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유리왕’ 교체될까? 푸야오 잇는 새로운 유리 거물의 등장

중국의 ‘유리왕’ 타이틀은 수년간 ‘푸야오’의 독차지였다. 푸야오 유리 그룹(福耀玻璃集团)은 수입품에 의존하던 중국 자동차 유리를 국산화하는 데 성공한 자동차 유리 공급 업체다.

푸야오는 자동차 유리 생산에 집중하여 현재 중국 내 시장점유율 약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동시에 세계 자동차 유리 시장의 28%를 차지하는 등 세계를 무대로 역량을 펼치고 있다. 벤틀리, 벤츠, BMW, 아우디, 크라이슬러 등의 글로벌 자동차 회사가 푸야오 그룹의 협력업체다.  

ⓒ비쥬얼 차이나

ⓒ비쥬얼 차이나

자수성가 기업가로 유명한 푸야오그룹의 CEO 차오더왕(曹德旺)은 기부왕으로도 유명하다. 현지 매체 보도에 따르면 2021년 11월까지 차오더왕이 사회에 환원한 누적 금액은 260억 위안(약 4조 9621억 원)에 달한다.

지난해 5월, 차오더왕은 100억 위안을 기부해 대학교를 설립하겠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대학교의 이름은 푸야오 과학기술대학(福耀科技大学), 정원 3000~5000명 수준의 규모로 이공계가 중심이 되는 학교다. 미·중 기술 전쟁에서 중국의 약점으로 언급되는 이른바 ‘차보즈(卡脖子)’ 기술 분야 인재를 양성하겠다는 취지다.

푸야오그룹의 창업주 차오더왕(曹德旺) ⓒ뉴욕타임즈

푸야오그룹의 창업주 차오더왕(曹德旺) ⓒ뉴욕타임즈

지난해 푸야오의 매출과 이익은 유리왕 명성에 걸맞게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뤘다. 푸야오그룹에 따르면 2021년 1~3분기 매출은 171억 위안(3조 2620억 원), 당기순이익은 26억 위안(약 5천억 원)으로, 연간 매출은 200억 위안을 돌파할 전망이다. 1~3분기 이익 수준은 이미 지난해 전체 이익에 가까워 올해 더 높은 실적을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유리 업계에 푸야오만 존재하는 게 아니다. 다른 기업 역시 유리 생산에 한창이며 그 경쟁이 심화해 푸야오에 필적하는 경쟁자가 나타났다. 바로 신이유리(信義玻璃)라는 새로운 거물이다.  

ⓒ신이유리그룹

ⓒ신이유리그룹

두 회사 모두 2021년 연간 실적을 발표하지 않았기 때문에 지난해 상반기 실적으로 비교해보면 푸야오유리의 매출은 115억 위안, 신이유리의 매출은 109억 위안(135억 홍콩달러)으로 푸야오가 근소한 차이로 선두를 지켰다.

 
하지만 이익 수준에서는 신이유리가 우위를 점하고 있다. 지난해 상반기 푸야오의 순이익은 17억 7000만 위안(약 3376억 원)을 기록했다. 반면 신이유리의 순이익은 53억 8000만 홍콩달러로 약 43억 6000만 위안(약 8292억 원)을 기록하며 푸야오의 2.4배에 달했다. 매출이 비슷한 상황에서 신이유리가 더 높은 이익을 보인 이유가 뭘까.

푸야오 위협하는 ‘신이유리’, 어떤 기업?
신이유리는 푸야오유리가 전문으로 하는 자동차용 유리는 물론, 플로트 유리(Float Glass), 태양광 유리, 건축용 유리 등을 생산하고 있다. 푸야오유리가 중국 최대의 자동차 유리 생산 업체라면, 신이유리는 세계 최대의 태양광 패널 유리 생산 업체 중 하나다.  

