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만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게 있어'의 각본, 연출을 겸한 구파도 감독(오른쪽)이 주연 배우 왕정과 촬영 당시 현장에서 익살스런 포즈를 취했다. [사진 그린나래미디어]](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202/14/6b9cfa23-eb45-4d9b-bdf3-ac733c0ef0d6.jpg)
영화 '만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게 있어'의 각본, 연출을 겸한 구파도 감독(오른쪽)이 주연 배우 왕정과 촬영 당시 현장에서 익살스런 포즈를 취했다. [사진 그린나래미디어]
밥 남기지 말라는 부모 훈수를 거꾸로 받아들인 엉뚱한 소년. 영화감독으로 자라 사후세계에 관한 판타지 영화까지 만들었다. 지난해 대만에서 개봉해 자국 영화 흥행 2위에 오른 ‘만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게 있어’(9일 개봉)의 구파도(44) 감독 얘기다.
'신과함께' 영향 받은 한국·대만 합작 영화
한국의 ‘영화사벌집’이 현지 제작진과 협업해 만든 한국‧대만 합작 영화이기도 하다. 구파도 감독이 학교 폭력 문제를 좀비 장르에 녹여낸 전작 ‘몬몬몬 몬스터’(2017)를 본 영화사벌집이 먼저 제안하며 공동 제작하게 됐다. 2017~2018년 대만을 비롯한 아시아 지역에서 큰 흥행을 거둔 한국영화 ‘신과함께’ 영향도 받았단다.
![대만 감독 구파도의 사후 세계 판타지 영화 '만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게 있어'에서 '월하노인' 콤비로 활약하는 망자 샤오룬, 핑키 역 배우 가진동과 왕정. 이들이 처음 저승에 가는 영화 초반은 MTV 예능쇼처럼 유쾌한 분위기로 그려진다. [사진 그린나래미디어]](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202/14/a3c9c0cf-8648-4198-aa7f-e3d54a7da6ed.jpg)
대만 감독 구파도의 사후 세계 판타지 영화 '만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게 있어'에서 '월하노인' 콤비로 활약하는 망자 샤오룬, 핑키 역 배우 가진동과 왕정. 이들이 처음 저승에 가는 영화 초반은 MTV 예능쇼처럼 유쾌한 분위기로 그려진다. [사진 그린나래미디어]
반려견 죽은 뒤 딸 태어나…이 영화 만든 계기
영화에선 죽음과 태어남이 뫼비우스의 고리처럼 돌고 돈다. 극 중 인물들의 전생 인연은 아시아 사후 관념을 토대로 했다. “윤회와 환생, 차안(깨닫지 못하고 고생하며 살아가는 상태), 피안(동경하는 경지, 깨달음의 세계) 같은 개념들”이라고 구파도 감독은 설명했다.
![영화 '만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게 있어'에서 로맨스 호흡을 맞춘 배우 가진동(왼쪽)과 송운화. 극 중 두 사람의 애틋한 인연을 상징하는 붉은 목도리(Red Scarf)는 같은 제목의 엔딩곡으로 탄생해 유튜브에서 지난해 11월부터 지난 14일까지 3418만 조회수를 기록할 만큼 대만 안팎에서 사랑받고 있다. [사진 그린나래미디어]](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202/14/1db41d8f-0a46-4ba2-9552-bfd276409ab7.jpg)
영화 '만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게 있어'에서 로맨스 호흡을 맞춘 배우 가진동(왼쪽)과 송운화. 극 중 두 사람의 애틋한 인연을 상징하는 붉은 목도리(Red Scarf)는 같은 제목의 엔딩곡으로 탄생해 유튜브에서 지난해 11월부터 지난 14일까지 3418만 조회수를 기록할 만큼 대만 안팎에서 사랑받고 있다. [사진 그린나래미디어]
특히 반려동물 유기 반대, 입양 권유 다큐멘터리를 만들기도 한 구파도 감독이다. 작은 생명체도 소중하다는 메시지를 누구든, 어떤 존재로 환생하게 될지 모른다는 설정에 거듭 녹여냈다. 생전 선행과 부덕의 크기에 따라 똥‧선인장‧매미부터 개‧인간‧고양이 등 환생 등급을 세분화한 것도 재밌다. “스스로 살아갈 수 있는 능력, 다른 자연 혹은 사물을 다룰 수 있는 능력을 고려하여 구분한 것이지 생명의 귀천을 의미한 것은 아니다”라고 구파도 감독은 강조했다. 고양이로 태어나려면 인간으로 환생할 때보다 덕업을 더 많이 쌓아야 하도록 묘사했다. “인간은 고양이 집사일 뿐”이라서다.
만년 지나도 안 변하는 것? 집착 내려놓은 사랑
이번 영화는 지난해 개봉한 나홍진 감독 제작의 태국 공포 영화 ‘랑종’에 이어 한국 영화의 영향력이 큰 아시아 국가에서 나온 합작 영화란 점도 주목된다. 아시아 문화권끼리의 공감대와 나라별 특성을 겸비해 한국과 현지 시장을 동시에 공략할 수 있을 뿐 아니라, 한국 영화보다 상대적 저예산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해외의 신선한 IP(지적재산)를 한국 영화사가 확보할 수 있다는 것도 이점이다. 영화사벌집 관계자는 “이번 영화 총제작비는 한국 돈 50억원 정도로 대만 시장에선 큰 규모다. 비슷한 규모의 영화를 한국에서 만들었다면 200억원은 들었을 것”이라며 “한국판 리메이크 등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