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남국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더 가깝게 소통하고 민주당에 하고 싶은 이야기를 듣고 싶다"며 20대가 즐겨 사용하는 커뮤니티 사이트 ‘에펨코리아’(펨코)에 가입하려 했지만 회원 가입을 승인받지 못했다.
정치인의 좌표 찍기에 대한 우려를 표명한 인터넷 커뮤니티 에펨코리아 운영진의 안내 게시글. 인터넷 캡처
인터넷 커뮤니티 펨코는 13일 홈페이지 메인화면 최상단에 ‘펨코에 좌표 찍기 하지 마시길 바랍니다’라는 안내문구를 내걸었다.
에펨코리아 운영진의 명의로 올라온 안내문은 “상식적으로 정치인이 소통을 명목으로 타 사이트에 좌표 찍는 행위는 정상적이지 않다고 생각된다”라며 “큰 파장이 있고 성향이 다른 유저들끼리 큰 마찰과 분란이 조장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이어 “이미 사이트 내에서도 큰 분쟁이 생겨 회원가입도 임시로 막았고, 타 사이트에 피해를 주는 행위는 자제 부탁드린다”고 안내했다. 이름을 거명하지는 않았지만, 김 의원을 겨냥한 안내문이다.
펨코는 문재인 정부 초기까지는 친문 성향을 보였지만, 조국 사태를 거치며 반문으로 커뮤니티의 정서가 바뀌었다.
김 의원은 전날 페이스북에 “에펨코리아 유저분을 찾아뵙겠다”며 “저에 대해서 가장 많은 비판을 하는 사이트인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진짜 용기를 내서 이야기를 듣고 싶다”고 커뮤니티 활동을 예고했다. “솔직히 갑자기 확 바뀌기는 어렵습니다”라며 “그럼에도 듣고 싶습니다. 바꿀 수 있는 작은 것들이 있으면 바꿔나가고, 민주당 내에 있는 의원님들 생각을 조금씩 바꿔 나갈 수 있도록 생각을 전달하겠습니다”라고 의욕을 보였다.
하지만 김 의원은 이어 페이스북에 글을 올린 지 약 10분 후 펨코와 정치적 성향이 정반대인 친문 성향의 ‘딴지일보’ 게시판에 ‘에펨코리아에서 활동을 시작하겠다’고 알리며 함께 회원가입을 해달라고 요청했다.
김남국 의원이 딴지일보 게시판에 남긴 글. 인터넷 캡처
김 의원은 “에펨코리아를 포함해서 에브리타임 등등 여러 사이트에서 직접 소통하고 정말 우리 당이 함께 할 수 있는 것을 조금씩 해나가겠다”라며 “작은 것이라도 바뀌었다 쇄신했다 보여드려야 하고요. 진짜 뭘 필요로 하는지 듣는 것부터 시작하겠습니다”라고 밝혔다. 이어 김 의원은 “다들 가입해주세요. 필수입니다”라고 동참을 호소했다.
이같은 글에 대해 에펨코리아 사이트 내에서는 “소통하러 온다는 사람이 좌표를 찍느냐”, “대놓고 여론조작을 하겠다는 것” 등의 우려와 비판이 쏟아졌다.
결국 에펨코리아 운영진은 좌표를 찍는 행위에 대한 우려 표명과 함께 회원 가입 거부를 알리는 안내문을 올렸다. “그냥 조용히 가입하고 활동해도 사이트 규정은 공평하게 적용했을 것”이라며 “정상적인 인터넷 활동을 부탁한다”고 당부했다.
이해준 기자 lee.hayjune@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