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아지 산책시킬 때 염화칼슘 때문에 지뢰밭 다니는 기분이다."
지난 20일 서울 강남구에 거주하는 김모(26)씨는 "강아지 발이 다칠 것 같아 산책용 양말이나 신발을 사야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최근 폭설에 대응해 뿌린 제설제가 길에 그대로 남았고 제설제의 주요 성분인 염화칼슘이 반려견 발에 닿으면 화상을 입는 등 위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외에도 애견 인터넷 카페에는 "강아지 산책 시 염화칼슘 조심해라", "저희 애(강아지) 데리고 며칠 전에 나갔다가 염화칼슘 있을 땐 안고 다녔는데, 방심한 사이에 밟았는지 길에 앉아버리더라. 집에 와서 보니 발바닥 다 까지고 피도 났다" 등의 글이 다수 올라왔다.
서울 등 전국 대부분 지역에 한파특보가 내려진 7일 오전 서울 홍은동에서 강아지가 털옷을 입고 주인과 산책을 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이웅용 키움애견센터 소장은 "염화칼슘은 반려견에 화상, 습진 등을 일으킬 수 있고 발가락 사이에 염화칼슘이 끼면 피부가 갈라질 수도 있다"며 "눈길에 산책하면서 강아지들이 다리를 살짝살짝 드는 행동은 발바닥에 통증을 느끼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염화칼슘은 포장도로도 부식시킬 정도로 강한 화학성분으로 반려견이 이를 먹게 되면 배탈, 구토, 설사, 탈수 등의 증상을 일으킨다"고 덧붙였다.
염화칼슘은 구조물 및 환경도 파괴해

12일 서울 용산구 일대에서 제설차가 염화칼슘을 뿌리고 있다. 뉴스1
가로수도 피해를 본다. 국립수목원은 염화칼슘 사용 시 토양에 고농도의 염류를 쌓이게 해 토양의 알칼리화를 유발한다는 연구 결과를 내놨다. 알칼리화된 토양에서는 나무가 뿌리로부터 수분과 양분을 흡수할 수 없어 잎이 누렇게 변하거나 비정상적으로 일찍 떨어지고, 잎과 가지의 일부가 말라 죽는 현상이 나타난다.
남아있는 제설제, 해결은
서울시 도로관리과 관계자는 "도로 위에 남아있는 제설제를 별도로 회수하지 않는다"며 "환경미화원이 치우는 방법밖에 없다"고 말했다.
염화칼슘의 대안으로 지목된 친환경 제설제 사용에 대해선 "적극적으로 구매하려고 노력하고 있다"며 "현재는 전체 제설제의 약 20% 정도 쓰고 있고, 이 비율을 점점 확대해가는 추세"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지침서상 기온과 적설량, 강설량에 따라 제설제를 뿌리는 양에 대한 기준이 있다"며 "적설 예보에 따라 (제설제를) 살포했지만, 눈이 그만큼 안 온 곳은 그대로 남아있을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그렇다고 친환경 제설제만을 고집할 수도 없다. 가격과 성능 때문이다. 도로교통연구원 환경연구실 관계자는 "친환경 제설제는 가격이 비싼 문제가 있다"며 "순수한 비염화물계 제설제는 일반 제설제보다 30배가량 비싸다. 혼합 제설제는 (일반 제설제보다) 5~7배 더 비싼데 성능도 기존 제설제와 비교하면 떨어지고 지속성도 부족하다"며 고민을 토로했다.
정희윤 기자 chung.heeyu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