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9만원 가격에도 줄지어 산다…'특급호텔 셰프' 차례상 보니

더 플라자 서울의 '종가전통차례상' 세트. [사진 더플라자서울]

더 플라자 서울의 '종가전통차례상' 세트. [사진 더플라자서울]

'차례상 차리기'가 명절 스트레스의 원흉이란 말까지 나오는 가운데, '사 먹는 게 낫다'는 인식이 확산되며 특급호텔의 명절 차례상 판매가 늘고 있다. 물가상승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인해 장보기가 여의치 않자 설 식탁풍경이 달라진 것이다.

25일 호텔업계에 따르면 인터컨티넨탈 서울파르나스·서울코엑스의 올해 차례상 판매량은 지난 추석대비 150%가량 증가했다. 이 호텔은 셰프가 직접 어적·육적·도미전 등 9가지 차례 음식을 만든 '그랜드 키친 셰프 특선 차례상'을 6인용 기준 79만원에 판매하고 있다. 호텔 직원이 직접 배송까지 해준다. 

이 호텔 관계자는 "지난 2020년 추석 상차림을 처음 선보인 이후 이번 설이 역대 최고 판매량을 기록 중"이라며 오는 27일까지 예약을 진행 중인 만큼 최종 판매량이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한화호텔앤드리조트의 '더 플라자 서울'의 명절 투고 상품도 인기를 끌고 있다. 이 호텔은 전국의 12개 종가 종부와 호텔 셰프가 함께 준비하는 게 특징이다. 2020년 첫 출시 뒤 매출이 6배이상 뛰었다고 한다.

가격은 11만원부터 45만원까지 다양하다. 굴비구이·갈비찜·전복초 등으로 구성돼 있는 4인용 '종가 전통 차례상'은 33만원이고, 6인용 '더블 행복 패키지'는 45만원이다. 비대면 수령을 원하는 경우 '드라이브 스루'로 받을 수 도 있다. 이 호텔 관계자는 "올해 상품관련 문의가 매우 많다"며 아직 매출집계가 끝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인터컨티넨탈 '그랜드 키친 셰프 특선 차례상'. [사진 인터컨티넨탈]

인터컨티넨탈 '그랜드 키친 셰프 특선 차례상'. [사진 인터컨티넨탈]

 
롯데호텔월드는 갈비찜·잡채·전복초 등으로 구성된 설음식을 3단 도시락에 담은 '딜라이트 박스'를, 롯데호텔서울은 '패밀리 개더링'을 판매중이다. 딜라이트 박스는 지난 명절 때 큰 인기를 끌며 판매가 조기 마감됐는데, 호텔 측은 올해는 생산량을 더 늘릴 계획이다. 

이같이 '사 먹는 차례상'이 주목받는 건 밥상물가 상승과 명절증후군 등의 탓으로 보인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는 최근 전통시장에서 장을 볼 경우 올해 설 차례상 차림 비용이 26만4042원, 대형마트의 경우 36만3511원에 이를 것으로 예측한 바 있다. 지난해 설보다 각각 0.4%, 0.2% 올랐다. 이 때문에 직접 장을 보고 요리하는 시간까지 감안하면, 사먹는 게 합리적이란 평가까지 나온다.

호텔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로 대가족이 모여 명절을 지내는 것이 어려워지면서 호텔에서 판매하는 4~6인용 상차림 구매가 늘고 있다"며 "밀레니얼 세대를 중심으로 밥상물가·인건비를 고려해 '사먹는 것이 더 낫다'는 인식이 커지고 있는 점도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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