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4일 오후 코로나19 진상규명 시민연대가 개소식을 준비 중인 합동분향소 천막에 성현모 유가족협회 회장의 어머니 최모씨의 영정사진이 놓여있다. 양수민 기자
천막 한쪽엔 아직 단상에 올리지 않은 사망자 최모(84)씨의 사진이 놓여 있었다. 성현모(60) 코진연 유가족 대표의 어머니다. 성 대표는 1년 4개월 전인 2020년 9월 20일 숨진 어머니의 죽음에 대해 “억울하다”고 했다. 돌아가시지 않았어야 할 어머니가 영정 사진으로 있는 거라고 그는 주장하고 있다.
성 대표의 어머니는 같은 병실에서 확진자가 나왔다는 이유로 음성 상태에서 집에 격리를 당했고, 숨이 차고 몸이 이상해졌을 때는 ‘격리 기간이라 안 된다’는 이유로 병원에 가지 못했다고 한다. 성 대표는 “결국 119를 불러 구조대원이 조치하던 중 허망하게 돌아가셨다. 병원에 가서 치료만 받았어도 살았을 것”이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코로나19 진상규명 시민연대'가 지난 22일 설치한 서울 중구의 합동분향소 천막 모습. 24일 오후 합동분향소는 설치 마무리 작업에 바쁜 모습이었다. 양수민 기자
1월에 천막 분향소 2개 생겨

24일 서울 중구 청계광장 앞에 설치된 코로나19백신피해자가족협의회(코백회) 합동분향소 모습. 양수민 기자
“건강했던 아들, 왜 쓰러졌나”
![김두경 코로나19백신피해자가족협의회 회장의 SNS에 뜬 '1년 전 소식'에는 아들 김지용씨와의 행복했던 시절이 담겼다. [김두경 회장 제공]](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201/24/67b920dd-1f9e-42d6-9b42-c73c01ed7582.jpg)
김두경 코로나19백신피해자가족협의회 회장의 SNS에 뜬 '1년 전 소식'에는 아들 김지용씨와의 행복했던 시절이 담겼다. [김두경 회장 제공]
같은 곳에서 만난 김서연(45)씨는 중소기업에 다니던 성실한 남편 이모(46)씨가 지난해 9월 17일 모더나 1차 백신을 접종한 지 보름여 만에 백혈병 진단을 받았다고 했다. 김씨는 “고교 1학년부터 체대 입시를 준비한 아들이 이제 고3이 된다. 체대 입시 실기 학원이 체육 시설로 분류돼 방역 패스 없이는 입장할 수 없게 됐다”며 “남편이 백신 부작용으로 쓰러졌는데 어떻게 아이한테 백신을 맞출 수 있겠냐. 목숨을 걸고 주사를 맞든지 대학을 포기하든지 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어머니 여기 계시는데…설도 분향소서 보낼 것”

24일 오전 한 시민이 서울 중구 청계광장에 마련된 코로나19백신피해자 합동분향소를 찾아 헌화하고 있다.
합동분향소를 찾는 시민들의 발길도 이어졌다. 손녀와 같이 분향소에 방문한 정요한(71)씨는 “정부는 정부대로 사정이 있겠지만, 억울하게 죽은 사람들이 있다면 국가에서 생각을 해줘야 하지 않겠냐”라며 “안타깝게 죽은 사람들은 보며 마음이 아파서 분향소를 찾았다”고 말했다.
“우리는 절박…사과받을 때까지 분향소 지키겠다”
이에 대해 김두경 코백회 회장은 “사과받을 때까지 분향소를 지키겠다”고 했다. 김 회장은 “돈 필요 없다. 멀쩡한 애를 못 움직이게 만들어놨으면 사과라도 해야 할 것 아니냐”며 “정부가 ‘인과성 없음’으로만 일관하는 사이 피해자 가족들은 1년 넘게 눈물 흘리며 호소하고 있다. 피해자 가족들은 절박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김두천 코진연 상임회장은 “유가족에 대한 피해보상과 코로나19에 대한 진상 조사가 이뤄지기 전까지 천막을 철거할 생각이 없다”고 했다.
이런 상황에 대해 질병관리청 관계자는 “당국도 굉장히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다. 계속해서 국내 감염 환자들에 대한 정보가 축적되고 있는 상황이다. 데이터가 축적되면 인과성을 인정할 수 있는 범위가 늘어나고 인과성 인정 범위가 확대되면 근거 불충분으로 인과성을 인정받지 못했던 분들에 소급해 보상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