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8~19일 개인투자자 청약을 앞둔 LG엔솔의 공모가는 30만원으로 확정됐다. 지난 14일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수요예측에서 코스피 IPO 역사상 사상 최고치의 경쟁률(2023대1)을 기록한 영향이다. SK아이이테크놀로지(1883대1)와 카카오뱅크(1732대1)의 기록을 가뿐히 넘어섰다.
전체 주문 규모는 1경5203조원에 달했다. 참여한 기관투자자가 모두 최고가를 써내면서다. '경(京)' 단위의 주문 규모를 기록한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일정 기간(15일~최대 6개월) 동안 주식을 팔지 않기로 하는 의무보유확약 신청 비율도 77.4%에 달했다.
실탄 확보하러 기관은 주식 팔고, 개인은 돈 쌓아
정용택 IBK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최근 코스피 하락세는 기관들이 주도하고 있는데, LG에너지솔루션 청약을 앞두고 자금 확보 등을 위해 매매에 소극적인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개인투자자도 공모주 청약(18~19일)을 앞두고 실탄 확보에 분주한 모습이다. 전체 공모 물량의 25%인 1062만5000주를 대상으로 한 이번 공모는 균등 배정과 비례 배정이 50대 50으로 진행된다. 10주 이상을 청약한 사람에게 최소 1주 이상의 주식을 나눠주는 균등 배정의 경우 청약금액의 절반인 150만원(최소청약금액)을 증거금으로 내야 한다.
청약은 7개 증권사에서 할 수 있다. 보유 물량은 대표 주관사인 KB증권(45.8%)이 가장 많다. 대신증권과 신한금융투자가 22.9%씩 갖고 있다. 미래에셋증권과 하나금융투자, 하이투자증권, 신영증권의 비중은 각각 2.1%씩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13일 기준 종합자산관리계좌(CMA) 잔고는 64조9621억원이다. 여기에 증시대기자금으로 분류되는 투자자예탁금(64조954억원) 등을 감안하면129조원가량의 자금이 증시 언저리에 머물고 있다. 이 중 상당 금액이 LG엔솔 공모로 몰려들 수 있다.
공모주 펀드로도 자금이 들어오고 있다. 치열한 경쟁에 손에 쥐는 주식 수가 적어질 것을 우려한 투자 자금이 우회로를 택한 것이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공모주 펀드에는 이번 달(지난 12일 기준)에만 3450억원이 자금이 순유입됐다. 최근 3개월 사이 7105억원이 빠져나갔다가 다시 들어오는 모습이다.
공모주 펀드를 운용하는 에셋원자산운용 최일구 부사장은 “LG엔솔 등 대어급 상장이 예고되면서 지난달부터 자금이 늘어나다가 연초에 눈에 띄게 자금 유입세가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증시 대기자금 규모.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상장 후 대형주와 2차전지주 영향권
이렇게 되면 코스피 지수를 추종하는 KODEX200과 같은 상장지수펀드(ETF)는 LG엔솔 주식을 담아야 한다. 익명을 요구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쉽게 설명하면 그동안 10개의 종목을 담았던 돈으로 11개 종목을 담아야 한다는 의미”라며 “기존의 10개 종목을 조금씩 팔아서 LG엔솔을 사야 하는 만큼 상위 대형주와 2차전지주들의 가격 변동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LG화학을 담고 있는 주요 2차전지 테마ETF.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1경'이란 단어에 너무 현혹되지 말라는 경고의 목소리도 나온다. 기관의 경우 증거금이 없는 탓에 최고치로 써낸 숫자기 때문이다. 편득현 NH투자증권 자산관리전략부 부부장은 “실제로 1경이란 돈이 몰린 것이 아닌 만큼 흥행이 보장됐다는 의미 정도로 받아들이면 된다"며 "너무 흥분해 시장이 과열되면 개인들은 물리기 쉽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