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이 결과를 놓고도 한·일 양국은 서로 다른 해석을 내놓고 있다. 우리 정부는 "일본해라는 단독 명칭이 사라지고, 동해를 고유번호로 표기하게 됐다"고 한다. 반면 일본 정부는 "아날로그 해도에서 일본해 단독 표기를 지켜냈다"고 자평하고 있다. 국제기구의 결정 중 서로에 유리한 부분을 부각하며 신경전을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디지털 표준 해도 속 '일본해' 명칭은 사라진다
IHO가 디지털 해도 제작 지침서에 '일본해' '동해'가 아닌 고유 식별번호를 부여하기로 하면서 기존의 'S-23'은 출판물로만 공개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따라 표준 해도집을 근거로 '국제적으로 확립된 유일한 명칭'이라며 '일본해' 단독 표기를 주장했던 일본의 논리에도 힘이 빠질 것이란 게 우리 외교부의 설명이다.
외교부 관계자는 "IHO 사무총장 보고서상 제안에서도 S-23은 아날로그에서 디지털 시대로의 역사적 변천을 보여주기 위해 기존에 나온 출판물로서만 공개된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며 "앞으로 S-23은 추가로 제작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IHO는 총회 결과를 회원국에 서면으로 회람한 뒤 12월 1일께 최종 발표할 예정이다.
◇日 "일본해 단독표기 지켜냈다" 자평
이날 일본 최대 일간지인 요미우리(讀賣)신문은 이번 IHO 총회에서 '일본해' 표기를 단독으로 사용하도록 하는 지침을 이어가는 방안이 승인될 전망이라고 보도했다. 디지털 해도 표준인 S-130의 도입이 아니라 아날로그 방식 표준인 S-23 유지에 무게를 둔 것이다.
일본의 주장처럼 아날로그 지도의 표준으로 사용되는 S-23에는 일본해 명칭이 단독으로 사용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우리 정부에선 이번 IHO 총회 결정으로 S-23이 과거의 유물로 남게된 상황에서 일본 측의 주장은 과도한 '아전인수식' 해석이란 반박이 나온다. 외교부 당국자는 "IHO는 이번 총회를 통해 사실상 S-23을 더이상 표준으로 활용하지 않는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며 '일본해 호칭이 유지된다'는 보도는 사실과 다른 왜곡 보도"라고 말했다.
최근 일본 산케이(産經)신문도 다케시마문제연구소 좌장인 일본다쿠쇼쿠대 시모조 마사오(下條正男) 교수의 칼럼을 통해 "30년 가까이 계속된 일본의 호칭 문제는 한국의 승리로 막을 내리려고 한다"며 "해도의 디지털화로 일본해 표기가 사라지게 돼, 한국이 해양과 바다의 경계에서 일본해 표기를 없애려고 한 소기의 목적이 달성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전쟁은 이제 시작"…외교전 주력해야
그러나 IHO는 표준을 제시할 뿐, 이를 활용해 해도를 만드는 것은 각국 정부나 출판사의 몫이다. 때문에 동해 명칭 전쟁에서 최종 승리하기 위해서는 이들을 설득하는 게 관건이다. 현재 전세계 출판물의 40%만이 동해-일본해를 병행 표기하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를 위해 우리로선 S-130의 도입 시기를 최대한 앞당겨야 하는 상황이다. 이번 IHO 총회에서는 S-130의 개발 및 사용을 공식화했을 뿐, 실제 사용되기까지는 수년의 시간이 걸릴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외교부는 "신표준인 S130 개발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서 동해 표기 확산의 기반을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또 새로운 S-130을 근거로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한 동해 표기 확산을 위한 노력도 이어가야 한다. 특히 온라인 해도에서의 동해 표기가 확산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외교부 관계자는 "더는 S-23 때문에 일본해 단독 표기를 막지 못했다는 변명이 통하지 않을 것"이라며 "총력전을 통해 동해 표기가 자리 잡도록 해야 하는 과제가 남았다"고 말했다.
김다영 기자 kim.dayoung1@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