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의 적자낸 ‘기름집’…석유화학으로 ‘탈(脫)탄소’ 노린다

에쓰오일 울산 공장의 잔사유 고도화 시설 전경. 원유 정제 과정에서 나오는 찌꺼기 기름을 재처리해 휘발유와 프로필렌을 뽑아내고 이를 활용해 폴리프로필렌, 산화프로필렌 등 고부가가치 석유화학제품을 생산할 수 있다 [사진 에쓰오일]

에쓰오일 울산 공장의 잔사유 고도화 시설 전경. 원유 정제 과정에서 나오는 찌꺼기 기름을 재처리해 휘발유와 프로필렌을 뽑아내고 이를 활용해 폴리프로필렌, 산화프로필렌 등 고부가가치 석유화학제품을 생산할 수 있다 [사진 에쓰오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수요가 급감하고 유가가 하락하면서 지난해 최악의 실적을 낸 정유업계가 석유화학 쪽으로 사업의 무게추를 옮기며 체질개선을 서두르고 있다.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일시적 방편이 아니라 화석연료의 퇴조와 새로운 ‘탈(脫)탄소’ 트렌드에 맞춰 석유화학 분야에서 새로운 활로를 찾겠다는 계산에서다.      
  

정유사, 석유화학 생산시설 경쟁 

GS칼텍스의 제3중질유분해시설. 중질유를 재처리하는 고도화시설이다 [사진 GS칼텍스]

GS칼텍스의 제3중질유분해시설. 중질유를 재처리하는 고도화시설이다 [사진 GS칼텍스]

 
정유업계는 요즘 공통적으로 석유제품과 부산물로 석유화학 기초원료를 추출하는 기술 개발에 한창이다. 원유 정제 후 남은 중질유를 재처리해 휘발유를 생산하는 고도화시설에 투자하던 기존과 완전히 달라진 모습이다. 체질 전환에 가장 적극적인 곳은 에쓰오일이다. 
 
에쓰오일은 지난 2018년 5조원을 들여 울산공장에 정유·석유화학 복합 시설을 건설했다. 이 설비는 원유 정제 과정에서 나오는 찌꺼기 기름을 재처리해 휘발유와 프로필렌을 뽑아내고 이를 활용해 폴리프로필렌, 산화프로필렌 등 고부가가치 석유화학제품을 생산할 수 있다. 최근에는 7조원을 추가 투입해 2026년 완공을 목표로 2차 시설을 준비하고 있다. 현재 에쓰오일이 생산하는 제품 중 석유화학 물량의 비중은 약 12%인데 2030년에는 이 비중을 25%로 늘릴 방침이다. 
 
GS칼텍스와 현대오일뱅크는 에틸렌 생산에 본격 뛰어든다. GS칼텍스는 2조7000억원을 투자해 전남 여수 제2공장 인근에 올레핀생산시설(MFC)을 짓고 있다. 연간 에틸렌 70만톤, 폴리에틸렌은 50만톤을 생산할 수 있는 규모다. 원유 정제 과정에서 나오는 납사, 액화석유가스(LPG), 부생가스 등을 원료로 석유화학제품을 생산할 수 있는 시설로 연내 상업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다. 
 
현대오일뱅크는 롯데케미칼과 손잡고 합작법인 현대케미칼을 통해 에틸렌 생산에 나선다. 오는 8월 중질유석유화학시설(HPC)이 완공되면 연말부터 양산이 가능할 전망이다. 이 시설을 통해 현대케미칼은 연간 폴리에틸렌 85만톤, 폴리프로필렌 50만톤을 생산하게 된다. 
 
SK이노베이션의 경우 이미 자회사인 SK종합화학을 통해 연간 67만톤의 에틸렌을 생산하고 있다. 정유사 가운데 유일하게 전기차 배터리 사업에 뛰어든 SK이노베이션은 2018년부터 정유·석유화학 시설 투자보다는 친환경 사업의 비중을 높이고 있다. 또한 보유 중인 SK종합화학 지분 100% 중 49%를 매각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탈(脫)탄소’로 사업 전환

정유사들의 이러한 행보는 세계 각국의 ‘탈(脫)탄소’ 기조 때문이다. 미국·유럽연합(EU)·일본은 물론 우리나라도 2050년까지 실질 탄소배출량을 0으로 하는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고 선언했다. 이와 맞물려 내연기관 차량의 단계적 퇴출과 화석에너지 사용 중단 계획을 발표하는 국가도 늘고 있다. 전기차·수소차가 대중화하고 재생에너지 사용량이 증가하면 정유제품 판매량은 감소할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정유업계는 주력 사업 전환과 함께 탄소저감 기술 개발에도 집중하고 있다. 정부의 지원을 받기 위해 탄소 중립 협의회도 발족했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탄소 저감과 재생에너지 활용을 위한 기술 개발에 막대한 연구비용이 들고 관련 법 개정도 필요한 상황”이라며 “협의회를 통해 정부에 업계의 어려움을 설명하고 지원을 요청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석유가 석탄을 대체했듯이 30년 내 재생에너지가 석유를 대체할 것이라고 본다”며 “변화에 도태되지 않으려면 지금부터 정유업계가 적극적으로 변신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경미 기자 gae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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