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떠난 아들의 큰 뜻"…2명에게 새 삶 주고 떠난 50대 가장

기증자 故이형석(왼쪽) 씨와 10여년 전 먼저 세상을 떠난 이 씨의 아들 故이성진 씨. 사진=한국장기조직기증원(KODA)

기증자 故이형석(왼쪽) 씨와 10여년 전 먼저 세상을 떠난 이 씨의 아들 故이성진 씨. 사진=한국장기조직기증원(KODA)

 
뇌출혈로 뇌사판정을 받은 부산의 한 50대 가장이 10여년 전 먼저 세상을 떠난 큰 아들의 뜻을 이루기 위해 2명에게 새 삶을 선물한 뒤 하늘의 큰별이 됐다.  

17일 한국장기조직기증원(KODA)에 따르면, 고 이형석(56)씨는 지난 11일 새벽 집 근처 편의점에서 갑작스럽게 쓰러져 병원으로 이송됐다. 그러나 넘어지면서 머리를 크게 다쳐 뇌사상태에 빠졌다. 

사실 이 씨는 10여년 큰 아들을 먼저 떠나 보내는 아픔을 겪었다. 장남 고 이성진(당시 23세)씨는 2011년 9월 군 전역 후 대학에 복학한 지 3일 만에 불의의 사고를 당했다. 세상에 빛과 소금이 되고 싶어했던 고인의 뜻을 존중해 가족들은 장기를 기증하기로 결정했지만, 호흡으로 인한 장기 오염으로 장기 기증 불가 판정을 받아 안타깝게도 뜻을 이루지 못했다. 

이형석 씨는 아들의 깊은 뜻을 이뤄주지 못한 것을 늘 마음아파했다고 한다. 또 이 일을 계기로 가족들은 향후 이런 일이 닥치면 장기기증을 하겠다고 한마음으로 서약했다. 

이에 따라 유족들은 논의 끝에 이형석 씨의 장기기증을 결정할 수 있었다. 유가족은 "고인이 이번 기증으로 만성 장기부전으로 삶의 끝에서 고통받는 환자들에게 새 삶을 선물할 수 있어 다행이다"면서 "다른 이들에게 사랑을 베풀고 갈 수 있어 기쁘게 생각할 것"이라고 전했다.


문인성 KODA 원장은 "큰 아들을 떠나보내며 끝내 실천할 수 없었던 생명 나눔을 본인이 직접 실천하고 떠난 아버지의 감동적인 사연을 전해 들었다"면서 "진심어린 감사와 위로를 전한다"고 말했다.

이씨는 17일 발인 후 김해 신어추모공원에 안치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