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더나 유럽공장 생산 차질...정부 공언 7월 1000만회분 도입 어려울듯

 
정부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도입계획에 ‘빨간불’이 켜졌다. 미국 제약사 모더나사(社)가 우리 정부에 ‘생산 관련 문제’를 통보해오면서다. 유럽 공장 관련이라고 한다. 그간 정부는 이달 1000만회분의 백신도입 계획을 공언해왔는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내달 초 모더나 접종 예정인 55~59세가 화이자 백신을 맞게 됐다.

모더나의 국내 위탁생산은 아무리 일러도 9월이다. 이 위탁생산 물량을 국내에 바로 풀 수 있을지는 현재로써는 확실치 않다. 

50대 국민 첫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이 26일 전국에서 일제히 시작됐다. 이날 충남 계룡시의 한 병원에서 의료진이 50대 시민들에게 접종할 모더나 백신을 신중히 준비하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50대 국민 첫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이 26일 전국에서 일제히 시작됐다. 이날 충남 계룡시의 한 병원에서 의료진이 50대 시민들에게 접종할 모더나 백신을 신중히 준비하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모더나 '생산 관련 이슈' 통보 

박지영 중앙사고수습본부 백신도입지원팀장은 26일 중앙방역대책본부 정례 브리핑에서 “모더나 측에서 생산 관련 이슈가 있다고 지난 통보해왔다”며 “사실관계 파악과 대책 마련 중”이라고 밝혔다. 중수본에 따르면 모더나는 지난 23일 오후 ‘생산 관련 이슈’를 우리 정부에 통보했고 정부는 해당 사항에 대해 모더나사에 확인 중인 상황이다. 박 팀장은 생산 관련 이슈가 정확히 무슨 의미인지 묻는 질문에 “구체적인 상황을 다각도로 파악하고 있다”며 “파악되는 대로 제약사와 협의해 공개 가능한 범위 내에서 신속히 다시 안내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모더나 공급 일정이 일부 조정될 수 있다는 게 박 팀장의 설명이다. 

익명을 요청한 정부 관계자는 “모더나가 생산에 차질을 빚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유럽쪽 생산시설에 문제가 생겼다고 한다”며 “이달 계약물량에서 얼마나 빠질 지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모더나는 화이자와 함께 3분기 주력 백신이다. 정부는 7월에 1108만 회분의 백신을 들여올 예정이었다. 하지만 현재 630만2000회분(아스트라제네카 118만8000회분·이스라엘 화이자 80만1000회분 포함)만 도입됐다. 5일 안에 477만8000회분이 더 들어와야 한다. 정부는 제약사와의 비밀유지협약을 이유로 백신별 세부 물량에 대해서는 일절 공개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7월 물량을 채울 수 있을지 불확실하다.


백신은 들여오더라도 그날 바로 쓸 수 없다.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품목허가를 받았다 해도 들여올 때마다 반드시 출하승인 과정을 거쳐야 한다. 여기에 각 지역 접종센터와 위탁의료기관까지 운반하는 유통 시간을 고려하면 최소 일주일이 걸린다. 오늘, 내일 들여와도 8월 첫주에 쓸 수 있다는 의미다. 

모더나 수급 불안은 이미 지난주부터 감지됐다. 정부는 이달 30일까지 접종하는 55~59세 350만 명 중 수도권은 화이자, 비수도권은 모더나를 접종하기로 했다. 그러다 이날 “다음주부터는 수도권·비수도권 관계없이 모두 화이자 백신을 접종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모더나 백신만 접종 가능한 위탁의료기관 657곳에 접종 예약한 사람은 모더나를 접종한다. 이대로면 다음달 16일부터 접종 예정인 50~54세 380만 명도 화이자를 맞게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24일 인천국제공항 화물터미널에서 모더나 백신 상차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뉴스1

지난달 24일 인천국제공항 화물터미널에서 모더나 백신 상차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뉴스1

 

빠듯한 국내 백신 잔여량 

국내 백신 잔여량은 빠듯하다. 전날(25일) 기준 잔여량은 536만1000회분이다. 이 중 136만회분은 아스트라제네카다. 

모더나 도입 차질은 어느 정도 예견됐었다. 앞서 4월 모더나는 2억 회분의 물량을 7월까지 미국에 우선 공급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 한국을 포함한 나머지 선구매 계약 국가에 대한 구체적인 공급 일정은 설명하지 않았다. 백신 공급이 1분기 정도 늦어질 수 있다고만 했다. 지난해 말 청와대는 문재인 대통령과 모더나 스테판 반셀 CEO 간 통화 이후 공급 시기를 “당초 3분기에서 2분기로 앞당겼다”고 발표했다. 청와대 설명대로 2분기에 공급은 시작됐다. 하지만 지금까지 도입물량은 4000만회분 중 115만2000회분(2.9%)뿐이다.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일본은 지난달 말까지 모더나 백신 1370만회분 들여왔다고 한다. 당초 계획 물량(4000만회분)의 34.2%수준이다. 그런데도 한국의 11배 이상이다. 

중수본 관계자는 “안정적인 공급을 위해 제약사와의 지속적인 협의 등 행정·외교적 역량을 총동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28일 오후 청와대 여민관 영상회의실에서 스테판 반셀 모더나 최고경영자(CEO)와 화상 통화고 있다. 사진 청와대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28일 오후 청와대 여민관 영상회의실에서 스테판 반셀 모더나 최고경영자(CEO)와 화상 통화고 있다. 사진 청와대

 

생산물량 한국 우선 풀릴지 불확실 

모더나는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위탁생산(CMO) 계약을 맺었다. 모더나 코로나19 백신이 인천 송도 삼바 공장에서 생산된다. 삼바가 완제 충전작업을 맡는다. 모더나로부터 받은 원료 의약품을 해동·조합해 바이알에 충전하게 된다. 생산 제품은 모더나 계약사에 수출된다. 한국에 우선해 생산물량이 풀릴 지는 확실치 않다. 

존 림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이사 사장은 22일 톰 번 코리아소사이어티 회장과의 대담에서 “최종 유통 계획은 모더나사가 정한다”면서도 “백신이 하루빨리 (한국에) 공급되도록 하는 게 (우리의) 큰 미션이다”고 말했다. 

시제품은 8월 말 9월 초로 예상된다. 김부겸 국무총리는 26일 라디오에 출연, “아마 시제품들이 8월 말이나 9월 초쯤에 나온다는 것 같다”며 “시제품을 만들면 엄격한 테스트를 통과해야 한다. 활용할 수 있을 때까지 아직은 시간이 좀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