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靑 집단사표 뒤엔…"노영민·김조원 언성 높여 싸웠다"

 

지난해 12월 2일 오후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김조원 민정수석이 자리를 찾으며 입장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지난해 12월 2일 오후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김조원 민정수석이 자리를 찾으며 입장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과 김조원 청와대 민정수석이 청와대 주요 참모가 참석하는 회의에서 여러 차례 언성을 높이며 다툼을 벌인 것은 사실이다.”
 
지난 7일 전격적으로 이뤄진 청와대 참모진의 집단 사의 표명의 배경과 관련해, 9일 여권 핵심인사가 중앙일보에 한 말이다. 민주당에서조차 “언론을 보고 알았다”(핵심 당직자)는 말이 나올 정도로 뒷말이 무성한 가운데, 이번 사태가 청와대 핵심 참모 간의 내부 갈등에서 비롯됐다는 관측이 제기된 것이다.
 
이 인사는 “두 사람이 충돌한 구체적인 사안이나 상황을 설명해줄 수는 없다”면서도 “청와대 비서실을 총괄하는 노 실장의 입장에서는 월권(越權)으로 느낄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두 사람의 갈등이 심각한 수준이었다는 얘기다.

 
노 실장과 김 수석은 1957년생으로 동갑내기다. 청와대 직제로는 당연히 노 실장이 상급자다. 그런 두 사람이 다른 참모들이 뻔히 보는 자리에서 수차례 언성을 높였다는 것은, 둘의 갈등이 일회성 충돌이 아니라는 것을 의미한다.
 
두 사람은 과거 악연이 있었다. 지난 2015년 말 국회의원이던 노영민 실장의 시집 강매 의혹이 불거졌을 때다. 노 실장은 당시 20대 총선을 앞두고 피감기관에 자신의 시집을 강매했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공교롭게도 당시 새정치민주연합(더불어민주당의 전신) 당무감사원장은 김조원 수석이었다. 
 
김 수석이 이끄는 당무감사원은 시집 강매 의혹과 관련해 노 실장의 중징계를 당에 요청했고, 당은 요청을 받아들여 노 실장에 대해 6개월 자격정지 결정을 내렸다. 노 실장은 결국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고 야인(野人)이 됐다.  
 
그러나 문 대통령은 3년여 뒤인 2019년 노 실장을 2대 대통령 비서실장으로 임명했다. 2012년 대선 때 후보 비서실장을 역임한 노 실장에 대한 강한 신뢰 확인으로 해석됐다. 노 실장은 임종석 전 실장과 달리 청와대 내부적으로 "그립감이 강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김조원 청와대 민정수석이 취임한 것은 지난해 7월로, 노 실장이 이미 반년간 비서실을 총괄 지휘하고 있던 상황이었다. 이때부터 두 사람 간에 묘한 긴장감이 흘렀다는 게 여권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김 수석에 대한 문 대통령의 신뢰가 유독 깊다는 것을 이미 모두 알고 있었다”며 “실제로 가끔 김 수석이 대통령의 의중을 파악해 발언하기보다, 자기 생각을 지나치게 혼재시켜 말한다는 느낌이 들 때도 있었다”고 전했다.

 
실제로 김 수석과 문 대통령의 신뢰관계도 노 실장 못지않다. 김 수석은 노무현 정부 때 공직기강비서관으로 민정수석이던 문 대통령과 인연을 맺었다. 부부동반 모임을 할 정도로 가깝다는 말도 있다. 
 
문 대통령은 2017년 취임 직후 감사원 출신인 김 수석을 금융감독원장으로 임명하려 했지만, 여권 내 반발에 부딪혀 포기한 바 있다. 대신 문 대통령은 김 수석을 한국항공우주산업주식회사(KAI) 사장으로 임명했다. 감사원 출신 인사를 임명한 명분으로는 국방 비리 근절을 들었다.  
 
공교롭게 불화설이 불거진 두 사람은 민심 이반의 기폭제가 된 부동산 관련 논란의 핵심에 나란히 섰다. 일각에서는 “노 실장이 강남에 아파트 두 채를 소유하고 있는 김 수석을 겨냥해 다주택자 부동산 매각 지시를 내렸다”는 관측도 나온다. 실제로 김 수석은 지난달 노 실장의 관련 지시가 나온 직후 강하게 반발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만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청와대 내에서도 참모진 간의 의견 수렴 과정이 있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며 “다주택자인 김 수석을 공격하기 위해 노 실장이 공개 지시를 했다는 주장에는 동의할 수 없다”고 말했다.

 
결국 청와대 참모진 일괄 사표 제출 저변에는 부동산 대책과 관련한 여론 악화 상황에서 청와대 핵심 참모간의 충돌이 커지면서 문 대통령이 이에 대한 책임을 물은 것이라는 해석도 적지 않다. 
 
강태화·오현석 기자 thka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