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노보드 여자 하프파이프 예선에서 화려한 공중동작을 선보이는 클로이 김. [AP=연합뉴스]](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202/10/22ecb7f4-4b31-4737-89ec-1165e69d98b0.jpg)
스노보드 여자 하프파이프 예선에서 화려한 공중동작을 선보이는 클로이 김. [AP=연합뉴스]
이제 또 한 번의 대관식만 남았다. 재미동포 ‘스노보드 여제’ 클로이 김(22·미국·한국명 김선)이 올림픽 2연패를 위한 예열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클로이 김은 9일 중국 허베이성 장자커우의 겐팅 스노파크에서 열린 베이징 겨울올림픽 스노보드 여자 하프파이프 예선 1차 시기에서 87.75점을 받아 출전 선수 22명 중 전체 1위로 12강이 겨루는 결선 토너먼트에 진출했다. 2위 오노 미츠키(일본·83.75점)를 4점 차로 제쳤다. 메달색을 가리는 결선은 10일 열린다. 하프파이프는 원통을 반으로 잘라 놓은 듯한 형태(half-pipe)의 슬로프를 질주하며 점프와 회전 등 예술적인 동작으로 승부를 가리는 종목이다.
예선부터 압도적이었다. 4년 전 평창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 당시 점수(98.25점)만큼은 아니었지만, 고난도 기술을 잇달아 선보여 팬들의 감탄사를 자아냈다. 2차 시기에서 뒤로 도는 연기를 선보이려다 넘어져 경기를 중단한(8.75점) 것에 대해 클로이 김은 “1차에서 비교적 높은 점수가 나와 2차에선 그간 연습하지 않았던 걸 시도해봤다”며 해맑게 웃었다.
![스노보드 여자 하프파이프 1차예선에서 점수를 확인한 뒤 활짝 웃는 클로이 김. [AP=연합뉴스]](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202/10/19b54ef2-4664-4c27-a16f-a53ff3a2327a.jpg)
스노보드 여자 하프파이프 1차예선에서 점수를 확인한 뒤 활짝 웃는 클로이 김. [AP=연합뉴스]
여유도 넘쳤다. 공식 기자회견 도중 “경기를 마치고 나니 배가 고프다”며 “당장 뭘 먹으러 가지 않으면 여기 모인 사람들을 거칠 게 대할 수도 있다”는 농담을 던져 취재진의 폭소를 이끌어냈다.
클로이 김은 유쾌하고 다재다능하다. 2년 전 미국 인기 예능 ‘더 마스크드 싱어(복면가왕 미국판)’에 깜짝 출연해 숨겨둔 가창력을 뽐냈다. 팝가수 마룬5의 노래(Girls like you) 뮤직비디오에 출연한 적도 있다. 영어·한국어와 함께 프랑스어 구사 능력도 수준급이다.
신세대답게 인스타그램, 트위터 등 SNS를 통해 팬들과 활발하게 소통하는데 대회 도중에도 종종 SNS에 포스팅을 한다. 4년 전 평창에선 레이스 직전 트윗을 올려 화제가 됐다. "이 시간에도 트윗을 하느냐"는 팬들의 질문에 "그럼 뭘 할까요?(Like, what else are we supposed to do?)라는 글을 올린 뒤 곧장 경기에 나서 최연소(17세296일), 최고 득점(98.25점) 기록을 세우며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2년 전 미국 TV 예능프로그램에서 가창력을 과시한 클로이 김. [사진 클로이 김 인스타그램]](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202/10/3b803307-8cd5-46e4-9305-4bbd8849faf4.jpg)
2년 전 미국 TV 예능프로그램에서 가창력을 과시한 클로이 김. [사진 클로이 김 인스타그램]
클로이 김의 지난 4년은 롤러코스터를 탄 것 같았다. 평창에서 우승했을 땐 세상을 다 가진 것 같았다. 부모님의 나라에서 거둔 성과라 기쁨이 더욱 컸다. 이후의 삶은 예상과 달랐다. 어린 나이(18세)에 올림픽 챔피언의 자리에 오른 후유증이 심각했다. 선수 자신은 목표 의식을 잃고 방황하는 ‘번아웃 증후군(어떤 일에 몰두하던 사람이 무기력증에 시달리는 현상)’에 시달렸다. 가는 곳마다 자신을 알아보는 팬들에 둘러싸이는 상황조차 견디기 힘든 스트레스가 됐다.