현재 중국의 가장 활발한 경제 구역인 주강삼각주, 장강 삼각주, 환보하이(環渤海), 청위경제구(成渝經濟區), 북부만경제구(北部灣經濟區)등지에 대규모 생산 기지를 구축하고 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신이유리(信義?璃) 창업자 리시엔이(李賢義)ⓒhket

신이유리(信義?璃) 창업자 리시엔이(李賢義)ⓒhket

1988년 중국 선전에 설립된 신이유리는 당시 선전시의 급속한 발전과 함께 지역 최고의 기업으로 빠르게 성장했다. 1998년 건축용 유리 분야에 진출한 후 플로트 유리 생산 라인을 구축하여 유리 심층가공(深加工)자체 공급을 실현했다. 2001년엔 미국 포드사의 최대 공급업체 중 하나로 자리매김했으며, 해외 사업이 급성장해 2005년 홍콩증권거래소에 상장했다.

2007년, 창업자 리시엔이(李賢義)는 태양광 유리의 방대한 잠재력을 발견하고 해당 분야에 진출했다. 태양광 유리를 전문적으로 연구·개발·생산하는 자회사 신이광넝(信義光能)을 설립했고, 10년간의 노력 끝에 태양광 패널용 유리의 전면 국산화를 이뤄내 수년간 세계 태양광 유리 업계 1위, 중국 2위의 성과를 거둘 수 있었다.  

신이광넝은 안후이 우후(蕪湖), 광시 베이하이(北海), 톈진(天津), 장자강(건설 중), 윈난 취징(曲靖, 건설 계획 중), 말레이시아 말라카에 총 6곳의 생산기지를 보유하고 있다. 신이광넝은 일간 융해량 1만 3800t의 태양광 발전용 유리 생산라인을 보유해 세계 시장의 30%가 넘는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주요 제품은 태양광 발전 유리, 플로트 유리, AR 코팅 유리를 포함한다. 우수한 제품 성능과 서비스 품질로 신이광넝은 중국 태양광 발전 유리업계 최초로 중국 건자재 중심 에너지관리체계 인증을 받았다. 전문가들은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분야가 주목받고 발전함에 따라 신이그룹의 시장점유율은 더욱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신이광넝 홈페이지

ⓒ신이광넝 홈페이지

신이그룹은 유리 제조뿐만 아니라 태양광 발전소를 직접 운영하기도 한다. 2019년 신이광넝(信義光能)에서 분리되어 나온 신이넝위안(信義能源)은 신이그룹의 태양광 발전소 운영업체다. 2021년 6월 기준 신이넝위안은 연간 18억 kWh 이상의 청정에너지를 공급할 수 있으며 총 설치용량 1,834㎿(메가와트)의 20개 대규모 집중 태양광 발전소를 운영 중이다.

신이넝위안이 운영 중인 태양광 발전소는 중국의 화남, 화북, 화동부와 같은 경제적으로 발전된 지역에 있으며 안후이, 후베이, 허난, 푸젠, 톈진 및 광동 지역에서 운영된다.  

ⓒ신이넝위안(信義能源)

ⓒ신이넝위안(信義能源)


자동차 유리 시장의 관점에서 보면 두 기업의의 격차는 여전히 상대적으로 크다. 지난 28일 종가 기준 푸야오의 시가총액은 1148억 위안, 신이유리의 시가총액은 약 673억 8,009만 위안(833.3억 홍콩달러)으로 푸야오 유리가 여전히 강세를 보인다.

그러나 신이그룹 역시 태양광 유리 및 신에너지 사업 등 발전 모멘텀이 좋은 회사를 보유하고 있어 올해 푸야오를 능가한 성적을 내보일 수 있었다. 신이그룹 산하엔 신이유리, 신이광넝, 신이넝위안 외에도 자동차용 유리를 전문적으로 생산하는 신이이처(信義易車)가 있는데, 이 네 개의 회사는 모두 홍콩 증권 거래소에 상장됐다. 지난 한 해 동안 이들 네 개의 기업은 플러스 성장을 거듭하며 총 300억 홍콩 달러(약 4조 6242억 원)가 넘는 양의 성장을 달성했다.

업계는 신이그룹의 매출 증가 속도가 빨라져 2021년엔 매출 300억 위안 달성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중국의 ‘유리왕’ 세대교체가 이뤄질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신이유리의 향후 행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차이나랩 김은수 에디터

차이나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