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LG 트윈스전에서 프로 데뷔전을 치른 한화 이글스 신인 투수 문동주. [사진 한화 이글스]](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205/12/1340fa82-b98f-4bbb-ad08-fcc9c1cdcfcc.jpg)
지난 10일 LG 트윈스전에서 프로 데뷔전을 치른 한화 이글스 신인 투수 문동주. [사진 한화 이글스]
고난의 계절이다. 개막 전부터 주목 받았던 프로야구의 특급 신인들이 혹독한 적응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시속 150㎞대 강속구를 자유자재로 뿌리는 한화 이글스 투수 문동주(19)마저 데뷔전에서 프로의 높은 벽을 실감했다.
문동주는 지난 10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LG 트윈스와의 원정 경기에서 8회 말 한화의 다섯 번째 투수로 등판했다. 올해 입단한 신인들 중 가장 많은 계약금(5억원)을 받은 그가 처음으로 KBO리그 마운드를 밟은 순간이었다.
문동주는 지난 3월 1일 스프링캠프 불펜 피칭에서 최고 시속 155㎞의 강속구를 던져 야구계를 놀라게 했다. 시즌 준비 과정에서 내복사근을 다쳐 출발이 늦어졌지만, 최근 2군 경기에서 다시 최고 시속 156㎞을 찍어 기대감을 키웠다. 문동주가 처음 1군에 모습을 보인 10일에는 수많은 취재진이 잠실에 몰려 화제성을 입증했다.
문동주 역시 데뷔전을 앞둔 설렘을 감추지 않았다. "구단과 코치님들이 신경을 많이 써주신 덕에 100% 몸 상태로 준비했다. 어버이날(8일) 1군 승격 전화를 받아 부모님께도 좋은 선물이 됐다"며 "부상 탓에 마음이 안 좋기도 했지만, 조급해하지 않고 몸을 더 잘 만드는 데 신경을 썼다. 앞으로 신인왕 후보로 거론될 수 있도록 내 역량을 보이고 싶다"고 했다.
현실은 냉혹했다. 문동주의 첫 등판 성적은 3분의 2이닝 4피안타 1볼넷 1탈삼진 4실점. 안타 4개 중 3개가 2루타 이상의 장타였고, 제구는 들쑥날쑥했다. 아웃카운트 2개를 잡는 동안 일곱 타자를 상대로 공 26개를 던져야 했다. 최고 구속은 시속 154㎞까지 나왔지만, 던지는 족족 장타로 연결되니 위력을 잃었다. 결국 1이닝을 다 채우지 못하고 마운드를 내려왔다.
!['제2의 이종범'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는 KIA 타이거즈 신인 내야수 김도영. [연합뉴스]](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205/12/a6584adc-b7d2-409c-807e-010fb9d1c5fd.jpg)
'제2의 이종범'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는 KIA 타이거즈 신인 내야수 김도영. [연합뉴스]
문동주와 함께 가장 주목할 신인으로 꼽혔던 KIA 타이거즈 1차지명 신인 김도영도 아직은 고전하고 있다. '제2의 이종범'이라는 별명으로 먼저 유명해진 그는 시범경기에서 타율 0.432로 타격왕에 오르면서 기분 좋게 첫 시즌을 준비했다. 그러나 올 시즌 27경기에서 타율 0.173·6타점·11득점·도루 1개·출루율 0.198(이하 10일 기준)을 기록하는 데 그치고 있다.
유격수 수비는 고졸 신인답지 않게 안정적이라는 평가다. 다만 KIA가 김도영에게 기대한 활약에는 미치지 못했다. 시즌 개막전부터 줄곧 선발 출장 기회를 잡았지만, 데뷔 후 6번째 경기에서야 첫 안타를 신고했다. 이후에도 안타 수가 크게 늘지 않았다. 최근에는 벤치를 지키거나 대타 혹은 대수비로 기용되는 경기가 많아졌다.
롯데 자이언츠가 2차 1라운드(전체 4순위)에 지명한 신인 외야수 조세진도 20경기에서 타율 0.164, 4타점, 4득점에 그치면서 고전을 면치 못했다. 개막 엔트리에 이름을 올린 뒤 꾸준히 경기에 나섰지만, 결국 지난 9일 2군에 내려갔다.
올해 입단한 신인들 중 1군에서 순조롭게 적응하고 있는 선수는 키움 히어로즈 외야수 박찬혁(타율 0.214·홈런 6개·15타점)과 삼성 라이온즈 내야수 이재현(타율 0.242· 홈런 1개·5타점·13득점·이상 10일 기준)뿐이다. 투수들 중엔 신인왕 후보로 거론될 만한 선수가 한 명도 없다. 2018년 NC 다이노스 1차 지명을 받은 5년 차 '늦깎이 신인' 김시훈이 선발 투수로 유일하게 존재감을 보이고 있을 뿐이다.

데뷔 시즌인 2007년 고전했지만, 2년 차인 2008년 KBO리그 최우수선수로 뽑힌 SK 와이번스 투수 김광현(현 SSG 랜더스). 중앙포토
물론 프로에서 보낸 첫 한 달과 단 한 경기의 성적으로 이들의 실력과 재능을 재단할 수는 없다. 현역 최고 투수로 꼽히는 김광현(SSG 랜더스)은 프로 데뷔전에서 4이닝 3실점한 아쉬움을 딛고 2년 차부터 리그 최고의 투수로 발돋움했다. KBO리그 역대 최고 투수인 선동열(전 KIA 타이거즈 감독)도 프로 첫 등판에서 5점(7과 3분의 2이닝)을 내주는 시행착오를 겪었다.
이뿐만 아니다. 유일무이한 타격 7관왕 기록을 남긴 이대호(롯데) 역시 데뷔 4년 차인 2004년부터 주전 타자로 발돋움했다. 통산 홈런 2위 최정(SSG)과 '타격 기계' 김현수(LG 트윈스)는 입단 3년 차부터 리그 정상급 타자로 이름을 날리기 시작했다.
신인 선수가 얻을 수 있는 가장 큰 특권은 '실패할 기회'다. 문동주, 김도영처럼 남다른 잠재력을 인정받은 선수라면 더 그렇다. 이제 막 출발선에 선 19세 선수들에게는 지금 흘리는 진땀도 미래의 자양분이 될 수 있다.
배영은 기자 bae.youngeun@joongang.co.kr