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불감증’이 화 키웠나
쿠팡 덕평물류센터 내부에서 휴대전화를 사용할 수 없다는 점에 대한 논란도 이어지고 있다. 공공운수노조 쿠팡물류센터지회는 “쿠팡 측이 휴대전화 반입을 금지한 탓에 제때 신고하지 못했다는 내부 증언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일각에서는 “일할 시간이 아까워 휴대전화 반입을 막았다고 한다면 노동자 인권을 침해한 것”이라며 쿠팡 불매·탈퇴 움직임을 보이기도 했다.
이번 화재로 소방관 1명이 숨지는 등 인명 피해가 있었다. 하지만, 쿠팡 측 책임에 대한 형사 처벌은 쉽지 않은 상황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17일 화재 당시 일하고 있던 쿠팡 직원 248명은 모두 대피해 피해가 없었기 때문이다. 경찰 관계자는 “다친 직원이 없어 처벌 규정이 없다”면서도 “제기된 주장들에 대해선 조사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도 “노동자 관련 피해 사례가 없기 때문에 관여할 내용이 없다”며 “경찰·소방이 담당할 부분”이라는 입장이다.
경찰, 쿠팡 화재 발화 시점 파악 집중
이 CCTV에는 물품 창고 내 진열대 선반 위쪽 전선에서 불꽃이 튀는 장면이 나온다. 불이 발생한 지하 2층에는 에어컨이 없어 진열대 선반 위쪽으로 선풍기를 꽂기 위한 전선이 여러 개 지나는데, 이중 한곳에서 불꽃이 일었다. 이후 창고 밖으로 새어 나오는 연기를 본 근무자가 화재 당일인 17일 오전 5시 36분 처음 신고했다.
경찰 관계자는 “CCTV에 불꽃이 이는 장면이 찍힌 정확한 시간을 분석하고 있다”며 “화재가 완전히 진압된 후에야 정밀 현장감식이 이뤄질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스프링클러 등 소방설비가 제대로 작동했는지 등 관련 수사도 그때 진행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소방당국은 물류센터에 대한 진화 작업이 이날 오후 4시 12분 끝났다고 밝혔다. 소방 관계자는 “앞으로 24시간 동안 잔불 감시에 들어간다”고 말했다.
덕평물류센터는 지난 2월 소방당국의 소방시설 점검에서 결함 277건이 확인된 것으로 드러났다. 김용판 국민의힘 의원실이 소방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소방시설 등 종합정밀점검 실시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당시 점검에서 지적된 결함은 고정 지지대 탈락 등 스프링클러 관련이 60건으로 가장 많았고, 방화 셔터 불량도 26건 지적됐다.
물고기 떼죽음 등 주변 피해 잇따라
이날까지 이천시에 접수된 피해 접수 건수는 모두 30건이다. 쿠팡 측은 마장면사무소에 주민피해지원센터를 개설해 이날부터 신고를 받고 있다. 엄태준 이천시장은 이날 오전 이천시청에서 브리핑을 열고 “막대한 분진이 이천시 전역에 퍼져 시민들이 호흡곤란 등 큰 고통을 받았다”며 “하천 물고기 떼죽음과 토양오염 등 환경피해를 포함해 농작물·건축물·차량·양봉장 등의 집단 분진피해가 광범위하고 심각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천시는 쿠팡 측에 피해 보상 등을 요구하기로 했다.
채혜선·최모란 기자 chae.hyeseo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