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권오수 도이치모터스 회장이 24일 서울 성동구 도이치모터스 본사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답변하고 있다. 강광우 기자
권 회장은 24일 서울 성동구 도이치모터스 본사에서 진행된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2013년 말 금융감독원에서 2010~2011년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의혹으로 두 차례 조사를 받았다"며 "그때 이미 금감원이 한국거래소를 통해 심리를 거친 결과 '주가 조작 혐의가 없다'고 나에게 통보했다"고 말했다.
권 회장이 직접 본인의 입장을 밝힌 건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해 7월 윤 총장 인사청문회 당시 여야가 권 회장을 증인으로 채택하는 데 합의했지만, 권 회장은 출석을 거부했다. 권 회장은 "금감원 조사 당시 카메라를 켜놓고 진행했고, 자료가 다 있을 것"이라며 "주가 조작이 사실이 아니기 때문에 김건희씨가 연루됐다는 의혹 등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한국거래소와 금감원은 당시 도이치모터스 조사 내용에 대해서는 확인해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다음은 권 회장과 일문일답.
이야기를 꺼내놓은 이유는 뭔가
한국거래소와 금감원에 문의해보면, 의혹의 전제인 주가 조작이 없다는 사실을 바로 알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사건이 명쾌하게 결론이 나지 않고 확인되지 않는 의혹만 제기돼 회사 이미지에 막대한 피해를 보고 있다. 이제는 저희가 대응할 수 있는 선에서는 이야기해야겠다고 마음 먹었다.
주가 조작을 하지 않았다는 근거가 또 있나
의혹이 제기된 2010~2011년을 포함해, 그 이후까지 주식 비중을 계속 늘리기만 했고, 주식을 매도한 사실이 전혀 없다. 대주주 지분변동 내역은 공시 사항이라 누구든지 볼 수 있다. 주가 조작을 했다면, 팔아서 이익을 보려는 등 목적이 있어야 할 것 아닌가. 회사를 20년 가까이 공들여 키워왔는데, 단기적인 이익을 위해 주가조작을 시도한다는 것 자체가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된다.
차명 계좌를 통한 주가 조작 가능성도 있지 않나
금감원에서도 무혐의라고 하는데, 내가 무엇을 더 어떻게 증명해야 하나. 검찰이 당시 거래 내역을 모두 조사해서 명명백백하게 결론을 내줬으면 한다.
중앙지검에서 연락이 왔나
전혀 안 왔다. (이 사건은 지난 4월 열린민주당 최강욱 대표 등의 고발로 서울중앙지검이 수사하고 있다)
반대매매 위험 때문에 주가 조작을 했다는 의혹이 나오는데
2010년 4월과 8월 약 269만주의 주식담보대출을 받았다. 주식담보대출을 받은 이후 도이치모터스 주가가 상승해 반대매매(주가 하락으로 담보가치가 떨어지면 강제로 주식을 처분하는 것)의 위험이 전혀 없었다. 주가 조작으로 주가를 끌어올린 뒤에 더 많은 돈의 주식담보대출을 받았다면 논리적으로 말이 돼도, 반대의 경우는 전혀 타당성이 없다.
'선수'로 불리는 이씨의 정체는 뭔가
해외 유명 대학 출신으로 외국계 증권사를 다니다가 개인 투자자문을 해준다고 해서 소개를 받았다. 투자 수익률이 굉장히 좋다고 해서 주변에도 소개를 해줬는데, 그 중 한 명이 김건희씨다. 내가 이씨에게 100만주를 맡겨서 주가 조작을 했다는데, 이씨에게 계좌를 맡긴 일이 전혀 없다. 다만 김씨를 포함한 지인들이 이씨에게 투자를 맡겼다고 한다. 나중에 알고 보니 이씨의 이력은 모두 거짓이었다. 지인들이 손해를 많이 봐서 내가 많이 미안했다. 지금은 연락이 안 된다.
김건희씨와는 어떤 인연
김씨는 2005년 지인을 통해 소개를 받았다. 김씨가 하는 전시공연 행사를 수입차 판매 마케팅에 활용했는데 반응이 좋았고, 회사 실적에 도움이 많이 됐다. 그것을 계기로 김씨 사업에 후원도 하고 사이가 더욱 돈독해졌다. 그 이후에 윤 총장과 결혼을 하게 된다고 들었다.
김씨가 도이치모터스 주식 8억원어치 장외매수한 사정은
2008년 금융위기 때 도이치모터스도 자금 경색이 발생해 내가 보유한 두창섬유에서 도이치모터스에 약 40억원을 대여했다. 이후 채권금융기관에서 두창섬유가 보유한 채권을 출자전환할 것을 요구해 주식으로 보유하고 있었다. 그 주식을 유동화할 필요가 있어서 김씨 등 지인들에게 장외 매도한 것이다. 두창섬유가 비자발적으로 보유하게 된 도이치모터스 주식을 유동화하는 과정에서 지인들에게 도움을 받은 것에 불과하고, 두창섬유가 취득한 주식 취득단가 그대로 매매해 상호 간에 경제적 손익은 발생하지 않았다.
더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나
도이치모터스는 20여년전 강원도 원주 BMW 매장 하나로 시작해서 현재 임직원 1300여명이 종사하는 국내 500대 기업으로 자리잡게 됐다. 나와 우리 직원들에게 도이치모터스는 소중한 삶의 터전이다. 자식같은 마음으로 공들여 키우고, 평생을 바칠 회사에 심대한 위험을 초래하면서까지 주가조작을 시도할 이유가 무엇이겠나. 앞으로 회사를 국내 100대 기업으로 성장시켜 고용 창출을 더 많이 하고, 지역 사회에 더 많이 봉사하고 싶다. 투자자와 직원들에게 불이익이 생기지 않도록 진실이 명명백백히 밝혀지고 수사가 조속히 마무리되길 바란다.
강광우 기자 kang.kwangwoo@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