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킹메이커’가 설연휴 흥행 2위에 올랐다. 사진은 주연 배우 설경구(오른쪽)·이선균의 촬영 당시 모습. [사진 메가박스중앙 플러스엠]](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202/03/85f2a686-328a-46d8-aa5d-74b271794c9f.jpg)
영화 ‘킹메이커’가 설연휴 흥행 2위에 올랐다. 사진은 주연 배우 설경구(오른쪽)·이선균의 촬영 당시 모습. [사진 메가박스중앙 플러스엠]
설 극장가 흥행 2위를 달리는 영화 ‘킹메이커’를 만든 변성현(42) 감독은 같은 날 개봉한 ‘해적: 도깨비 깃발’을 외려 응원했다. 영화가 개봉한 지난달 26일 가진 화상 인터뷰에서다. 코로나19로 인해 2년 전 편집까지 마친 ‘킹메이커’를 이제야 공개하게 돼서일까. 강원도에서 차기작인 넷플릭스 영화 ‘길복순’을 찍다 왔다는 그는 “목표 스코어는 없다”면서 “공들여 찍은 영화를 극장에 선보여서 너무 기분 좋다”고 말했다.
영화는 1970년대 반전을 거듭했던 신민당 대통령 경선을 전후로 김대중 전 대통령과 선거 전략가 엄창록의 실화에 상상을 보탰다. 설경구가 김 전 대통령을 본뜬 정치인 김운범을, 배우 이선균이 네거티브 전술로 그와 갈등을 빚는 선거 참모 서창대를 연기했다.
영화관 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지난 1일까지 일주일간 관객 수는 40만명. 다음 달로 다가온 대통령 선거 때문일까. “진지해서 지루한 부분도 있지만 여운이 남는다” “실제 사건과 연관 지어보게 된다”(이상 메가박스 예매앱 실 관람평) 등의 호평이 우세하다.

변성현 감독
설경구는 김 전 대통령과 닮은 외모는 아닌데.
“설경구 배우라면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김운범은 서창대에 비해 욕망을 드러내거나 이면의 아픔이 있지 않아 밋밋할 수 있는 인물인데 이를 입체적으로 연기할 수 있는 대한민국에 몇 안 되는 배우다.”
연기 디렉션은 어떻게 했나.
“배우마다 달랐다. 선균 선배님은 같이 방을 잡고 몇 번을 반복해서 대본을 읽어보며 서로 토론했다. 경구 선배님은 원래 작품 전에 얘기만 하고 대본 리딩을 절대 안 하신다. ‘불한당’ 때 제가 부탁드렸고 그걸로 좀 투닥댔는데 결국 안 하셨다. 우진 선배님은 중성적인 느낌을, 재명 선배님은 깔끔하고 시원했으면 좋겠다고 부탁했다. 배우들의 역량이 일단 컸다.”
극 중 서창대는 이북 출신인 아버지가 ‘빨갱이’로 몰려 죽는 것을 목격한 뒤 차별 없는 세상을 꿈꾼다. 김운범을 통해 그런 꿈을 이루려는 그는 당선을 위해 야비한 수단도 가리지 않는다. 정의 구현을 위해 정의롭지 않은 수단이 과연 정당한가. 영화는 이런 주제를 김운범과 서창대의 엇갈린 운명을 통해 거듭 질문한다. 변 감독이 이 영화를 만든 출발점이다.
“제가 옳다고 생각하는 방향으로 가기 위해 열심히 살던 와중에 ‘과연 이래도 되나. 좀 치사하지 않나’ 하는 자문과 죄책감이 든 때가 있었다”고 했다. 그런 물음을 펼쳐낼 인물, 장르를 찾던 차에 김 전 대통령의 자서전에서 단 몇줄로 언급된 엄창록을 발견했단다.
김 전 대통령의 자서전에서 어떤 내용에 꽂혔나.
“엄창록은 선거의 귀재였고, 그에게서 도움을 많이 받았다는 내용이다. 상대편 진영(공화당)에 넘어간 것에 대해서도 몸이 아팠다고만 쓰여 있다. 분노가 안 느껴지고 담백했다. 다른 참모진에 비해 묘사가 적지만 오히려 굉장히 애착이 있는 인물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몇줄 안 됐기 때문에 창작의 여지가 더 있었다.”
처음 나온 대본에선 주인공 이름이 ‘김대중’이었다고.
“현대사에서 한 시대를 상징하는 인물이어서 그대로 썼다. 그 이름이 주는 힘이 세다고 느꼈다. 반대로 부담감도 컸다. 특히 경구 선배님은 대본을 드렸을 당시 이름을 보고 덮었다가 나중에야 읽으셨다더라. 이름이 바뀌면서 그분이 실제 했던 말들도 좀 덜어냈다.”
영화 전후반 연출 톤이 다른데.
“영화를 3막으로 구성했다. 인제·목포 선거까지가 1막, 신민당 경선이 이뤄지는 2막, 대선이 있는 3막. 그 세 개의 막을 다르게 연출하려고 했다. 1막은 긴박한 선거전에서 서창대가 하는 (네거티브 전술) 행위들을 일부러 귀엽게 다뤘다. 3막은 1막과 대비해 관점에 따라 관객들이 다르게 느끼게 연출했다. 사실 서창대의 행동은 1막과 똑같은데 1막에선 가볍게 받아들여지던 행동이 3막에선 왜 무겁고 나쁘게 받아들여지는가. 이 영화가 줄 수 있는 질문이라고 생각한다.”
“제 생각이 맞다고 생각하다가도 갇혀버릴 때가 많다”는 그는 “혹시 우리도 틀릴 수 있지 않을까, 이런 이야기를 좀 은유적으로 해보고 싶었다”고 했다. 그게 “서창대에게 던지는 메시지이기도 하다”면서다.
정치 드라마로 비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는데.
“정치를 다루고 있고 양 진영이 나오는 드라마라 그런 생각이 안 들 순 없을 것 같다. 코로나 시국이 아니면 2년 전 개봉했어야 할 영화고 지금 (대선) 흐름에 동조하거나 선전하고 싶진 않다. 개인적 바람으론 의미도 얻어가는 재밌는 상업영화, 보고 나서 대화를 많이 나눌 수 있는 영화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