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기사 속 사진과 이미지에 새겨진 워터마크 ‘gettyimages’를 한번쯤은 봤을 텐데요. ‘게티이미지(Getty Images)’는 마크 게티와 조너선 클레인이 1995년 런던에서 ‘게티 인베스트먼트 LLC(Getty Investment LLC)’라는 이름으로 설립한 회사예요. 개별 저작권은 물론 헐튼‧코비스 등의 아카이브들을 인수하며 세상의 거의 모든 이미지를 보관하는 세계 최대의 아카이브로 거듭났죠. 아날로그 자료들을 복원 및 디지털화하고 새로운 디지털 콘텐트들도 생산하고 있습니다. 업계 최초로 이미지 사용 권한을 웹에서 제공하면서 전체 산업을 온라인으로 옮긴 이래 34만 명이 넘는 기고자, 수백 개의 파트너사와 협력해 매년 16만 건이 넘는 보도사진과 상업용 사진, 역사 기록물 등을 업로드하죠. 전 세계를 대상으로 4억 장이 넘는 이미지‧비디오‧음악‧멀티미디어와 디지털 콘텐트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철강 노동자들이 뉴욕 록펠러센터 RCA 빌딩의 70층 건설 현장 철제빔에 앉아 점심을 먹고 있는 사진은 경제공황기 미국 노동자들의 현실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명작으로 회자된다. ⓒ Photo by Bettmann/Getty Images

마음에 드는 사진엽서를 골라 프레스기에 넣고 힘껏 누르면 ‘gettyimages’라는 글자가 입체적으로 새겨지는 레터프레스 체험도 해볼 수 있다.
게티이미지만의 아카이빙 방식과 아날로그 사진 복원 과정도 소개합니다. 과거 암실을 복원한 전시장에서 원본이 섬유‧합성수지 프린트로 복원되는 과정과 원본 투명 양화(투명한 재료에 사진을 복제한 것)가 디지털화되는 절차 등을 확인할 수 있었어요. 1988년 영국 런던의 암실에서 첫 작업을 시작한 이래, 게티이미지가 보관하고 있는 오래된 이미지들이 어떤 과정을 거쳐 세상에 소개되고 있는지 살펴볼 수 있는 기회죠.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이 1951년 3월 14일 그의 72번째 생일에 사진작가가 웃어달라고 요청하자 혀를 내밀었다. ⓒ Photo by Bettmann/Getty Images
두 번째 ‘현대 르포의 세계’ 섹션은 월드 프레스 포토(World Press Photo), 비자도르 데일리 프레스(Visa D’or Daily Press) 등 세계 유수의 보도사진전에서 수상한 게티이미지 소속 종군기자들과 협력 사진작가들의 현대 르포사진을 소개합니다. 세계적으로 이슈가 된 사건을 다룬 주목할 만한 작품들로 구성해, 역사적인 순간들을 기록해온 게티이미지 보도사진 분야의 저력을 확인할 수 있었어요. 이 공간은 세계적인 사진기자 6인과 그들의 상징적 작품을 각각 소개하는 ’작가의 방’ 콘셉트로 구성되어 있었죠. 각 책상 위에는 명함과 카메라 등의 소품이 꾸며져 있어 정말 그들의 작업실을 엿보는 느낌이 듭니다.

아프가니스탄 헤라트에서 분신자살 시도로 몸의 70%에 심한 화상을 입은 열여덟 소녀가 지역병원 화상치료센터에서 손에 생긴 흉터를 보여주고 있다. ⓒ Photo by Paula Bronstein/Getty Images

콩고 동부 부키마. 반 밀렵 팀의 보호 관리원과 지역주민들이 비룽가국립공원에서 의문의 죽음을 맞은 마운틴고릴라의 사체를 치우고 있다. ⓒ Photo by Brent Stirton/Edit by Getty Images
다음 섹션은 ‘기록의 시대’. 사진의 발명 이래, 지난 20세기부터 현재까지 카메라로 기록한 각 시대상을 특정 주제를 통해 살펴보는 곳이죠. 발전하고 진화하면서도 폭력으로 얼룩지고, 권리를 위해 기꺼이 싸운 이들의 모습을 볼 수 있는 하나의 역사관 같은 곳이었어요. 여성의 마라톤 참가가 금지된 시절에 마라톤에 참여했다가 제지당하는 여성 사진, 여성의 참정권을 요구하다 경찰에 제압당하는 사진 등 이런 순간들은 그것을 바라보는 누군가가 셔터를 누르며 영원성을 얻게 됩니다. 7명의 아이를 둔 32세의 궁핍한 완두콩 농업 노동자 어머니 사진은 한쪽 턱을 괴며 마치 심히 고민하는 듯한 표정과 그의 양어깨에 기댄 아이들의 모습이 교차되어 삶의 고단함을 직접적으로 느낄 수 있었어요. 도로시아 랭이 찍은 이 사진은 루스벨트 대통령의 뉴딜사업의 일환으로 농업안정국(FSA)에 몸담고 있을 당시 촬영한 것입니다. 농업안정국은 1935년에서 1944년 사이 미국인의 생활을 기록하기 위해 도로시아 랭과 잭 드라노, 벤 샨 같은 사진작가를 고용하여 20세기의 가장 주목할 만한 사회 다큐멘터리 사진을 제작했죠.

미국 인권 운동가인 마틴 루서 킹이 셀마에서 몽고메리까지 흑인 투표권 제한을 항의하는 행진을 이끌고 있다. ⓒ Photo by Steve Schapiro/Corbis via Getty Images
마지막 섹션인 ‘일상으로의 초대’에서는 사상 초유의 팬데믹 시대를 겪고 있는 이 시대를 위한 응원과 위로의 메시지를 담은 사진들이 전시되어 있었죠. 1937년 독감이 대유행 중인 할리우드에서 감염 예방을 위해 보호 마스크를 착용하고 키스를 하는 영화 속 장면은 현재 상황과 겹쳐지며 씁쓸한 웃음을 자아내게 합니다. 우리가 지나쳐왔던 순간들의 가치에 대해 생각해 보고 하루를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통해 지금의 시련도 이겨낼 것이라는 희망적 메시지를 느낄 수 있는 곳이에요.

게티이미지 중 예쁘고 인상적인 사진들을 입체적인 액자에 담아서 전시하고 있는 곳은 인증샷 장소로도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장소 서울 서초구 남부순환로 2406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1층
관람 시간 오전 10시~오후 7시(입장 마감 오후 6시), 매주 월요일 휴관
관람료 성인 1만8000원, 청소년 1만5000원, 어린이 1만2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