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쥴리 벽화' 경찰수사, 누가 유리?…명예훼손 vs 벽화훼손

3일 오전 9시 서울 종로구의 한 중고서점 앞에서 유튜버가 이른바 '쥴리 벽화'를 두고 유튜브 라이브 생중계를 하고 있다. 양수민 인턴기자

3일 오전 9시 서울 종로구의 한 중고서점 앞에서 유튜버가 이른바 '쥴리 벽화'를 두고 유튜브 라이브 생중계를 하고 있다. 양수민 인턴기자

“건물주가 원하는 표현의 자유가 대체 무엇이냐?”
 
3일 오전 9시 서울 종로구 관철동의 한 중고서점 인근에선 이른 아침부터 고성이 오갔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부인 김건희씨를 비방하는 이른바 ‘쥴리 벽화’ 앞에서다. 한 유튜버가 영업 시작을 준비하는 서점 직원 앞에서 표현의 자유를 거론하자 직원은 “현수막에 벽화를 보존해달라고 쓰여 있지 않으냐”며 맞섰다.
 

쥴리 벽화 둘러싼 경찰 조사 본격화

서울 종로구의 한 서점 외벽에 '쥴리의 남자들'로 불리는 그림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부인 김건희 씨 비방 내용의 벽화)이 그려져 논란이 되고 있다. 일부 보수단체는 검은색 페인트를 덧칠하고 여권 인사들을 비방하는 내용의 낙서를 남기기도 했다. 뉴시스

서울 종로구의 한 서점 외벽에 '쥴리의 남자들'로 불리는 그림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부인 김건희 씨 비방 내용의 벽화)이 그려져 논란이 되고 있다. 일부 보수단체는 검은색 페인트를 덧칠하고 여권 인사들을 비방하는 내용의 낙서를 남기기도 했다. 뉴시스

윤 전 총장의 아내 김씨를 비방하는 그림과 문구로 논란이 이어지고 있는 벽화에 대한 경찰 조사가 본격화할 전망이다. 앞서 벽화 제작을 의뢰한 서점 대표 여정원(58)씨가 지난 1일 시민단체에 의해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된 데에 이어, 벽화에 검은색 페인트칠을 한 유튜버 또한 재물손괴로 신고당한 상태다. 벽화를 제작하고 이를 훼손한 혐의를 받는 당사자들 모두가 경찰 조사를 받는 처지에 놓이게 된 셈이다.
 
지난달 31일 오후 보수 성향의 한 유튜버는 검은색 페인트통이 담긴 손수레를 끌고 나타나 페인트 롤러를 이용해 벽에 검은색 페인트를 덧칠하기 시작했다. ‘쥴리의 남자들’이라고 적힌 문구와 그 옆에 그려진 여성의 얼굴 그림을 페인트로 덮었다. 당시 서점 직원의 신고로 경찰이 출동했고 유튜버와 서점 직원, 경찰 사이에서 한동안 승강이가 벌어졌다.
 
당시 재물손괴를 이유로 경찰에 신고된 해당 유튜버는 현재 경찰 조사를 앞두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당시 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한 경찰이 검은색 페인트칠을 한 유튜버의 신원을 확인했다”며 “조만간 참고인으로 불러 진술을 듣고 재물손괴 혐의 등이 확인되면 정식으로 입건해 피의자 조사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서점 주인 처벌 피할 가능성 높아, 왜?

벽화를 제작한 서점 대표와 이를 훼손한 유튜버의 처벌 여부에 관심이 쏠리는 가운데, 법조계에선 ‘반의사불벌죄’가 이들의 운명을 가를 것으로 전망한다. 명예훼손죄는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으면 기소를 할 수 없는 반의사불벌죄에 해당하지만, 재물손괴죄는 아니기 때문이다.
 
여씨의 명예훼손 혐의에 대해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벽화의 장소와 내용 등에 비추어 봤을 때 명예훼손죄의 구성요건을 충족하기에 혐의 자체는 성립된다”면서도 “명예훼손의 피해자인 윤석열 전 총장 측에서 처벌을 원하지 않는 이상 실제로 처벌로 이어질 수는 없다”고 말했다.  
 

반의사불벌죄 아닌 재물손괴, 유튜버에 불리

3일 오전 10시 이른바 '쥴리 벽화'를 제작한 서점 측은 흰색 페인트로 덮인 벽화 위에 ″모욕과 비방을 제외한 표현의 자유를 허락한다'는 취지의 안내문을 붙였다. 양수민 인턴기자

3일 오전 10시 이른바 '쥴리 벽화'를 제작한 서점 측은 흰색 페인트로 덮인 벽화 위에 ″모욕과 비방을 제외한 표현의 자유를 허락한다'는 취지의 안내문을 붙였다. 양수민 인턴기자

반면 재물손괴 혐의가 적용될 수 있는 유튜버의 상황은 다르다. 우희창 변호사(법무법인 법과사람들)는 “신고를 당한 유튜버 입장에선 벽화가 명예를 훼손하거나 모욕적인 내용을 담고 있어 자신의 행위를 정당행위나 긴급피난으로 주장할 수 있다”며 “그러나 윤석열 전 총장 측에서 표현의 자유로 괜찮다고 한 만큼 제삼자의 행위를 정당방위로 볼 수 없기에 재물손괴죄가 성립한다”고 밝혔다.
 
형법 제366조(재물손괴)에 따르면 고의성을 가지고 타인의 재물을 손상하거나 효용을 해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7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린다. 앞서 서점 주인 여씨는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벽화를 둘러싼 사회적 파장이 큰 만큼 신고를 취하할 생각도 있다”고 밝혔지만, 이와 무관하게 유튜버가 입건된다면 처벌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사라진 쥴리 벽화엔 또다시 풍자글

3일 흰색 페인트로 덮여 사라진 이른바 '쥴리 벽화' 위에 지나가던 시민이 글귀를 적고 있다. 양수민 인턴기자

3일 흰색 페인트로 덮여 사라진 이른바 '쥴리 벽화' 위에 지나가던 시민이 글귀를 적고 있다. 양수민 인턴기자

지난달 말부터 명예훼손과 표현의 자유를 둘러싸고 논란의 중심에 선 벽화의 그림과 문구는 3일 모두 사라진 상태다. 검은색 페인트칠로 벽화 일부가 훼손되자 서점 측이 전날 쥴리 벽화 전체를 흰색 페인트로 덧칠했다.  
 
이날 서점 측은 흰색 벽화 한쪽에 “표현의 자유를 허락한 벽이지만 모욕적인 비방이나 욕설 등의 내용은 삼가달라”며 “풍자, 해학적인 그림과 글씨 표현 등은 가능하다”는 안내문을 붙여놓았다. 벽화에는 “홍길동(쥴리)이가 홍길동(쥴리)이 아니라고 한다고 홍길동(쥴리)이 아닌가?” “대한민국은 문재인 대통령 보유국” 등의 글귀가 새로 적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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