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으면 책임진다" 구급차 막은 택시기사, 징역 2년형 논란

"죽으면 내가 책임지겠다"며 구급차를 막아선 택시기사에게 법원이 선고한 징역 2년형을 놓고 형량이 너무 낮은 것 아니냐는 논란이 일고 있다. 이에 대해 검찰과 경찰은 택시기사에 대해 과거 보험사기·업무방해 등에 대해서만 기소했고 사건 당시 불거진 '미필적 고의 살인' 부분은 아직 수사 중이라는 입장이다. 
 
청와대 국민청원에 글을 올린 청원인이 첨부한 블랙박스 영상 [유튜브 캡처]

청와대 국민청원에 글을 올린 청원인이 첨부한 블랙박스 영상 [유튜브 캡처]

 

업무방해·보험사기로만 징역 2년

25일 법조계는 법원이 택시 기사 최모씨에게 선고한 징역 2년형은 구급차 사고 환자에 대한 '미필적 고의 살인' 혐의는 적용하지 않은 것이라고 분석했다. 경찰 수사과정에서 최씨가 2015~2019년 사이 비슷한 방법으로 보험금을 편취했다는 사실이 드러나 검찰이 기소했고, 법원은 이런 최씨의 업무방해·특수폭행·보험사기 특별방지법 위반·재물손괴 혐의에 대해서만 판결했다는 것이다.
 
법원에 따르면 최씨는 고덕역 사고 이전에도 보험금을 타내려는 목적으로 고의로 사고를 내거나, 작은 사고를 당한 뒤 속칭 '나일롱 환자' 행세를 했다. 2015년 서울 송파구에서 도로 옆에 선 자동차의 조수석 문이 자신의 택시 문에 닿자(일명 '문콕') 최씨는 상해를 입지 않았음에도 병원 치료를 하고 합의금 124만원을 받았다. 2016년에는 서울 용산구에서는 전세 버스를 운전하다 앞에 끼어드는 승용차를 고의로 들이받은 뒤 합의금 243만원을 탔다. 이런 식으로 최씨가 6년간 받아낸 치료비와 합의금은 2000여만원에 달한다.
 
접촉사고 처리부터 하라며 구급차를 막아 응급환자를 사망에 이르게 했다는 논란의 당사자인 택시기사 최모씨가 24일 서울동부지법에서 열리는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접촉사고 처리부터 하라며 구급차를 막아 응급환자를 사망에 이르게 했다는 논란의 당사자인 택시기사 최모씨가 24일 서울동부지법에서 열리는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법원은 "구급차의 환자 이송을 방해한 혐의는 위험성에 비추어 죄질이 불량하다"며 최 씨의 업무방해 혐의를 주된 양형 사유로 적용했다. 다만 특수폭행(자동차로 사고를 낸 행위), 사기 혐의에 대해서는 "최씨가 피해자·보험사들과 합의했다"며 감경 사유를 밝혔다.
 

구급차 막았으니 살인?…"감정 결과 기다려야"

최씨의 미필적 고의 살인 혐의에 대해서는 현재 수사가 한창이다. 지난 7월 고덕역 사고 피해자의 유족들은 최씨를 살인, 살인미수, 과실치사·치상, 특수폭행 치사·치상, 교통방해 치사·치상, 응급의료법 위반 등 9개 혐의로 추가 고소했다. 경찰은 의협에 사망한 피해자의 의무기록 사본 등에 대한 감정을 대한의사협회에 의뢰했고, 내년 2월 말쯤 결과를 받을 수 있다는 답변을 들은 것으로 알려졌다.
 
박성민 법무법인 LF 변호사는 "감정 결과, 최씨의 업무방해 행위가 환자의 사망에 결정적인 원인을 제공했다는 취지의 답변이 나온다면 살인죄 검토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박 변호사는 또 "업무방해와 사망 사이의 인과관계가 있다면 치사나 치상 혐의 역시 인정될 확률이 높다"고 했다.
 
지난달 2일 김창룡 경찰청장이 "긴급자동차의 긴급 운행을 고의로 방해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형법 등 관련 법령과 원칙에 따라 엄중하고 철저하게 수사해 사법처리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히는 모습. 뉴스1

지난달 2일 김창룡 경찰청장이 "긴급자동차의 긴급 운행을 고의로 방해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형법 등 관련 법령과 원칙에 따라 엄중하고 철저하게 수사해 사법처리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히는 모습. 뉴스1

 
박 변호사는 다만 "미필적 고의 살인은 최씨가 응급환자가 죽을 수 있다는 사실을 충분히 알고 있었어야 적용이 가능하다"며 "'죽으면 책임진다'는 말만으로 사망을 예상했다고 보기 어려울 수도 있다"고 말했다. 또한 "미필적 고의가 있었다 하더라도 최씨의 행위가 결정적이라는 감정 결과가 없다면 법적 책임을 묻기 어려워진다"고 설명했다.
 
최씨는 지난 6월 8일 오후 3시 13분 서울 강동구 고덕역 인근의 2차선 도로에서 오른쪽 앞에서 사이렌을 울리며 1차선으로 진입하려는 사설 구급차를 고의로 들이받았다. 당시 구급차에는 폐암 4기 환자인 80대 여성이 타고 있었다. 사고 지점은 도착지인 강동경희대병원까지는 2㎞가 채 안 남은 곳이었다. 접촉 사고 후 구급차 운전사와 환자의 보호자가 내려 "환자부터 병원에 모셔다드리고 오겠다"고 말했지만, 최씨는 "사건 처리가 먼저인데 어딜 가?"라며 환자 후송을 막았다. 당시 최씨는 "119 불러준다. (환자가) 죽으면 내가 책임진다. 가려면 나를 치고 가라"며 운전사가 문을 닫지 못하게 몸으로 막았다. 결국 환자는 병원 도착 5시간 만에 사망했다.
 
이 사건은 유족들이 지난 7월 청와대 청원 글을 올리며 주목을 받았다. 7월 30일 경찰이 최씨를 보험사기 등 혐의에 기소 의견을 달아 검찰에 넘겼지만, 같은 날 오후 유족들은 "최씨에게 반성의 기미가 없다"며 살인죄 등 혐의로 추가 고소했다.
 
편광현 기자 Pyun.gwang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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