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승 반지만 7개...NFL GOAT 쿼터백 브래디 은퇴

세계적인 모델이자, 아내인 지젤 번천(왼쪽)과 세 자녀를 위해 은퇴를 결심한 NFL 레전드 톰 브래디. [AP=연합뉴스]

세계적인 모델이자, 아내인 지젤 번천(왼쪽)과 세 자녀를 위해 은퇴를 결심한 NFL 레전드 톰 브래디. [AP=연합뉴스]

미국프로풋볼(NFL)의 'GOAT(Greatest Of All Time·역대 최고 선수)'로 통하는 톰 브래디(45)가 현역 은퇴를 선언했다.

브래디는 2일 인스타그램에 "쓰기 어려운 말이지만, 이젠 해야 한다. 더는 경쟁력 있게 (그라운드에서) 헌신할 수 없을 것 같다. 내 NFL 경력을 사랑하지만, 이젠 내 관심이 필요한 다른 분야에 내 시간과 에너지를 집중해야 할 시간"이라며 은퇴를 공식 발표했다. 

브래디가 은퇴를 공식화한 것은 은퇴설에 휩싸인 지 이틀 만이다. 미국 ESPN은 지난달 30일 브래디가 은퇴를 결심했다고 보도했다. 브래디는 불과 전날까지만 해도 은퇴 시기를 결정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브래디는 고심 끝에 2일 은퇴를 발표했다. [AP=연합뉴스]

브래디는 고심 끝에 2일 은퇴를 발표했다. [AP=연합뉴스]

그가 은퇴를 결심한 건 가족 때문이다. 브래디는 그동안 브라질 출신 세계적인 모델인 아내 지젤 번천(42)과 세 자녀와 더 많은 시간을 함께 하고 싶다고 여러 차례 말했다. 브래디와 번천은 2009년에 결혼해 슬하에 벤저민 레인 브래디(13), 딸 비비안 레이크 브래디(10)를 뒀다. 존 에드워드 토머스 모나한(15)은 브래디의 전 여자친구인 브리지트 모나한과의 사이에서 태어났다.

포브스에 따르면 번천은 2002년부터 16년 연속으로 세계에서 가장 돈을 많이 번 모델이다. 이 기간 번천은 5억 달러(약 5580억원) 이상 벌었다. 남편 누적 소득인 2억3500만 달러(약 2620억원)의 두 배 넘게 벌었다. 번천은 2017년 CBS 방송에 출연해 '남편이 은퇴하기를 원하느냐'는 질문에 "아내의 입장에서는 그렇게 했으면 좋겠다고 말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브래디가 은퇴를 발표하자 번천은 인스타그램에 "정말 멋진 여정이었어! 추억이 너무 많아. 15년 전 당신을 만났을 때 나는 풋볼에 대해 아무것도 몰랐어. 하지만 당신을 응원하고 당신이 가장 사랑하는 일을 하는 것을 보니 이젠 이 멋진 게임을 즐길 수 있게 됐어. 이제는 웬만한 심판보다 더 많이 아는 것 같아"라고 썼다. 


그동안 브래디는 가족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싶다는 말을 여러 차례 했다. [로이터=연합뉴스]

그동안 브래디는 가족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싶다는 말을 여러 차례 했다. [로이터=연합뉴스]

 
또 그는 정상의 위치에 있을 때 은퇴하길 바랐다. 브래디는 지난 시즌 소속팀 탬파베이 버커니어스를 수퍼보울 우승으로 이끌었다. 올 시즌에는 내셔널풋볼콘퍼런스(NFC) 남부지구 정상에 올랐다. 브래디는 "이젠 헌신하는 다음 세대 선수들에게 (배턴을) 넘기고 필드를 떠나야 할 적기"라고 했다.

브래디는 미국 최고 인기 스포츠 NFL의 살아있는 전설이다. 22년간 중원 사령관 격인 쿼터백으로 그라운드를 누볐다. 수퍼보울(챔피언결정전) 우승 7회, 최우수 선수(MVP) 3회를 차지했다. 7회 우승은 NFL 역사상 개인 최다 기록이다. 수퍼보울 MVP도 5차례 올랐다. 역시 역대 최다 기록이다. 올스타 격에 해당하는 프로볼에는 총 15차례 선정됐다. 브래디는 개인 통산 8만4520 패싱야드, 터치다운 624개로 각각 이 부문 역대 최다 기록을 세웠다. 

브래디는 노력의 대명사다. 철저한 자기 관리와 훈련으로 전설이 됐다. [EPA=연합뉴스]

브래디는 노력의 대명사다. 철저한 자기 관리와 훈련으로 전설이 됐다. [EPA=연합뉴스]

그는 노력의 대명사다. 그는 대학 시절 어깨가 약하다는 평가를 받으며 2000년 신인 드래프트 전체 199순위로 NFL에 입문했다. 밑바닥에서 시작해 최고의 자리에 오른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20대 못지않은 브래디의 몸매와 강철 체력의 비결은 철저한 자기 관리다. 그는 할리우드 스타 못지않게 엄격한 다이어트 식단을 즐긴다. 생선, 달걀 등 단백질이 풍부한 음식을 먹는다. 

탄수화물, 유제품과 가공식품, 설탕, 조미료 등은 먹지 않는다. 채소는 개인 농장에서 재배한 유기농만 먹는다. 개인 전담 요리사가 있다. 식단 관리 못지않게 평소 몸 관리를 위한 시간도 분 단위로 쪼개 관리한다. 정시에 식사하고, 끼니 사이에는 정해진 시간 만큼 운동을 한다. 흡사 로봇 같은 삶이다.

브래디는 정상에 선 지금이 은퇴를 할 적기라고 봤다. [AP=연합뉴스]

브래디는 정상에 선 지금이 은퇴를 할 적기라고 봤다. [AP=연합뉴스]

덕분에 그는 지난 시즌 44세의 나이로 또 한 번 전설을 썼다. 브래디는 지난 시즌 친정팀이자, 명문 뉴잉글랜드를 떠나 만년 하위 팀 탬파베이로 이적했다. 이적 첫 시즌 탬파베이를 수퍼보울 우승으로 이끄는 기적을 이끌었다. 브래디는 올 시즌도 변함없는 기량을 과시했다. 탬파베이는 지난달 24일 열린 NFL 플레이오프 디비저널 라운드에서 로스앤젤레스 램스에 27-30으로 패했다. 올 시즌에도 패싱야드(5316야드), 터치다운(43개), 패스 성공(485회), 패스 시도(719회)에서 리그 1위를 달렸다. 

리히트 탬파베이 단장은 "정점의 기량을 보일 때 22년 경력을 끝마친다는 건 비범하다는 말로는 부족하다"며 "우리는 브래디와 더 많은 시간을 함께하길 바랐지만, 가족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기 위해 은퇴를 결심한 그의 결정을 이해하고 존중한다"고 말했다. 브래디는 "매일 육체적, 정신적, 감정적인 도전 덕분에 내 잠재력을 극대화할 수 있었다"면서 "22년간 최선을 다해 노력했고, 경기장과 인생에서 성공에 이르는 지름길은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