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일장춘몽"이라는데…尹 반등에도 안철수 12% 왜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가 11일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한국기자협회 초청토론회에 시작에 앞서 물을 마시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가 11일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한국기자협회 초청토론회에 시작에 앞서 물을 마시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의 지지율은 요즘 정치권의 뜨거운 감자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안 후보가 두 자릿수 지지율을 유지하자 이것이 더 큰 반등의 조짐일지, 일시적 현상인지를 두고 야권 내부에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국민의힘 측은 “일장춘몽”(이준석 대표)이라며 안 후보 견제에 나섰다.

12일 발표된 YTN·리얼미터의 10~11일 대선 다자대결 조사에서 안 후보는 12.2%의 지지율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39.2%),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36.9%)에 이은 3위를 기록했다. 야권 후보 단일화를 가정했을 때는 안 후보가 윤 후보보다 강세를 보였다. 윤 후보로 단일화하면 윤 후보 43.6%, 이 후보 38.1%로 5.5%포인트 격차였고, 안 후보로 단일화하면 안 후보 42.3%, 이 후보 33.2%로 오차범위 밖인 9.1%포인트 차이였다.

같은 날 발표된 쿠키뉴스·한길리서치의 8~10일 조사에서는 윤 후보 38.0%, 이 후보 35.3%였는데 안 후보는 11.0% 지지율을 기록했다. ‘야권 후보 단일화 시 누구를 지지하나’라는 질문에는 응답자의 36.8%가 윤 후보를, 29.6%는 안 후보를 선택했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오른쪽)와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 후보가 5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관에서 열린 2022 중소기업인 신년인사회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오른쪽)와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 후보가 5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관에서 열린 2022 중소기업인 신년인사회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안 후보는 지난해 12월 27~29일 세계일보·리서치앤리서치 조사에서 처음으로 두 자릿수 지지율(10.3%)을 돌파했다. 당시 윤 후보가 당 내분 등으로 고전할 때라 “윤 후보 지지층이 안 후보 쪽으로 이탈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두 후보가 비슷한 지지층을 두고 일종의 ‘제로섬 게임’을 벌인다는 분석이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이런 분석과 결이 다른 여론조사 결과가 나오고 있다. 윤 후보 지지율이 반등하는 중임에도 안 후보가 하락 없이 두 자릿수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세한 여론조사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

전문가들은 중도층이 안 후보로 결집하는 양상이 있다고 분석한다. 이준호 에스티아이 대표는 “정권 교체를 원하는 여론이 통상 50%를 넘는데, 이는 30% 중·후반인 윤 후보의 지지율과 큰 격차가 있다”며 “정권 교체를 바라지만 윤 후보의 손을 들어주지 않는 부동층 상당수가 안 후보에게 결집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역대급 비호감 대선으로 선거가 치러지면서 ‘빅2 후보’를 비토하는 중도·여성층의 지지가 안 후보에게 일부 이동한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일시적 현상일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다”고 말했다.


안 후보의 상승세에 국민의힘의 공세도 부쩍 늘었다. 전날 “(안 후보의 상승세는) 일장춘몽”이라고 깎아내린 이준석 대표는 이날도 “승리를 장담하기 어려운 안 후보가 단일화를 하고 싶겠지만, 우리는 진지하게 고민 안 한다”고 평가절하했다. 김재원 최고위원도 라디오에서 “(안 후보 상승세가) 무섭지 않다”며 “감나무 밑에서 감 떨어지기를 기다리다가 진짜 덜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2021년 4월 8일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오 후보의 당선이 확실시된 직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 마련된 상황실에서 김종인 당시 비대위원장 등 참석자들의 축하를 받고 있다. 오종택 기자

2021년 4월 8일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오 후보의 당선이 확실시된 직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 마련된 상황실에서 김종인 당시 비대위원장 등 참석자들의 축하를 받고 있다. 오종택 기자

 
안 후보는 지난해 서울시장 보궐선거의 야권 후보 단일화 과정에서 국민의힘의 파상 공세에 시달린 기억이 있다. 안 후보와 관계가 좋지 않은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의 말이 특히 거칠었는데, 안 후보가 김 전 위원장의 부인을 거론해 공세를 펴자 “정신이 이상한 사람 같다”고 쏘아붙이는 일도 있었다. 한 야권 관계자는 “김 전 위원장이 윤 후보와 결별한 뒤 이준석 대표가 안 대표 공격의 총대를 멘 형국”이라며 “대선 날짜가 다가올수록 당 차원의 공세가 거세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안 후보 측도 이런 기류를 의식한 듯 적극적으로 맞불을 놨다. 이태규 국민의당 총괄선대본부장은 이날 라디오에서 “이 대표가 자꾸 희망 사항을 얘기하는데 초조함으로 비칠 수 있으니 적당히 하는 게 좋다”며 “단일화를 논의하기 이전에 국민이 큰 흐름을 정해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오전 인천 송도에서 열린 대선 후보 초청 강연에 참석한 안 후보는 “우리나라의 가장 큰 폐해이자 발전을 막는 것이 기득권 양당”이라며 민주당과 국민의힘을 싸잡아 비판했다. 오후 재향군인회 간담회를 마친 뒤에는 윤 후보와의 단일화를 염두에 두고 있냐는 질문에 “그렇지 않다”며 “(단일화 없이도) 국민이 이길 수 있는 후보에게 표를 몰아줄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의당 관계자는 “지난해 보궐선거 때만 해도 안 후보가 야권 단일화를 강조하면서 국민의힘과 적극적으로 협력한다는 입장이었는데, 이번 대선에선 상당히 거리를 두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