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인 만들 때 돈 들어온 것, 박영수 통해 들어온 돈”

박영수 전 특별검사. 연합뉴스
이날 김씨는 정 회계사에게 “우리 법인 만들 때 돈 들어온 것도 박영수 고검장 통해서 들어온 돈”이라며 “(이)기성이 통장에. 그것은 해줘야 돼. 무슨 말인지 알겠지?”라고 말했다.
대장동 개발 사업 시행사인 화천대유 설립 당시 투자금 일부가 박 전 특검을 통해 들어왔고, 그에 대한 수익금 지분을 박 전 특검의 외사촌 동생인 이기성씨 통장에 넣어줘야 한다는 얘기다. 대장동 개발 당시 분양대행사 대표인 이씨는 2019년 김씨에게 109억원을 받은 것으로 알려진 인물이다.
실제 검찰은 2015년 4월 3일 박 전 특검 계좌에서 김씨 계좌로 5억원이 이체된 사실을 파악하고 그 이유를 수사 중이라고 한다. 이날은 화천대유가 꾸린 ‘성남의뜰 컨소시엄’이 대장동 개발 사업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2015년 3월 27일)된 직후로, 성남도시개발공사와의 최초 사업협약(2015년 6월 15일)을 앞두고 있던 때다. 때문에 검찰은 이 5억원이 사업협약 당시 성남의뜰 컨소시엄이 성남도시개발공사에 납부한 이행보조금 72억3900만원의 일부로 활용됐을 가능성을 살펴보고 있다.

지난해 10월 7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대장동 아파트 단지의 모습. 뉴스1
녹취록에 따르면 김씨는 그보다 앞선 지난해 3월 24일 정 회계사에게 “50개(억원)가 몇 개냐, 쳐볼게"라며 "최재경(전 청와대 민정수석), 박영수, 곽상도(전 국민의힘 의원), 김수남(전 검찰총장), 홍선근(머니투데이미디어그룹 회장), 권순일(전 대법관). 그러면 얼마지?"라고 묻기도 했다. 이런 대화를 토대로 김씨가 정치·법조계 유력 인사들에게 로비했다는 이른바 ‘50억 클럽’ 논란이 일었다.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왼쪽)씨와 정영학 회계사. 중앙포토
박 전 특검 측, “계좌만 빌려준 것”
박 전 특검 측은 박 전 특검 계좌에서 화천대유로 돈이 전달된 것은 맞지만, 박 전 특검이 이에 관여한 바는 없다고 밝혔다. 박 전 특검 변호인은 이날 “(문제의) 5억원은 김만배가 이기성으로부터 화천대유 초기 운영자금으로 차용한 돈”이라며 “그 과정에서 김만배와 이기성 사이에 자금거래 관계를 명확히 하자는 취지에서 김만배 등이 부탁해 박 전 특검의 계좌를 통해 이기성→박 전 특검→화천대유의 공식 계좌로 이체가 된 것”이라는 입장을 냈다.
박 전 특검 변호인은 이런 자금 흐름이 만들어진 데 대해 “박 전 특검은 당시 선의로 승낙한 것”이라며 “그 뒤로는 이 돈의 사용처나 두 사람 간의 정산 문제 등 금전 거래가 어떻게 정리됐는지 전혀 알지 못하며, 관여한 바도 없고, 이미 소명된 사실”이라고 해명했다. 또 “(딸의)50억원 부분은 아는 바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