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전 거센 北도발…與 "좋지 않은 시그널" 野 "평화쇼의 결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20일 오후 서울 성동구 KT&G상상플래닛 커넥트홀에서 세계 3대 투자가 짐 로저스와 '대전환의 시대, 세계 5강으로 가는 길'을 주제로 화상 대담을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20일 오후 서울 성동구 KT&G상상플래닛 커넥트홀에서 세계 3대 투자가 짐 로저스와 '대전환의 시대, 세계 5강으로 가는 길'을 주제로 화상 대담을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북한의 조치에 강력한 유감을 표한다. 무력시위로는 북핵 문제를 풀 수 없다.”
 
20일 북한이 핵·미사일 모라토리엄(유예) 해제 가능성을 시사하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내놓은 입장이다. 이 후보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북한은 상황을 악화시키는 행동을 즉시 중단해야 한다”며 “우리 정부는 북한이 상황을 오판하고 잘못된 행동을 하지 않도록 분명하고 단호하게 대처해 달라. 동시에 긴장 완화와 비핵화를 위한 지속적인 대화 노력을 기울여 달라”고 요청했다.

이 후보는 이날 오후 서울 성동구의 한 창업지원 시설에서 가진 짐 로저스 로저스홀딩스그룹 회장과의 화상 대담 직후에도 실용주의적 대북 정책을 재차 강조했다. 이 후보는 기자들과 만나 “(북한과) 대화하고 협력하고 압박할 건 압박하고 필요하면 제재할 건 제재해서, 서로에게 이익될 길을 찾는 게 우리가 해야 할 일”이라며 “충분히 그렇게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대담 행사에서도 이 후보는 로저스 회장에게 “북한에 대한 지원·협력을 확대하는 것과 (대북) 압박에 집중하는 것 중 어떤 게 더 나은가”라고 물었다. 이에 대해 로저스 회장은 “군사 분계선을 열고 무기 대신 다른 곳에 투자하자는 게 제 주장”이라며 “그러면 전 세계 많은 기업들이 (한국에) 투자할 것”이라고 답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20일 오후 서울 성동구 KT&G상상플래닛 커넥트홀에서 짐 로저스 로저스홀딩스그룹 회장에게 한반도 정책에 대한 의견을 묻고 있다. 이 후보는 이날 행사 직후 기자들과 만나 “(북한과) 대화하고 협력하고 압박할 건 압박하고 필요하면 제재할 건 제재해서, 서로에게 이익될 길을 찾는 게 우리가 해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국회사진기자단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20일 오후 서울 성동구 KT&G상상플래닛 커넥트홀에서 짐 로저스 로저스홀딩스그룹 회장에게 한반도 정책에 대한 의견을 묻고 있다. 이 후보는 이날 행사 직후 기자들과 만나 “(북한과) 대화하고 협력하고 압박할 건 압박하고 필요하면 제재할 건 제재해서, 서로에게 이익될 길을 찾는 게 우리가 해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국회사진기자단

 

‘文 정부 책임론’ 전면에 내건 野…“평화쇼의 처참한 결과”

 
이날 오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노동당 정치국 회의(8기 6차)에서 “그동안 잠정중지했던 모든 활동들을 재가동하는 문제를 신속히 검토하라”고 지시한 사실이 알려지자, 야당은 ‘문재인 정부 책임론’을 제기하며 공세에 나섰다.


국민의힘은 “문재인 정권은 미·북 사이에서 중재자 역할을 자처하며 북한이 헛된 희망을 갖도록 빌미를 줬다”며 “문 정권이 역사적이라며 호도했던 ‘2018 평화쇼’의 처참한 결과”(장영일 선대본부 상근부대변인 논평)라고 주장했다. 나경원 전 국민의힘 의원도 이날 YTN 방송에서 “이 정부 들어 자꾸 종전선언·평화통일 얘기를 하면서 북한에게 구걸하는 모습을 보였다”며 “이런 식으로 끌려가는 정책으로는 더 이상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나 전 의원은 이 후보를 겨냥해 “문재인 정부 기조를 바꿀 것 같진 않다”며 “그런 의미에서 더 걱정된다”라고도 했다.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가 김정은 총비서가 참석한 가운데 제8기 제6차 정치국 회의를 열어 미국 대응방안을 논의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0일 밝혔다. 연합뉴스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가 김정은 총비서가 참석한 가운데 제8기 제6차 정치국 회의를 열어 미국 대응방안을 논의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0일 밝혔다. 연합뉴스

 
야당에선 대선을 40여 일 앞두고 발생한 ‘북한 도발’ 이슈가 향후 대선에서 정권심판론을 키울 거란 기대감도 포착된다. 국민의힘 선대위 관계자는 “북한이 실제 핵실험이나 ICBM(대륙간탄도미사일)을 발사하면,결국 문재인 정부 대북 정책에 대한 재평가가 이뤄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與 “좋지 않은 시그널”…상황 관리에 주력

 
북한의 핵실험 재개 가능성에 대한 우려는 민주당 내부도 마찬가지였다.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을 지낸 윤건영 민주당 의원은 이날 오전 MBC 라디오 인터뷰에서 “대단히 좋지 않은 시그널”이라며 “북한의 이런 도발이 한반도 평화에 단 하나도 도움이 안 된다는 사실을 분명하게 깨달아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 후보가 지난 16일 ‘금강산 관광 재개’ 같은 대북 협력 정책을 발표한 상황에서 북·미 관계가 급속도로 악화하는 것도 민주당 입장에선 부담이다. 북한 문제에 정통한 여권 관계자는 “북한이 끝내 중국과만 관계 개선을 하고, 자급자족 체제로 살겠다는 판단을 내린 듯하다”는 우려를 표했다.

다만 민주당 선대위 외교·안보 라인 관계자는 “내부적으로도 이미 북한의 도발 가능성을 열어두고 정책과 메시지를 논의해 왔다”며 “일차적인 대처는 정부 몫이겠지만, 저희도 여당인 만큼 선거 캠페인을 하면서 적절한 대응 수위를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여권에선 북한 핵·미사일 문제가 선거에 큰 영향은 미치지 않을 거란 관측도 있다. 지난 2017년 대선 때도 북한이 선거일을 약 한 달 남겨놓은 시점에 준중거리 탄도 미사일(MRBM) ‘북극성-2호’를 발사하는 등 도발이 잇달았지만, 선거 결과엔 큰 타격이 없었다는 설명이다. 국회 외교통일위 소속 한 민주당 의원은 “결국 국민은 이런 상황을 누가 잘 해결해 나갈 것이냐를 지켜보고 판단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