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5일 문재인 대통령에게 위안부 문제의 유엔 고문방지위원회(CAT) 회부를 촉구하는 서한을 전달하기 위해 청와대를 찾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가 자필 서명한 서한을 들어보이는 모습. 연합뉴스.
이용수 할머니 "더 이상 못 기다려"
이 할머니는 서한 전달을 위해 이날 오전 직접 청와대 앞까지 갔다. 다만 문 대통령과의 면담은 이뤄지지 않았고, 서한만 육성철 청와대 시민사회수석실 행정관을 통해 전달됐다. 이 할머니는 서한 전달에 앞서 취재진과 만나 "대한민국 젊은 사람들을 위해, 위안부 피해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CAT로 가겠다"고 말했다.
이날 서한은 경기도 광주 나눔에 집에 있는 강일출(94)ㆍ박옥선(97)ㆍ이옥선(94/동명이인)ㆍ이옥선(92/동명이인) 할머니와 경북 포항에 있는 박필근(94) 할머니의 지지 서명과 함께 전달됐다. 이 할머니가 직접 다섯 명의 할머니를 찾아가 CAT 회부의 취지를 설명하고 지지 서명을 받았다고 한다.
이와 관련, 일본군 '위안부' 문제 국제사법재판소(ICJ) 회부 추진위원회(추진위) 소속 신희석 전환기워킹그룹 법률분석관은 "그간 정부는 'CAT 회부가 이용수 할머니 혼자만의 의견이 아니냐'는 의구심을 표했는데, 이제 확실히 '국내 생존자 13분 중 의사 표시가 가능한 대부분이 찬성하는 제안'이라 할 수 있게 된 셈"이라고 말했다.

25일 문재인 대통령에게 서한 형태로 제출된 일본군 위안부 문제의 유엔 고문방지위원회(CAT) 회부 제안에 지지 서명하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강일출(94)ㆍ박필근(94)ㆍ이옥선(92)ㆍ이옥선(94) 할머니.
ICJ 안 되면 CAT 회부 추진
이에 지난해 10월부터 이 할머니 측은 ICJ 회부가 여의치 않을 경우, 한국 정부의 의지만으로 단독 회부가 가능한 CAT 절차를 통한 해결을 모색하고 있다.
CAT은 고문을 비롯해 잔혹하고 비인도적이거나 굴욕적인 대우 및 처벌을 방지하기 위한 협약이다. 1987년 발효돼 한국은 1995년, 일본은 1999년에 가입했다.
추진위 측은 CAT 위원회가 위안부 피해를 '고문'에 해당하는 행위로 판단할 경우 일본 정부의 동의 없이도 국가 간 통보에 따른 조정 절차를 밟을 수 있다고 본다. 앞서 지난 2019년 CAT 위원회는 1990년대 보스니아 내전 중 세르비아 민병대가 보스니아 여성들을 성폭행한 것을 고문으로 인정한 전례도 있다. 다만 국가 간 조정 절차가 활용된 사례는 아직 없다고 한다.

25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가 육성철 청와대 시민사회 수석실 행정관에게 유엔 고문방지위원회(CAT) 회부를 촉구하는 서한을 전달하는 모습. 뉴스1.
정부는 이 할머니 측이 요청하는 ICJ 혹은 CAT 회부 방안 모두에 대해 아직 "검토 중"이라는 입장이다. 최영삼 외교부 대변인은 25일 정례브리핑에서 "여러 의견들을 참고해 신중히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같은 날 기자들과 만나 "위안부 문제의 ICJ 회부와 관련해서 (이용수 할머니 외) 다른 피해자 할머니들의 의견, 학술적 문제도 추가적으로 살펴보겠다"며 "CAT 회부에 대해서도 국제법적 실효성 문제를 포함해 신중하게 들여다보겠다"고 말했다.

이용수 할머니가 25일 문재인 대통령에게 전달한 위안부 문제를 유엔 고문방지협약(CAT) 절차에 회부하자고 촉구하는 내용의 친필 서한. 일본군 ‘위안부’ 문제 ICJ 회부 추진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