이후에도 악재가 이어졌다. 2019년 3월 대회 참가 도중 발목이 부러지는 중상을 당해 수술대에 올랐다. 코로나19 초기 시절이던 이듬해엔 미국 내 일부 인종주의자 사이에 아시아계 혐오 표적이 됐다. SNS와 이메일에 “마땅히 백인이 가져가야 할 금메달을 (아시아계인) 네가 빼앗았다”는 악의적 메시지가 쏟아졌다. 낙담한 클로이 김은 은퇴를 결심하고 스노보드 부츠를 벗었다.
지난달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에 표지모델로 등장한 그는 커버 스토리에서 “평창올림픽에 다녀온 직후 금메달을 부모님 댁 쓰레기통에 던져버렸다”면서 “나를 짓누르는 부담감과 압박감에서 벗어나고 싶었다”고 털어놓았다.
![4년 전 평창올림픽에서 클로이 김은 최연소-최고득점으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AP=연합뉴스]](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202/10/1973172c-cea8-4a29-a573-7df69d17b0a3.jpg)
4년 전 평창올림픽에서 클로이 김은 최연소-최고득점으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AP=연합뉴스]
2019년 미국 사학 명문 프린스턴대에 진학한 클로이 김은 은퇴 후 평범한 여대생으로 돌아가 캠퍼스 생활에 집중했다. 그렇게 1년여 동안 잠들어 있던 ‘승부사 본능’은 코로나19로 인해 캠퍼스가 폐쇄되며 다시금 불타오르기 시작했다.
지난해 1월 컴백을 선언한 클로이 김은 “더는 숨지 않고 세상에 당당히 목소리를 내겠다”고 선언했다. 운동을 쉰 기간이 길었지만, 천재성은 여전히 번뜩였다. 적응기도 없이 곧장 국제무대에서 정상급 경기력을 회복했다. 복귀 후 두 달 만에 참가한 세계선수권에서 우승하며 ‘여제의 귀환’을 알렸다.
![클로이 김이 표지모델로 등장한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 [사진 타임 홈페이지]](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202/10/b54b4020-b013-4fd2-a532-78a60befedc1.jpg)
클로이 김이 표지모델로 등장한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 [사진 타임 홈페이지]
클로이 김은 지난 6일 올림픽 조직위원회가 공개한 인터뷰에서 평창 금메달에 대한 질문을 받고 “걱정하지 말라. 다시 쓰레기통에서 꺼냈다”며 “올림픽 금메달을 딴 뒤 엄청난 스트레스에 시달렸고, 애꿎은 금메달에 화풀이했다.결과적으로 내 인생에서 커다란 배움의 시간이 됐다”고 말했다.
한국에 대한 각별한 애정도 드러냈다. 9일 예선을 마친 직후 클로이 김은 “나의 첫 올림픽은 부모님의 조국인 한국에서 열렸다. 그 무대에서 첫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면서 “다시 아시아에서 열리는 올림픽에 오게 돼 기쁘다. 4년 전과 마찬가지로 시설이 훌륭하다”고 밝혔다.

여자 스노보드 하프파이프 최강자 클로이 김의 공중 연기. [신화=연합뉴스\
◇클로이 김(Chloe Kimㆍ한국명 김선)은…
출생 - 2000년 4월23일(22세) 미국 캘리포니아 롱비치
체격 – 1m63㎝·52㎏
성별 –여성
종목 - 스노보드 하프파이프
별명 - 스노보드 여제
주요기술 - 백투백 1080(오른발 앞으로 3바퀴 회전, 왼발 앞으로 3바퀴 회전을 잇달아 선보이는 기술)
좋아하는 한국 음식 – 떡볶이, 불고기
이력 - 올림픽 최연소(17세296일) 최고득점(98.25점) 우승(20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