방송은 “스톡옵션이 머스크를 세계 최고의 부자로 만들어 줄 수 있다”고 전했다. 현재 세계 최고 부자는 아마존 창업자인 제프 베이조스(56)다.

상장 10년만에 시총 1위 등극한 테슬라.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글로벌 기업들, 코로나19 전후 시가총액 역전

월가 게임의 룰을 벗어난 테슬라 주가.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10년 전 ‘차·화·정’처럼 코스피 주도종목 ‘BBIG’로
반도체에선 그래픽칩에 강점을 가진 엔비디아가 인텔을 눌렀다. 이로써 엔비디아는 미국 1위(시가총액)의 반도체 업체가 됐다. 코로나19로 재택근무와 게임의 이용시간이 급증하면서 엔비디아의 주력인 데이터센터용 반도체 수요가 빠르게 늘어난 덕분이다.

BBIG 10개 종목 시총 100조 늘어
한국 증시에선 이른바 ‘BBIG’ 관련주가 주목받고 있다. BBIG는 바이오·배터리·인터넷·게임을 가리키는 말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시가총액이 가장 많이 증가한 기업은 삼성바이오로직스였다. 이 회사의 시가총액(지난달 말 기준)은 지난해 말과 비교해 22조6300억원이 늘었다. 같은 기간 삼성바이오의 주가 상승률은 79%를 기록했다. 이 기간 코스피가 4% 하락한 것과 대조적이다.
다만 이달 들어선 네이버의 기세가 삼성바이오보다 더 강해진 모습이다. 지난달 말 한국 증시의 시가총액 4위였던 네이버는 지난 10일 3위로 올라선 반면 삼성바이오는 같은 기간 3위에서 4위로 밀렸다. 국내 정보통신기술 기업 중에선 카카오(7위)와 엔씨소프트(10위)도 시가총액 상위 10위 안에 들었다. 지난 10일 기준 네이버·카카오·엔씨소프트의 시가총액을 모두 더하면 101조원에 이른다. 전기차 배터리 관련주인 LG화학의 시가총액은 올해 상반기 12조2000억원 늘었다. 같은 기간 삼성SDI의 시가총액도 8조8000억원 불어났다.
BBIG 관련주의 강세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차·화·정’(자동차·화학·정유)이 증시를 주도했던 상황을 떠오르게 한다. 글로벌 시장에서 아이폰을 내놓은 미국의 애플이 시가총액에서 핀란드의 노키아를 추월한 것도 이 무렵이었다. 하지만 ‘차·화·정’의 중심축이었던 자동차와 정유는 올해 들어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아 부진한 흐름을 보인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코로나19 이후 삶의 방식이 변화하면서 기술적 역량을 갖춘 BBIG 산업이 주목받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개별 기업 가운데 펀더멘털이 튼튼하지 않은 상태에서 주가가 크게 오른 곳도 있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2025년까지 ‘한국판 뉴딜’에 100조원의 자금을 투입하기로 했다. 한국판 뉴딜의 두 축으로는 ‘디지털 뉴딜’과 ‘그린 뉴딜’을 강조한다. 한대훈 SK증권 연구원은 “한국판 뉴딜은 디지털 인프라 구축과 비대면 산업 육성에 초점이 맞춰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주정완 경제에디터, 전수진·성지원 기자 chun.suji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