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불어민주당 소속인 김상희 국회부의장. 민주당은 미국 출장을 앞둔 박병석 국회의장의 부재시 김 부의장이 사회권을 넘겨받아 본회의 개의와 검수완박 법안 상정 등까지 모두 마칠 것을 기대하고 있다. 연합뉴스
진성준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도 17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박 의장이 예정대로 북미 순방을 갈 가능성이 높다. 국회의장이 해외순방을 갈 경우 사회권을 부의장 한 명에게 넘기는 게 관례인 만큼, 만약 박 의장 부재 시 본회의가 열리면 김 부의장이 진행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의장이 사고(事故·불시의 일)가 있을 때는 의장이 지정하는 부의장이 직무를 대리한다’는 국회법 12조가 근거다. 국회의장실 관계자도 “미국행에 대한 박 의장이 고민이 깊었지만, 미국 의회와의 약속을 지켜야 한다는 생각이 강해 출국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박 의장과 김 부의장은 지난 15일 의장실에서 만나 20여분 간 협의도 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박 의장이 사회권을 넘긴다면 김 부의장은 개의, 회기설정, 상정 등 포괄적인 권한을 이양받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민주당 소속 김상희…검수완박 힘 보태나
지난해 9월 민주당이 언론재갈법(언론중재법 개정안) 강행처리를 시도하자 “여야 합의”를 먼저 요구하며 본회의 상정을 거부한 선례가 있는 박 의장보다는, 민주당 소속인 김 부의장을 조금 더 설득하기 쉽다는 논리다. 지난 14일 극적으로 타결된 여·야의 선거법 개정안 협상 과정에서도 박 의장은 적극적인 중재자를 자임했다. 강행처리 드라이브의 운전대를 잡고 있는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가 김 부의장의 보좌관 출신이라 두 사람의 소통이 원활하다는 점, 첫 여성 국회의장 등 정치적 도전이 남아 있는 김 부의장이 박 의장보다 당내 여론에 더 민감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점 등도 민주당이 사회권 이양을 고무적으로 보는 이유다.

지난 12일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오른쪽)와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왼쪽)가 박병석 국회의장 주재로 의장실에서 만나 인사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민주당은 이미 전례에 대한 검토도 마쳤다. 민주당이 야당이던 시절 여·야가 첨예하게 맞붙은 이슈를 여당 소속 부의장이 총대를 메고 직권상정해 처리한 사례들이다. 2011년 11월 한나라당(국민의힘 전신) 소속이던 정의화 부의장은 같은 당 출신인 박희태 국회의장으로부터 사회권을 넘겨받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을 직권상정해 표결처리했다. 2009년 7월에는 한나라당 소속 이윤성 부의장이 본회의장에 진입하지 못한 김형오 국회의장을 대신해 미디어법을 같은 방식으로 처리했다. 당시 야당이던 민주당은 “날치기”라며 격하게 반발했지만 효력 발생을 막지 못했다. 여론조사업체인 에스티아이의 이준호 대표는 “두 법안 모두 국회법을 위반한 것은 아니라고 결론났지만 후폭풍이 컸다”며 “만약 민주당이 본인들 비판하던 선례를 따른다면 여야 간 긴장이 장기간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홍근 “법사위 법안심사 과정에서 보완점 충분 수용”

2011년 한미 FTA 비준안 가결 당시 한나라당 소속이던 정의화 국회부의장(윗줄 왼쪽 셋째)이 국회 본회의장에서 민주당 의원들의 항의 속에 가결을 선언하며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뉴스1
외부에선 법안 내용을 둘러싸고 “명백한 위헌”(대검)이라거나 “형사 사법체계가 붕괴될 것”(변호사 공익단체 ‘착한 법 만드는 사람들’)이라는 등의 논란이 한창이지만 민주당 내에 남은 내용적 고민은 법 실행 유예기간의 장단뿐이다. 민주당 법사위 관계자는 “제출된 법안 상의 유예기간은 3개월이지만 이를 1년으로 늘여 수사에 사법통제 시스템 전체를 손봐야 한다는 주장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