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입법을 추진하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이 현실화하면 국가인권위원회가 이런 진정 사건을 조사해 관련자들의 범죄 사실을 확인하고 고발하더라도 수사하지 못하게 된다. 인권위의 고발권이 인권위법에 따라 '검찰총장'에게 행사돼야 하는 탓이다.
인권위법 "검찰총장에 고발"…이후 檢수사 진행 못해
인권위의 고발권은 인권위법 제45조에 규정돼있다. 이 규정 제1항은 "위원회는 진정을 조사한 결과 진정의 내용이 범죄행위에 해당하고 이에 대하여 형사 처벌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면 검찰총장에게 그 내용을 고발할 수 있다"고 적시했다. 이어지는 제2항엔 "검찰총장은 고발을 받은 날부터 3개월 이내에 수사를 마치고 그 결과를 위원회에 통지하여야 한다"고 돼 있어 검찰에도 회신할 의무를 부여한다.
그러나 민주당이 당론으로 채택해 추진하는 '검찰청법 개정안' 및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시행되면 인권위법상 고발권은 의미가 없어진다. 개정안의 핵심이 '검사의 수사 권한을 삭제'해 검사의 직무를 '공소의 제기 및 그 유지에 필요한 사항'으로 묶는 내용이기 때문이다. 검사에게는 예외적으로 '경찰공무원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공무원의 직무에 관한 범죄' 수사권만 주어진다. 검찰이 원칙적으로 수사를 할 수 없게 되면서, 인권위법 개정이 병행되지 않는 한 인권위 고발사건은 연쇄적 수사 공백 사태를 맞게 된다.
주식·불공정거래·기업범죄 등 연쇄 수사공백 사태 예고
기업의 불공정거래 고발권 공백도 마찬가지다. "공정거래위원회가 검찰총장에게 고발해야 한다"는 규정이 명시돼있는 공정거래법(제129조), 하도급거래법(제32조), 가맹사업법(제44조) 등도 검수완박 법안 통과시 붕 뜬다. 공정위의 전속고발권(공정거래법 제129조)을 그대로 준용하는 표시광고법(제16조) 등도 마찬가지다.
국회 안건 심의나 국정감사·조사에서의 보고·서류제출·증언 등에 진실성을 부과하는 데에도 차질이 생길 우려가 나온다. 국회 증언감정법 역시 제15조 제1항에서 "본회의 또는 위원회가 증인이나 감정인의 죄를 발견했을 땐 고발을 해야" 하며, 4항에서 "고발이 있는 경우 검사는 고발장이 접수된 날부터 2개월 이내에 수사를 종결"하고 "검찰총장은 지체 없이 그 처분 결과를 국회에 서면으로 보고해야"한다고 규정했다. 검수완박 법안만 통과할 경우 국회 활동의 원활한 운영도 장담하기 어려워진 것이다.
"해석따라 논란 불가피, 사법시스템 즉시 셧다운"
현 정권 들어 한시 출범한 대통령소속 군사망사고진상규명위원회의 활동도 제약된다. 위원회 활동 등을 규정하기 위해 2018년 제정된 군사망사고특별법 역시 제28조 제1항에 "진정의 내용이 사실로서 범죄 혐의가 있다고 인정할 때에는 범죄 혐의자의 신분에 따라 검찰총장·국방부 장관 또는 소속 군 참모총장에게 고발할 수 있다"고 썼다. 검찰총장이 고발 사건을 받을 수 없게 되면, 군사망사고진상규명위원회가 민간인 범죄 혐의자를 찾게 되더라도 수사기관에 이를 고발할 방법이 없다.
참여연대 공익법센터 소장 출신 양홍석 법무법인 이공 변호사는 이런 상황에 대해 "이들 주요 국가기관들의 고발권이 무효가 될 수가 있고, 반대로 검찰총장에게만 고발하도록 돼 있는 이들 조항을 준용해 '이 사건들은 수사를 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식으로 해석될 수도 있는 등 논란이 생길 수밖에 없다"며 "여타 법안과의 조율 문제는 물론이고 검수완박 법안만 놓고 봐도 실무상 준비나 규정 충돌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 (유예기간 3개월 포함) 8월에 맞추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양 변호사는 "사법시스템 전체가 그 즉시 셧다운 될 것이 분명하기 때문에 지금 이대로 입법한다는 건 '미친 짓'이라고 밖에 달리 표현할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